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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의 안정성 확보를 책임지는 가축방역관과 농장동물 수의사의 부족 문제는 수의대 신설로 해결되지 못한다. 근본적인 생태계를 이해해야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현재 우리는 과거와 달리 수의대 진학 이유부터가 다른 세대와 살고 있다. 동물을 접해봤던 경험도 차이가 많다. 반려동물을 보고 자란 세대들과 농촌에서 가축을 보고 자란 세대들. 이들의 동물에 대한 접근 태도는 다르다.
또한, 농장동물 관련 수의사들의 처우는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한 채 과거에 머물러 있다. '같은 직급의 행정직'과 '수의직 공무원' 또는 같은 동물병원 원장으로서 '반려동물'과 '농장동물'의 현장에서의 업무 강도가 다르다. 수의사를 바라보는 소비자(소유주)의 시선도 다르다. 동물을 대면하고 방역과 진료를 위하여 지방으로 출장 가야하는 환경 자체도 극한 상황이 많이 존재한다.
이런 이유에서 현재의 인구 감소, 지방의 노령 가속화, 반려동물 사육가구의 증가 등과 맞물려 당연 가축방역관과 농장동물 수의사의 숫자 감소는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정작 이를 가속화하는 가장 큰 요인은 따로 있다.
그것은 농장동물 수의사의 진료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진료 환경이다. 가축방역관의 이탈을 조장하는 현재 상황은 국가 방역의 조직, 정책, 관행에서 시작한다. 현재 국가는 현장에서의 역할을 동물병원 진료수의사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가축방역관들로 하여금 현장 지도행위뿐만 아니라 진료 및 행정업무까지 수행하게끔 하고 있다. 또한, 농장지원 사업의 명목으로 동물용의약품을 공급함으로써 진료수의사의 설자리를 빼앗아 더욱 할 일을 없게 만들고 있다. 결국 공무원들만 탈진하게 만드는 구조적인 모순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진료환경을 더욱 더 악화시키는 요인은 더 있다. 가축소유주의 자가진료, 수의사 처방제도가 시행하고 있지만 처방전 없이 판매되는 동물약품들, 동물약품 도매상의 소매행위, 약사법 85조의 약사 예외조항, 동물용의약품의 관납제도 등의 제도들이다. 이로 인해 농장동물의 진료에서 핵심적인 '동물약품의 사용'이 수의사들에 의해서 통제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정작 이를 감독해야 할 행정기관은 오래된 관행이라는 틀 안에서 묵인하고 오히려 권장하고 있다.
이상의 현실은 수의사의 농장동물로의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 또한, 우리 축산물이 수입 축산물과 비교해 안전하다고 말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한 피해자는 국민일 것이다.
대한민국은 '동물의료'가 법으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과잉배출된 수의사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분석과 해법 없이 단순하게 숫자 논리로 접근하고 농장동물 진료시장을 왜곡 해석하여 '수의대 신설'이라는 이권만을 노리고 접근하는 집단들이 있다. 이상한 논리다.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농장동물 현장 수의사로서 이런 현실에 대한 이해 노력과 불균형 해소 등의 시도조차 없었던 현실에 개탄을 금할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