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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기고] 한국형 동물복지 사양관리 멀리 있지 않다(상)

한국엘랑코동물약품 전략축종사업부 허재승 본부장(jaesung.heo@elancoah.com)

[본 글은 '월간 한돈 10월호(제506호)'에 실린 글입니다. 저자의 동의 하에 게재됨을 알려드립니다. -돼지와사람]

 

 

최근 10여년간 농장동물에 대한 동물복지는 주로 분만틀이나 사육면적과 같은 외형적인 요건에 대한 개선 요구와 관련 규제의 증가로 귀결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규제는 '최소복지'라는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농장동물의 환경요건을 동물복지 선진국 수준으로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한 방편일 수 있다. 하지만, 생산자를 규제의 대상으로 보는 접근 방식은 생산자를 동물복지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한다.

 

요컨데, 단기적으로 동물복지에 대한 외형적인 수준을 끌어올렸다면 이제는 내실을 채울 차례이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농장동물에 대한 동물복지는 '한국형 동물복지 사양관리' 방법을 수립하고, 현장에서 이를 실천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른바 '한국형'이라는 것이 국내의 보편사항을 취합한 것이라면 '한국형 동물복지 사양관리'의 시작은 바로 농가에서 시행하는 사양관리 중 모범이 될 만한 사례를 모으고 분석하여 하나의 모델과 지향점을 세우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를 시작하기에 앞서 어떤 부분이 농가에서 동물복지에 모범이 되는 사양관리인 것인지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다. 그것은 바로, 돼지를 불필요하게 아프거나 고통스럽게 하지 않게 하면서도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돼지 키우기 방법이다. 그러므로, 동물복지에 맞는 사양관리 방안이라는 것은 기존의 사양관리 방법을 앞서 기술한 동물복지 관점으로 다시 쓰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이러한 재편 과정에는 기존에 해왔던 사양관리에 대한 이해와 한국형 대안 찾기가 같이 진행되어야 한다.

 

 

동물복지 사양관리의 첫 단계: 내 농장의 돼지를 관찰하기

돼지는 관리자에게 다양한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는 크게 나누면 편안함과 불편함(또는 긴장감)이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고통이나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한다.

 

예를 들어, 돼지의 꼬리물기는 돼지가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꼬리를 물린 돼지에게 연쇄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꼬리 감염을 통한 질병 발생이 같이 증가하게 된다(출처: Porcine Health Management, Part of Springer Nature).

 

그러므로, 돼지에 대한 면밀한 관찰은 동물복지와 생산성 모두에게 중요한 첫 번째 사항이다.

 

기본적으로 돼지를 잘 관찰하기 위해서는 돼지의 기본적인 생리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돼지는 생리적으로 하루에 75%를 누워 있으려고 하며, 이동에 어려움이 없도록 미끄럽지 않은 바닥을 선호한다. 다른 돼지를 보면서 서로 교감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

 

또한, 돼지는 가축화(家畜化) 과정을 거쳤지만 야생에서 이어져온 본능도 여전히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야생에서의 돼지는 2~4마리의 모돈과 자돈으로 이루어진 모계 중심 사회이며 다른 무리와 합사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서열이 엄격하게 존재하므로 먹이섭취(사료) 간에 순서가 분명하며, 잠자리와 똥자리, 식사장소가 구분되어 있기를 원한다. 호기심이 많기 때문에 코로 바닥을 헤쳐서 먹이를 찾는 행동을 하며, 배가 고프면 포만감을 얻기 위해서 침을 흘리며 질겅질겅 씹는 행동을 한다.

 

포유자돈은 모돈의 젖이 자신의 밥줄이므로 젖을 잘 나오게 하기 위해서 앞머리로 유방을 마사지하며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할당된 젖꼭지에서만 젖을 빨 수 있다.

 

만약, 이와 같은 돼지의 본능이나 생리가 충족되지 못하면 돼지는 스트레스와 고통을 느끼므로 이를 완화하거나 대체할 방법을 찾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는 동물복지 측면에서도 옳을 뿐만 아니라 생산성 유지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돼지를 너무 자주 섞으면 돼지 간에 서열투쟁에 대한 스트레스가 자주 유발되며 서열에서 밀린 돼지들은 사료를 먹을 때 배제되거나 투쟁으로 발생한 상처를 통해서 다른 감염증이 발생하고, 심할 경우 폐사할 수도 있다. 또한, 잠자리와 똥자리가 구분되지 못하면 사료통이나 워터컵(물통)에 똥을 싸놓기도 하고, 그나마 편안해 보이는 공간에 몰려서 누워있게 되므로 돼지에게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생산성이 같이 나빠지는 결과를 같이 초래한다.

 

 

또한, 돼지는 스스로 보이는 태도뿐만 아니라 주변에 남겨진 것으로도 자신에 대한 신호를 보낸다. [그림 2]처럼 '분만 후 딱딱하고 건조한 모돈의 분변'과 '사료가 남아있는 모돈의 급이기'는 모돈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는데 이 모습에서 무엇을 확인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서는 '월간 한돈'에서 앞서 정말 많이 소개되었기 때문에 대부분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분만 후 모돈의 장운동이 감소하여 변비가 발생하게 되면 장내 세균이 만드는 내독소 흡수가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모돈은 사료를 점점 덜 먹게 되고 유량이 감소하며 이유체중도 줄어들게 된다. 그러므로, 모돈의 똥이 딱딱한 것을 확인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향후 일어날 연쇄적인 결과를 생각해 바로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만 돼지의 불편함을 줄이고 동시에 농장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참고로, 돼지가 보여주는 행동신호와 대응을 위한 사양관리에 대한 베스트셀러가 있다. 바로 2012년도에 한글로 번역되어 출간된 ‘피그시그널(출판 선진)’이다. 그 외에도 사료회사나 약품회사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사양관리 책자나 축산잡지에 기고된 다양한 글에서도 돼지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내용이 있으므로 평상시 가까이하면서 돼지에 대한 이해를 꾸준히 높이시길 권장한다.

 

요컨대 '관찰하기'는 동물복지 사양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단계이며 결국 아는 만큼 보이므로 농장 관리자의 관찰력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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