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에 의해 웅취가 상대적으로 적은 종돈이 확보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하지만, 거세를 대신할 수 있을 만큼의 최종 상업화까지는 아직 길이 멀어 보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원장 오병석)은 '골든씨드프로젝트(Golden Seed Project, 이하 GSP)' 사업의 일환으로 수퇘지를 거세하지 않고도 '웅취 발현이 적은 동물복지형 신계통 종돈'을 개발하였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웅취는 수퇘지 돼지고기의 조리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불유쾌한 냄새입니다. 당연히 소비자가 선호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생후 7일 이내 수퇘지 자돈을 대상으로 한 외과적 거세가 농장에서 실시되고 있습니다. 거세는 동물복지 관련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입니다.
GSP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정P&C연구소(대표 정영철)는 농협경제지주 종돈개량사업소(전남 영광)와 함께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두록, 요크셔, 랜드레이스의 3개 순종 돼지에 대해 웅취의 주요 요인인 안드로스테논, 스카톨, 인돌 등의 화학적 농도가 낮은 개체를 선발하였습니다. 그리고, 3품종 교배 비육돈(YLD)의 안드로스테논과 스카톨의 연도별 추정치를 추산 및 예측했습니다.
그 결과 매년 후대의 각 웅취 농도가 낮아지는 추세('14년 대비 안드로스테논 42~48%, 스카톨 37∼52%)임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저웅취 웅돈' 개발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연구팀은 현재의 웅취 농도 감소 속도라면 2021년 올해 안드로스테논과 스카톨 농도는 각각 0.85, 0.13㎍/g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는 소비자가 돼지고기에서 감지할 수 있는 역치 이하(안드로스테논 1.0, 스카톨 0.2㎍/g) 수준입니다.
GSP종축사업단(단장 강희설, 국립축산과학원)은 “웅취가 낮은 종돈 계통조성은 차별화된 종돈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다는데 의의가 있으며, 향후 새끼돼지의 거세를 중단한 비거세 돼지 사육은 유럽 수준의 동물복지와 동등한 수준으로 소비자들의 윤리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크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산업 관계자들은 실제 상업화로 이어지는데는 추가 연구와 함께 상당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았습니다. 사실상 아직까지는 연구팀도 인정하는 '가능성'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산업관계자들에 따르면 향후 상업화를 위해서는 일반 비육돈(고기)에 대한 대규모 웅취 발현 추적 연구가 요구됩니다. 아울러 거세돈에 비해 등지방이 얇은 수퇘지의 돼지고기 품질 향상 연구도 필수적입니다. 무엇보다 극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등급판정제도'입니다. 현행 거세를 하지 않는 경우 등외 판정을 받기 때문에 이의 개선도 뒤따라야 합니다.
이래저래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한돈산업의 관심과 지혜가 있어야 가능해 보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