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KBS 환경스페셜에서는 가축의 동물복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우린 왜 행복하면 안되지?'가 방영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한 동물권 단체의 농장 무단 침입 장면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돼지를 비롯 닭, 소 등 여러 농장동물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가운데 돼지는 비중이 그 절반 이상을 차지해 가장 많았습니다.
영상에서 모돈을 새끼 낳는 기계로 정의했습니다. 당연하다는 듯이 일반 양돈장은 공장식 농장의 전형으로 묘사했습니다. 스톨과 꼬리 자르기 문제를 짚었습니다. 불결한 사육 환경도 다루었습니다. 그러면서 동물복지와 함께 가축의 자유와 행복에 대한 바람으로 영상의 결말을 맺었습니다.
한돈산업 입장에서 공감하기 어려운 다큐멘터리였습니다. 동물권 단체의 일방 주장과 편향된 시각뿐만 아니라 사실 왜곡도 보입니다. 이성 대신 감성, 감정에만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잘못 만들어졌습니다.
제작팀은 고병원성 AI와 ASF로 수많은 가축이 살처분되었는데 이는 집단감염에 취약한 밀집 사육 환경이 원인이라고 말했습니다. 밀집 사육으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진 결과라는 것입니다. 거짓입니다.
지난 겨울 동물복지 인증농장에서도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바 있습니다. ASF만 하더라도 국내 소규모 사육 농장에서 양성 사례가 나온 바 있습니다. 해외의 경우 방목사육이 ASF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살처분이 많은 이유는 정부의 과도한 정책이 원인입니다. ASF 확산 방지를 위해 시군 전체를 살처분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이같은 사실은 간과되었습니다.
또한, 제작팀은 밀집사육이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 등의 인수공통전염병 발생의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같은 주장 또한, 억지입니다. 이들 전염병은 모두 사람을 통한 해외 유래 질병입니다. 국내에서 아직까지 이들 인수공통전염병이 자생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제작팀은 밀집사육이 아닌 방목사육이 해결책이라고 말하고 싶은 듯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조금 적게 소비하고 조금 더 지불하는게 맞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내 돼지고기의 적정 공급을 위해 방목사육으로 가능한지는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이를 통해 생산한 비싼 축산물을 소비자가 구매해줄지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제작팀이 소개한 흑돼지 농장의 삼겹살 가격은 한 근에 28,000원입니다.
아울러 운동장을 포함한 방목사육은 현재 불법입니다. 우리 정부는 최근 ASF를 이유로 돼지의 방목사육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습니다(관련 기사).
가축의 동물복지 문제는 정부나 동물권 단체만의 관심이 아닙니다. 농장의 일상 기본입니다. 동물복지의 핵심요소라 할 수 있는 가축의 배고픔과 갈증, 아픔, 불편함 등의 해소뿐만 아니라 질병 예방 노력없이 오늘날의 축산은 불가능합니다. 다큐멘터리에서 언급한 거세나 꼬리자르기 등은 앞으로 개선해야 할 것들입니다.
농장은 동물복지의 객체가 아닌 주체입니다. 끝으로 이 점을 제작팀이나 동물권 단체, 정부에 전합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