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충남 부여에서는 대한한돈협회 주최의 '전국 한돈 지도자 연수회' 행사가 열렸습니다(관련 기사). 협회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전국에서 200여명의 농가가 참석하였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공무원 여러 명이 초대되어 농가와의 정책 소통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날 농가로부터 나온 질문 가운데 하나는 '할당관세'였습니다. 정확히 올해 정부가 돼지고기 물가 안정을 이유로 캐나다산, 브라질산, 멕시코산 등 수입 돼지고기에 대한 무관세 할당관세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답변에 나선 농식품부 담당자는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지만, 물가 상황에 따라 기재부가 할당관세를 언제라도 결정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할당관세 결정 여부는 농식품부가 아니라 기재부 소관이라고 솔직히 말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최대한 시행하지 않도록 기재부를 설득하는 노력을 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손세희 회장은 정부가 할당관세를 시행하고자 한다면 협회장으로서 반드시 막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과연 한돈산업은 할당관세를 막아낼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할당관세는 기재부가 아니라 대통령의 강한 정책의지이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할당관세 제도를 잘 활용하고 관세를 아예 물리지 않는 방향으로 물가를 낮추고 수입을 다변화해 더 싼 식품·식자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범세계적 루트와 시장을 조사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제 올해 돼지고기에 대해서는 할당관세가 시행되지 않았지만, 할당관세 품목과 양은 지난해보다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에 국회산하기관에서는 '할당관세를 통한 수입물량 확대 등 단기적·일시적 정책의 반복 시행은 생산자의 자율적 수급조절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내었습니다(관련 기사).
현재로선 정부가 돼지고기 할당관세를 당분간 시행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여전히 농산물에 비해서 돼지고기 등 축산물의 가격이 안정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농식품부는 지난 27일 축산물 물가 관련 보도자료에서 "5월까지 돼지 도축 물량과 수입량이 증가하여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2%, 소비자가격은 10.5% 낮은 상황"이며, "돼지고기 가격의 경우 계절적인 요인 등으로 여름까지는 전월 대비 상승하는 시기이나, 올해는 지속적인 할인행사, 도매가격 약세 등으로 상승률이 예년과 비교하여 매우 낮은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할당관세보다 당장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농식품부가 언급한 돼지고기 수입량입니다. 올해 할당관세가 시행되지 않고 있음에도 5월 현재까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상황입니다(관련 기사). 무려 21.5%(5.28 기준 누적)나 증가했습니다. 역대 최고 수입량을 기록한 '18년과 막먹는 수준입니다. 이달 남은 기간 추월도 가능해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돈은 최근 과지방 삼겹살에 이어 주사침 이슈까지 겪고 있습니다. 안팎으로 다 어려움이 있는 '외우내환' 상황입니다. 오는 30일 한돈산업발전협의회가 올해 들어 두 번째 회의를 가집니다. 현 '외우내환' 상황을 한돈산업이 슬기롭게 헤쳐나갈 방안이 논의될지 주목됩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