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물가가 가파르게 뛰고 있습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는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인 6.0%를 기록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치는 떨어지고, 금리는 올라가 실제적인 물가는 8%가 넘어섰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는 물가를 잡기 위한 대응 방안을 속속 내놓았습니다. 물가상승률 6% 중 축산물의 기여도는 0.35% 포인트라는 정부 발표 자료에도 불구하고, 돼지고기는 대표적인 물가 관리 대상으로 지목되어 일찌감치 무관세 할당관세 물량 5만 톤이 배정되었습니다. 수입업자에게 부과되는 관세를 면제해 준 것입니다.
이같은 결정에 일선 농가들은 우려를 표했습니다. 유류세 인하 사례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소비자 가격 하락 효과는 없고 농가들의 피해만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지난달 도매가격은 8.2% 하락했지만 소비자 가격 하락폭은 1%에 그쳤습니다(관련 기사). 결국 농가에게 돌아갈 돈을 뺏어 수입업자에게 챙겨 주는 꼴이 된 셈입니다.
이러한 결과에도 정부는 지난 8일 돼지고기 할당관세 물량을 기존 5만 톤에 더해 2만 톤을 추가로 배정하기로 하면서 놀랍게도 2만 톤을 삼겹살 부위로 특정했습니다. 같은 날 수입산 소고기 할당관세 10만 톤 배정도 함께 나왔습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이달 11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도매시장 출하 시 도축수수료 2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육류 공급 확대와 함께 농가의 출하비 부담을 완화해준다는 명목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이번) 도축수수료 지원을 통해 도매시장에 돼지를 상장하는 농가의 출하비용 부담이 약 3.4만 원에서 1.4만 원으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밝혔습니다. 한 산업 관계자는 '도매가격을 무너뜨려 농가 전체를 죽이려는 지원이다'라며 '기가 찬다'라고 개탄했습니다.
이에 대한한돈협회는 돼지 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꼼수라며 즉각 반발했습니다. 협회는 "현재 도매시장에 경락되는 돼지는 일 전체 출하물량 대비 5% 미만으로 도매시장 출하물량 확대는 곧 경락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지원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할당관세 역시 소비자 편익은 없으면서 농가의 피해를 가중시키는 정책이라며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정부는 여전히 소비자물가가 높아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태도입니다. 대신 농가의 피해를 없애기 위해 사료구매자금 지원 규모를 확대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동의하는 농가는 없습니다. 사료구매자금지원은 전체 농가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아닙니다. 선착순이며, 애초에 신청이 불가한 농가가 상당수입니다. 엄연히 반드시 갚아야 하는 돈입니다. 반면, 정부의 할당관세 등 인위적인 시장개입으로 인해 떨어진 도매가격은 농가 전체에게 고스란히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은 공평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공평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일방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희생이 어쩔 수 없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책 또는 보상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당장 할당관세 물량 확대와 도매시장 도축수수료 지원 계획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합리적인 방안 모색을 위해 한돈산업과 머리를 맞대길 촉구합니다.
끝으로 한돈협회에도 요구합니다. 이번 할당관세로 인해 발생한 농가의 피해를 조사해야 합니다. 할당관세로 인해 도매시장 가격이 얼마큼 영향을 받았는지 합리적인 자료를 확보하길 바랍니다. 아울러 도매시장 도축수수료 지원으로 발생할 피해도 면밀히 살펴봐야 합니다.
돼지와사람(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