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올해 돈가 상승의 가장 큰 제약은 '정부의 물가관리 의지'같습니다. 지난해(관련 기사)에 이어 올해도 돼지고기를 비롯한 축산물의 가격이 하락하며 전체 농축산물 소비자물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이하 농식품부)는 설을 1주일 앞둔 2월 1일 현재 10대 설 성수품의 공급량은 144천 톤으로 계획 대비 105.5%의 실적을 보이고 있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조사하는 10대 설 성수품의 소비자가격은 지난해 설 전 3주간 평균가격(1.19~2.1일, 전년 설 前 3주간 평균 대비)보다 2.6% 낮은 수준이라고 지난 2일 밝혔습니다(관련 기사).
* 10대 성수품 소비자가격 : △2.6%(물가 가중평균),
(배추) 3,125원/포기(4.6%), (무) 1,537원/개(△17.0%), (사과) 27,025원/10개(13.0%), (배) 33,217원/10개(20.7%), (소고기-등심) 9,591원/100g(△1.8%), (돼지고기-삼겹) 2,314원/100g(△6.5%), (닭고기) 5,629원/kg(△1.0%), (계란) 5,891원/30개(△11.3%), (밤) 6,056원/kg(2.6%), (대추) 16,607원/kg(△0.1%)
10대 성수품에는 배추, 무, 사과, 배 등의 농산물과 소(등심)·돼지(삼겹)·닭고기, 계란 등의 축산물, 밤과 대추 등의 임산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들 성수품 가운데 농산물과 임산물은 무(-17.0%)와 대추(-0.1%)를 제외하고 대부분 소비자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상승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기상재해로 생산이 감소한 사과(13.0%)와 배(20.7%)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크게 상승했습니다. 반면, 축산물은 모두 가격이 하락했습니다. 계란(-11.3%)이 가장 크게 떨어졌고, 돼지고기(삼겹)가 -6.5%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소고기(등심)와 닭고기 가격은 각각 -1.8%, -1.0% 수준이었습니다.
결국 요약하면 성수품 가운데 농산물과 임산물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가운데 축산물 가격이 하락하며 전체 소비자가격 하락세를 이끌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향은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도 고스란히 나타났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농축산물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7%, 전월 대비 3.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전년 동월 대비 주요 상승 품목은 생산량이 감소한 사과(+56.8%)‧배(41.2%)와 대체 수요가 증가한 토마토(51.9%)‧딸기(15.5%) 등이며, 주요 하락 품목은 도축마릿수가 증가한 돼지고기(-2.3%)‧소고기(-1.2%) 등 축산물과 생산이 증가한 마늘(-12.1%)‧양파(-9.5%)‧상추(-14.9%) 등 채소류입니다. 농축산물 소비자물가에서도 축산물이 전체 물가 상승세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올해 정부의 소비자물가 목표는 2%대입니다('23년 3.6%). 일단 첫 달인 1월 2.8%로 6개월 만에 2%대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중동지역 불안 등으로 국제유가가 80달러대로 재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부의 '2%대 물가' 목표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정부가 축산물 도매가격 상승을 그냥 두고 볼 리 만무해 보입니다. 돼지고기의 경우 여차하면 할당관세 카드가 재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편 1월 돼지 도매가격은 전달(4890원)보다 10.3%, 지난해 1월(4756원)보다 7.8% 하락한 4386원으로 집계되었습니다(관련 기사). 정부의 목표대로 국내산 돼지고기 공급량이 크게 증가한 것이 한 원인입니다. 역대 월간 최대 물량인 183만 마리가 출하되었습니다. 소·돼지고기 수입량도 합쳐 8만톤에 이르면서 가격을 제한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돼지고기 소비 부진 분위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