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우리는 차세대 축산리더 수기사례집' 내용 중 일부입니다. 스마트제조혁신협회 동의 하에 싣습니다. -돼지와사람]
동물자원학부고, 취업에 고민이 있는 4학년 학생이라면 신청 안 할 이유가 없을 거 같은데요?
전공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이다. 작년부터 시작한 ‘차세대 축산리더 아카데미’라는 활동이 있는데 올해도 지원자를 모집한다고 해서 우리가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아카데미 활동에서 들을 수 있는 강의들이 요즘 떠오르는 주제들이어서 우리도 들어보면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셨다.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유익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란 교수님 말씀에 신청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학과 단체 대화방에서 공지를 먼저 보았는데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 “동물자원학부고, 취업에 고민이 있는 4학년 학생이라면 신청 안할 이유가 없을 거 같은데요?”라고 말하셔서 설득되었다.
뭐든 시도해 봐야 잘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도전해 봐야겠다!’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미래에 대한 방향을 찾고 싶은 마음도 컸다. 전공을 살리고 싶지만, 어떻게 살리면 좋을지 잘 몰라서 지원서를 작성하고 신청하게 되었다.
2박3일 발대식 동안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발대식 가기 전 가장 많이 한 생각이다. 활동의 시작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이랑 2박3일 동안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더 컸다. 이때는 우리 학교에서 참여한 사람들도 잘 몰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걱정하며 긴장한 채로 발대식 장소로 이동했다.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 사람이 먼저 나에게 인사를 했다. 우리 학교 후배였다. 나는 그저 발대식에 대해 걱정만 하고 있었는데, 먼저 밝게 인사해 주니까 정말 고마웠다. 덕분에 우리 학교 사람들과 먼저 조금 친해질 수 있었다. 어색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말 걸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첫째 날 저녁에 다른 학교 사람들과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협회 측에서 다른 학교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게 레크레이션 일정을 계획해 주셨기 때문이다. 어색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몰랐지만, 그래도 계속 대화를 시도하다 보니 처음보다 어색함이 풀어진 것 같았다. 이후 둘째 날, 셋째 날 일정은 조금 더 긴장을 풀고 참여 할 수 있었다.
둘째 날에는 카길애그리퓨리나라는 회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카길 평택공장을 견학했다. 저녁에는 작년 아카데미 선배와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여러 이야기를 해주셨지만, 특히 농장실습에 대한 자세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셋째 날에는 계속 특강을 들었다. ESG, 미래 축산업, 새로운 도전을 주제로 한 특강이었다. 특강의 모든 내용을 이해하진 못했지만 ‘역시 축산업은 중요하고 앞으로도 발전시켜 할 산업이구나’라는 걸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 2박3일 동안 시간을 보내면서 앞으로의 아카데미 활동에 대한 궁금함과 기대감이 커졌다.
이 질문을 해도 될까?
5월 마지막 주 카길애그리퓨리나 임원진 분들과의 타운홀 미팅을 앞두고 든 생각이다. 타운홀 미팅 시간이 너무 긴장되었지만, 임원진 분들께 직접 질문할 기회가 자주 없을 거란 생각에 용기를 내었다.
내가 처음 한 질문은 “축산 데이터를 가지고 일하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을 위해 카길애그리퓨리나에 어떤 특정 역할이 있을까요?”였다. 질문이 조금 포괄적이라 참여해 주신 임원진 분들이 모두 돌아가면서 답변해 주 셨다.
답변을 요약하자면 ‘각 부서에서 데이터를 다루지 않는 부서는 없다. 모든 부서에서 부서와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하고 해석한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 한 질문은 “생산·품질 관리 직무를 맡은 분의 일과가 궁금합니다"였다. 이 직무를 맡은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떻게 일을 하는지가 궁금해서 한 질문이었다.
직무를 맡기 위한 자격요건도 궁금 했지만, 일과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가 더 궁금했다. 이 직무에 대해 완벽하게 다 알 수는 없었지만, 질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 2 시간의 질의응답 시간에 긴장 때문에 질문을 못 할까 봐 걱정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질문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이렇게 모두가 질문을 번갈아가며 하다 보니 2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내가 한 질문에 대한 답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점도 알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론과 다른 부분들도 있고, 생각보다 많이 힘들거에요.
농장실습 전 안전교육 때 많이 들었던 말이다. 농장 실습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이 말을 들으니, 걱정이 많이 되었다. 냄새도 심하다는 주변의 말이 계속 떠올랐다.
하지만 축산 전공을 하면서 농장 실습은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농장 실습으로 분명히 배울 게 많을 거라는 말에 의지가 생겼다. 현장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배우게 될지 몰랐지만 가서 2주 동안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새끼 돼지가 많이 태어나는 날이라 분만사에서 일을 했고 수요일 오후부터 토요일까지는 임신사에서 일을 했다. 분만사에 들어가기 전 어떤 냄새가 날지 상상이 가지 않아서 긴장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못 견딜 정도의 냄새는 아니었다. 돈사니까 당연히 냄새는 어느 정도 날 거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깜짝 놀란 건 돼지 크기 때문이었다. 분만사에 들어가니까 생각보다 모돈이 컸기 때문이다.
분만사에서는 태어난 새끼 돼지들을 닦아서 보온등 아래에 두는 일을 주로 했다. 월요일부터 수요일에 새끼 돼지가 많이 태어나기 때문에 분만사를 열심히 돌아다니며 살펴보았다. 많은 수의 새끼 돼지가 태어 나는데 크기가 다 다르고 모두가 다 건강하게 태어나지 않았다. 약하게 태어나서 어쩔 수 없이 도태되는 새끼 돼지들도 보았다. 안타깝지만 어 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모님을 따라 양자보내기를 도왔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없었지만 지켜보면서 ‘많은 과 정을 거쳐서 양자 보내기를 하는구나’를 느꼈다. 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셨다. 또 이각, 견치, 단미하는 걸 관찰했고 단미는 몇 번 직접 해 보기도 했다. 쉽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처음 해본 거라 잘되지 않았다. 하지만 분만사에서 하는 일을 경험할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수요일 오후부터 토요일까지는 임신사로 이동하여 일을 했다. 임신사는 분만사보다 돼지가 더 많아서 냄새가 더 심하게 났다. 여기서는 나도 마스크를 썼다. IDAL 3G 백신접종 기계를 사용하여 PRRS 백신을 접종했다.
이 기계를 선배님도 처음 사용하는 거라 같이 설명 영상을 보면서 방법을 공부했다. 희석액과 약을 잘 섞어서 기계에 장착한 다음 기계를 기울이지 말고 돼지의 엉덩이 부분에 밀착시켜야 한다. 접종이 제대로 되면 작은 자국이 남는다. 이걸 보고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수의 돼지에게 접종해서 팔이 조금 아팠지만 백신 접종을 직접 해볼 수 있어서 뿌듯했다.
그리고 가장 많이 한 일은 인공수정이었다. 정액팩을 삽입 된 정액 주입기에 연결하여 인공수정을 시켰다. 정액이 너무 빠른 속도로 들어 가는 거 같으면 각도를 살짝 낮춰서 들고 있으라고 하셨다. 정액팩도 농장에서 정액을 직접 희석해서 제조하는 거였다. 농장에서 하는 모든 일들이 중요하지만, 정액을 희석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거 같다고 생각했다. 양돈 농장에서 모든 과정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정액 주입기 삽입도 몇 번 해보았다. 사실 이걸 우리에게 해보라고 하실 줄 몰랐다. 굉장히 세심한 작업이고 잘못 삽입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팀장님이 하시는 걸 보기만 할 때도 어려워 보였는데 한번 해보라고 하셨을 때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몸이 굳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알려주실 때 하나라도 더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서 도전해 보았다. 요도를 찌르지 않게 각도를 잘 조절해서 삽입해야 하는 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몇 번 해보니 처음보다는 익숙해져서 긴장이 조금 풀렸다. 앞서 말한 것들 이외에도 모돈 임신 진단하기, 모돈개체 현황판 달기, 이유시키기, 똥 치우기를 경험했다. 임신 진단 할 때는 옆구리 안쪽의 파인 부분을 진단하는데, 포도알 같은 모양이 보이면 임신이 된 것이다. 임신 진단은 교배 3주 후에 실시한다고 하셨다.
이각 표시를 읽으면서 모돈개체 현황판을 달았다. 이각 표시 읽는 방법에 관해 설명을 들었는데도 처음에는 너무 헷갈렸다. 정말 여러번 설명을 듣고 이해했다. 일요일 오전에 잠깐 나와서 이유시키는 것을 도왔다. 그리고 돈사의 기본적인 일인 돼지 분변 치우기, 돼지 이동시키기도 했다. 일을 배우면서 돼지 농장에서 정말 많은 일을 한다는 걸 알았다. 현장에서 배우니까 이론으로 배울 때 보다 훨씬 기억에 잘 남았다.
2주 농장실습이 끝나고..!
실습 첫 주는 일과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었다. 실습하면서 모르는 걸 질문할 용기를 얻었고, 농장에서 하는 일들을 직접 해볼 기회를 얻었고, 점점 흥미와 자신감도 얻었다. 모든 게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라 매번 조금씩 긴장하긴 했다. 하지만 해보고 싶었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우린 실습생으로 농장 일을 경험하고 배우러 왔기 때문이다. 환경과 일들이 낯설게 느껴진 건 당연했다. 농장실습 오기 전에는 정말 걱정을 많이 했다. 주변에서 일이 쉽지 않을 거라고 했고, 냄새도 심할 거라고 했다.
그동안 보지 않아도 이론상으로 다 알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된 2주였다. 왜 주변에서 농장실습 한 번은 꼭 가봐야 한다고 했는지 알 거 같다. 솔직히 일이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농장에서 일하는 게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하시고, 직접 해볼 기회를 주시고, 질문하면 잘 답해주시고, 잘 챙겨주셔서 의미 있는 2주를 보낼 수 있었다. 일이 적응되니까 실습이 끝나버렸다. 뭔가를 깊게 배우기에 2주는 짧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장실습이 차세대 축산리더 아카데미 활동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