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우리는 차세대 축산리더 수기사례집' 내용 중 일부입니다(관련 기사). 스마트제조혁신협회 및 카길애그리퓨리나, 수기 작성자 등의 동의 하에 싣습니다. -돼지와사람]
양돈을 접하게 된 아카데미의 참여
2022년 8월 전역을 하였다.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까?”하며 약간은 방황을 하는 중이었다.
그러던 중 대학교 기숙사를 같이 쓰던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친구는 “축산리더 프로그램이 있는데 같이 한번 해 보자”라고 하였다. 하지만 양돈이 주제였기 때문에 좀 망설였다. 집에서 젖소, 한우 목장을 하고 있고, 진로 역시 소와 관련된 것으로 가야겠다 다짐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진학하기 전부터 축산업을 이끌어가는 인재가 되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대학 역시 진학하였다. 축산업을 이끌자고 생각했지만 내가 아는 것은 많은 업종 중에 낙농업뿐이였다. 대학에서 축산을 배워도 일부로 소와 관련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과목만을 선택하였고, 축산업을 바라볼 때 모든 것을 소와 관련되어 생각하고 있는 나 자신을 알게 되었다.
축산업을 이끌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한 가지 업종만으로 축산업을 바라보는 건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다. 3개월의 프로그램으로 양돈업에 대해서 제대로 알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되었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신청하게 되었다.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통해 양돈을 알게 되다
처음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을 때는 좀 많이 후회했었다.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을 때 솔직히 좀 이해하기 어려웠고,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강의 내용들이 실습할 때 상기되어 큰 도움이 되었다.
또 같은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사람들을 협회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모두 나이가 다양하였지만 대부분 친화력이 좋아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그중에는 나와 배경이 비슷한 사람들도 많았고,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어 좋았다.
또 3기의 경우 대부분 4학년인 만큼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대학 시절 견학동아리의 회장을 맡아 견학할 장소들을 물색했던 기억이 있다. 학생 신분에서 사료 회사나 여러 공장, 현장과 연락하고 일정을 잡는데 상당히 힘들었다.
하지만 차세대 축산리더 프로그램에서 업체와 일정을 잡고 학생들은 열심히 참여만 하면 되는 방식이라 좋다고 생각이 된다.
견학을 다니며 가장 좋았던 점은 기업으로 견학할 때 대표나 회사의 책임자들이 나서 교육을 했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회사를 구경을 하는 게 아니라 먼저 업계에 진출한 선배들의 경험과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요즘 진로에 대해 크게 고민 중이었는데 교육을 들으며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 견학 중 카길애그리퓨리나 평택공장의 사료 운송시설, 포프리의 양계장, 아쿠아포닉스 시설 등을 보았다
축산업이 사양산업이라고들 하지만 전통의 축산업에서 이제는 장치 시설 산업으로 나아가면 계속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산업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나는 포천에 위치한 동암농장으로 양돈 실습을 하러 가게 되었다. 청람 농장과 산중 마을로 두 개로 나뉘었는데 나는 산중 마을로 혼자 가게 되었다. 실습생끼리 다 같이 가면 재밌기는 하겠지만 혼자 가서 농장에 좀 더 녹아든다면 더 많은 것을 배 우지 않을까 하여 지원하게 되었다.
생각 대로 적중하였다. 농장에는 인력이 크게 부족하였고, 그냥 관찰하고 체험하는 실습생이 아니라 한 명의 농장구성원으로서 현장의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농장실습, 시작과 끝의 다름
평소에 TMR 공장을 견학 간다든지, 연구소에 가고, 여러 목장을 돌아다니며 현장을 많이 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양돈장의 문을 처음 열었을 때 상상 속의 농장과 너무 달라 충격이었다. 일단 임신사의 문을 열었을 때 열기에 놀랐고, 큰 소음에 놀랐고, 생각보다 큰 돼지 크기에 놀랐다.
냄새의 경우는 과거 양돈업을 하셨던 아버지와 여러 사람이 겁을 주어 걱정을 많이 하였지만, 직접 가보니 겁먹은 만큼은 아니었다. 임신사에서의 일과는 6시에 시작한다. 6시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점호를 하고 6시 50분부터 분변 제거를 실시한다. 6시에 일어나야 하는 게 다들 힘들다고 하지만 평소에 5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좀 쉽게 적응했다고 생각한다.
분변 제거를 한 후 종부를 한다. 처음 농장에 갔을 때 돼지의 사이즈에도 놀랐지만, 웅돈은 더 커서 하마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종부를 한 후 쉬는 시간을 가지는데 티타임을 가지며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근무하며 배우는 것보다 직접 종사자와 대화할 때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이사님은 60대였는데 계속 양돈산업에서 근무하신 분으로 그의 많은 경험과 노하우 등을 배울 수 있었다. 70대 기사님은 20대 시절 양돈장을 운영하셨고, 다른 일들을 하시다가 다시 양돈산업으로 돌아오신 분이었다.
학교에서 배울 때는 양돈업의 미래, 기술에 집중해서 배우느라 과거에 대해서는 무지하였다. 양돈업의 역사를 같이 달려온 분에게 들어 좋았다. 마지막으로 40대 과장님이 있었는데 이분과 2주 동안 정말 많은 대화를 했다. 나는 강원대로 진학하였지만 농수산대학교에도 합격하였었다. 농장 운영에 큰 뜻이 있었다면 농수산대로 진학하였겠지만 하고 싶은 게 많아 진학하지 않았다.
과장님은 농수산대를 졸업하고 직접 양돈장을 운영하다가 여러 회사에 다니다 이 농장으로 오셨다고 했다. 어쩌면 나도 갈 수 있었을 길을 걸어온 선배에게 그간 쌓아온 경험을 들으며 내가 대학을 선택했던 때의 그 순간부터 현재까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평소 만나기 힘든 사람들의 경험부터 생각까지 들어볼 수 있어 더 많은 것을 챙겨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장에서는 오전 티타임 전에 기본 관리를 끝내고 그다음 돼지를 옮기거나 농장 하자보수를 실시한다. 사료 자동급이기, 니플 급수기는 농장에서의 노동력을 크게 줄이고 편리하다 이렇게 배웠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자동급이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고무망치로 사료빈을 두들기고, 급이기 하나하나 확인하며 두들기고, 돼지가 흘린 사료를 스크래퍼로 긁었다. 또 니플도 하루에 5개 이상 교체하였다.
일을 직접 하며 느낀 것은 전통 축산에서 필요했던 노동력이 다른 측면으로 옮겨간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ICT 기술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는 기기를 장기간 사용하여도 하자가 없고, 문제없이 돌아가는 게 농가 입장에서 더 좋을 것이기 때문에 내구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오후에도 기본적인 일과를 하고 소독과 청소를 진행하였다. 기본적인 임신사의 일과는 이렇게 진행된다.
자돈사에서도 이틀간 근무했는데 자돈사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자돈들이 하루에도 몇 마리씩 죽어 나가는 것을 보았다. 임신사에서는 장화를 갈아 신고, 소독을 하는 것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였다. 하지만 자돈사에서는 누군가의 안일함으로 집단 폐사할 수 있어 소독의 중요성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또 정말 자돈사의 일과는 치료와 백신이 대부분인 것을 보며 다른 곳에서는 몰랐지만 정말 동물약품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습이 끝날 때쯤 농장 사장님과 저녁 식사를 하였는데 “서울대, 수의학과, 40대” 다 농장과는 괴리감이 있는 수식어를 가진 분이 었다.
서울대 수의학과를 나오고 퓨리나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농장의 사장님이 된 일대기 를 들었다. 나는 “이게 전공이니깐 이 길로 가야지, 여기에 취업했으니 이 길로 가야지”단 한 가지의 길만 생각하였는데 이런 고정관념을 깨주셨다.
사장님과 대화하며 나에게는 “농장을 멋지게 운영하고 싶은 꿈도, 교수가 되어 학생을 가르치고 싶은 꿈도, 회사에 들어가 높은 곳까지 가고 싶은 꿈도, 축산업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은 꿈도 이렇게 많은 꿈이 있는데 이 많은 꿈을 모두 이룰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축산리더 아카데미, 지난 경험과 시간들
농장 사장님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같이 근무하는 이사님이 나에 대해 소개할 때 “이 친구는 꿈이 정말 큽니다, 멋있습니다” 이렇게 소개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는 부끄러워 부정을 했었지만 나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습을 하며 티타임을 할 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고민들, 또 어떻게 나아가야할지에 대해 수많은 이야기를 하였는데 그 순간마다 좀 부정적이시고, 무뚝뚝하셨는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소개를 해주셔서 계속 기억에 남는다.
자돈사에서 외국인 2명과 근무를 하였었다. 그때 외부에서 전기 점검을 온 분이 영어로 말을 걸었다. 계속 영어로 말을 걸길래 아 장난이구나라고 생각하며 그냥 웃어넘겼는데 “where you from?”까지 나오길래 양평에서 왔습니다. 이렇게 답했더니 그분이 깜짝 놀라셨다. 양돈 현장을 많이 돌아다니셨는데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인이고 이렇게 젊은 내국인을 처음 봤다고 미안하다고 하셨다. 얼마나 양돈 현장에 외국인 근로자가 많고, 고령화가 되었는지를 한 번에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결국 고령화로 많은 사람이 은퇴할 것이고, 이 빈자리를 젊은 사람들이 채워야 할텐데 과연 그럴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도 실습하며 할만하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졸업하고 현장으로 바로 들어갈 생각은 없다. 농장에 대해 거리감이 없는 나도 이렇게 생각할 정도면 다른 청년들이 들어오기도 상당히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든다.
차세대 축산리더 프로그램에 참여 하며 국립축산과학원도 가보고, 여러 업체의 사장님들도 만나며 좋은 경험 을 많이 하였다. 양돈업에 대해서는 대학교에서 딱 배우는 이론들 뿐이라 자신이 없었다. 3달간 교육도 많이 듣고, 실습도 하며 양돈업에 대해 그래도 이제는 안다고 말할 정도가 되었다.
지금까지 축산업을 축우와 관련된 측면으로만 바라봤지만 이제는 다양 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또 여러 경험을 하며 계속하고 있던 진로에 대한 고민이 좀 더 구체화하여 좋았다.
나처럼 전역하고 진로 고민이 많은 친구가 프로그램을 수강하면 프로그램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스스로 프로그램을 열심히 수강했고 내년에 아카데미가 이어지면 좋을 것 같다. 인연이 된다면 프로그램을 먼저 수강한 선배로서 나와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