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우리는 차세대 축산리더 수기사례집' 내용 중 일부입니다(관련 기사). 스마트제조혁신협회 및 카길애그리퓨리나, 수기 작성자 등의 동의 하에 싣습니다. -돼지와사람]
아카데미 참여와 만남
처음 프로그램을 접했던 것은 학과 카카오톡 공지방이었다. 방학 동안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나에게는 고민할 필요도 없는 좋은 기회였다. 공지에 적힌 링크를 클릭하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구글폼을 작성해 내려갔다.
1기로 선발되어 처음 발대식에 참여했을 때, 카길 평택공장에서 진행된 ESG 지속가능경영팀의 ESG 경영에 대한 소개와 공장 투어를 통해 사료설비를 두 눈으로 보고, 사료를 직접 만져보는 일은 가슴을 뛰게 하기 충분했다. 프로그램을 참여하며 전국의 축산대학에 다니고 있는 대학생, 대학원생들을 만나며 서로의 의견도 공유하고,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또한 그들과 함께 축산업계 중 양돈업에 종사하고 계시는 전문가들로부터 가슴이 벅찬 강연을 듣기도 했다. 전공수업과 학교에서 벗어나 ESG를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축산분야 사료업계의 1위 기업 카길에서, 미래의 축산리더들을 위한 자리를 열과 성의를 다해 마련해 주신다는 것이 매우 감사하게 느껴졌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축산업의 몰랐던 환경, 바이오가스플랜트, 메탄 저감 사료 등 지속가능성에 대해 전문가의 강연만 들을 뿐만 아니라, '양돈산업의 현황'이라는 주제로 발표대회와 보고서를 준비하며 서로 의견도 공유하면서, 우수상이라는 정량적 성과도 낼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축산업의 일원으로서 발전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체험의 순간과 시간들 농장실습
프로그램 중 현장실습으로서 진행되었던 전라남도 영광의 ‘태흥종축’에서, 직접 정화방류 되는 돼지분뇨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이론으로만 알고 있었던 부분이 나에게 더욱 와닿았고, 몸소 체득되어 잊을 수 없는 나만의 자산이자, 지식이 되었다.
‘태흥종축’에서는 임신사를 비롯하여 분만사, 자돈사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 중 분만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분만사에서는 갓 태어나는 돼지들을 페이퍼타올로 태반과 이물질들을 닦아주고, 탯줄을 잘라주며,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는 암·수를 구분하여 마커로 표시한다. 마커로 표시한 성별을 바탕으로, 수컷 돼지들은 거세를 진행하게 된다.
태어난 돼지들은 꼬리물기를 방지하기 위해 꼬리를 자르고, 모돈과 부돈의 정보를 자돈에게 표시해 주기 위해 이각 작업도 진행한다. 또한 어미의 젖꼭지가 상처나지 않도록 새끼돼지들의 이빨을 잘라주고, 면역을 높여주기 위해 콕시돈과 가나마이신 약품을 먹이고 엉덩이에 백신을 놓는 일이 분만사의 주된 일이다.
한 모돈 당 최소 14마리씩은 새끼돼지들이 태어나고, 주로 세 개에서 네 개의 돈방에 배치된 모돈들이 같은 날에 새끼를 낳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러 돈방들을 왔다갔다 하면서 새로 태어나는 새끼돼지들을 확인하며 다른 돼지들을 케어해 주는 일을 쉴 새 없이 해야 한다.
그 와중에 혹시나 어미돼지에게 깔린 새끼돼지들은 없는지, 소리에도 귀를 잘 기울여야 하는 작업이다. 자돈사에서는 자라나는 자돈들을 위해 사료를 채워주고, 습기와 음수 때문에 막히는 사료통들을 하루 두 번씩 꼬챙이를 이용해 뚫어주어야 한다.
임신사에서는 하루에 인공수정을 진행해야 하는 돼지들을 경산돈과 미경산돈(출산 경험이 없는 처녀돈)으로 구분하고, 정액팩과 카데터를 이용하여 인공수정을 진행한다.
농장장님께서 아카데미 친구들을 좋게 봐주신 덕에, 폐사한 모돈과 자돈을 해부하여 직접 보여주시기도 하였다. 돼지고기의 부위도 어떻게 구분하는지 배우고, 내부 장기를 직접 관찰하고 만져보며, 폐사의 원인이 무엇인지도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을 진행하며, 축산업의 과제인 ‘생산성의 향상’에 대해서도 현직자인 농장장님과 함께, 그리고 축산업의 미래가 될 친구들과 함께 의견을 공유하고, 생각해 보는 귀한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아카데미를 통한 견문의 확대
11월 1일부터 11월 3일까지 진행된 '축산 선도기업 국내연수-축산기업의 미래' 일정을 통하여 육가공업을 선도하는 강원도 횡성의 ‘백두대간’, 흑돈을 타겟으로 하여 연구하고, 흑돈을 이용한 하몽과 소시지, 돈가스 등을 상품화 시킨 남원의 ‘다산육종’, 우리나라의 축산에 대해 전방에서 연구하고, 다방면으로 발전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는 완주에 위치한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업계의 구글이라고 불리는 화순의 ‘포프리’를 방문하며, 축산업계에는 이렇게 다양한 기업과 분야, 직업과 직종이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일들은 수업과 이론으로는 배울 수 있지만, 이렇게 자세히 배우기는 어렵고 직접 몸으로 일하면서 체득하는 지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체감하게 했다. 동물자원과학과를 전공하면서도 농장이나 현장경험이 없이 사회에 나오는 일이 수두룩하다. 나도 이 ‘차세대 축산리더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경험하지 못했을 일들이었다.
이러한 현장경험은 나로 하여금 전공 수업을 들을 때에도, 더욱 내용이 직접 와닿게 되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전문가 강연,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양돈’과 ‘ESG’, ‘지속가능성’ 에 더욱 관심이 생긴 나는, 건국대학교에서 학부생 대상으로 진행한 ‘2022 상허생명과학대학 학술공모전’에서 '지속가능한 양돈 산업 발전을 위한 한국형 친환경 양돈 산업 시스템 제안'이라는 주제로, 지속가능성이란 무엇이며, ESG 경영이란 무엇인지 분석하고, 현재 축산업의 뜨거운 이슈인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 대해 알아보았고, 이에 관련된 양돈분뇨의 발생량과 처리량에 대하여 조사하였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브레인스토밍을 통한 8가지의 아이디어를 제시하였다. 이 중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바이오 가스 플랜트(BGP)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을 제안하는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그 결과 ‘차세대 축산리더 아카데미’ 프로그램에서 알게 된 학과 후배인 조유빈 학우와 함께 팀을 이루어 본선에 진출한 후 학술성과 발표회를 진행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장려상이라는 쾌거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러한 학술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양돈과 ESG, 지속가능성, 바이오 가스 플랜트에 대해 조사하고 한계점을 파악할 수 있었고, 발전방향에 대하여 고찰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은 시작의 바탕이 되어준 스마트 축산과 지속가능성, ESG에 대하여 아이디어를 던져준 ‘차세대 축산리더 아카데미’가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아카데미에 고마운 마음 전하며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가장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은 분은, 사실 한 명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카길애그리퓨리나’의 박필규 상무님, 박용순 사장님, 이일석 이사님, ‘스마트제조혁신협회’의 김문선 국장님, 박승찬 팀장님, 그리고 이제는 퇴사하셨지만 스마트제조혁신협회에 몸 담으면서 초기에 차세대 축산리더 아카데미의 각 1기, 2기 멘토로서 두 발로 직접 이곳저곳 우리와 함께 뛰어주셨던 박유진, 권예진 사원님, ‘태흥종축’의 윤영의 농장장님, 전성주 사장님, 그리고 함께 태흥종축에서 일했던 1기 박지원, 백희영, 박서우 친구들, 또한 함께 땀 흘리며 일했던 네팔과 필리핀, 캄보디아에서 왔던 외국인 노동자 친구들과 전남대 친구들, 그리고 여기에 이름을 모두 쓰지는 못하지만 함께 울고 웃었던 1기와 2 기 친구들까지.
또한 알게 모르게 이 프로그램이 생길 수 있도록 도와주셨던 분들까지, 이러한 프로그램이 있도록 지원해주신 고용노동부도. 전부 감사한 마음뿐이다. 이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난 후라도, 전국에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하여 공부하고 있는 내 친구들이 모두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 축산업의 발전을 위해 전국에 퍼져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함께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함께 일구어나갈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이것으로도 이미 그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충분한 값진 가치를 얻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