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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축산리더 아카데미

[청년수기] 인식의 틀을 깨다

차세대 축산리더 아카데미 3기 강동영(경상국립대학교)

본 글은 '우리는 차세대 축산리더 수기사례집' 내용 중 일부입니다(관련 기사). 스마트제조혁신협회 및 카길애그리퓨리나, 수기 작성자 등의 동의 하에 싣습니다. -돼지와사람]

 

 

아카데미에 참여

고등학교 때, 문과 출신이었던 저는 막연하게 동물을 좋아한다는 마음으로 동물생명과학과를 입학했습니다. 특히 동물 생식과 유전에 대해서 재미와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했으나, 이과 계열인 축산과 공부에 상당한 어려움을 느꼈으며, 이로 인해 전공을 살리며 진로를 정해야겠다는 마음은 사라진 지 오래였습니다.

 

그러던 중 학과 조교님을 통해 차세대 축산리더 아카데미를 알게 되었으며, 사람과 대면하는 것을 좋아했던 저는 ‘아카데미를 통해 축산 분야로 진로를 고민해 봐야겠다!’라는 다짐보다, 단지 새로운 사람들과 인맥을 쌓는 것에 초점을 두고 프로그램 참여를 했습니다.

 

아카데미 참여와 농장실습

농장 실습을 시작하는 당일, 저는 실습을 한다는 기대감 보다는 1차 산업에 대한 4D인식과 더불어 돼지의 분뇨 냄새로 인해 얼굴을 찌푸리며 임신사로 향했습니다. 생각했던 평소 이미지의 돼지와는 사뭇 다른 엄청난 크기의 모돈들이 케이지 안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모든 모돈의 엉덩이가 사람들이 다니는 통로 쪽을 향했기 때문에 분뇨들을 피하면서 실습에 임했으며, 농장장님, 팀장님과 함께 초음파 임신진단 기계를 이용해 새끼를 안밴 모돈을 찾아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플로브에 젤을 묻혀 화면상으로 임신의 유무를 판단하는 법을 배웠으며, 특히 화면 출력이 되도록 플로브를 위치하는 게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곧바로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인공수정을 진행했으며, 최대한 똥이 안 묻는 깨끗한 상태에서 돼지의 외음부를 손가락을 이용해 구멍을 벌려 주입기를 넣었습니다. 1/3가량 넣고 아래에서 위 방향으로 나머지 2/3를 넣었으며 그 후 주입기 안에 있는 파란색 관을 자궁경부 안 깊숙이 밀어 넣고 냉장 보관된 정액을 주입했습니다.

 

대학시절 때 동물생식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인공수정사에 대한 진로도 곰곰이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과거 덕분에 인공수정이 처음이지만 능숙하게 잘했으며, 팀장과 외국인노동자의 칭찬을 한 몸에 받으며 실습을 계속 진행했습니다.

 

 

다음으로 웅돈을 이용해 모돈의 발정체크를 했습니다. 단지 웅돈이 모돈의 눈앞으로 지나간 것만으로 꼬리를 들어 올려 외음부를 노출하고 점액이 많이 생성되어 외부로 흘러내릴 정도였습니다. 호기심에 가득 찬 저는 모돈의 등에 올라타 보기도 했으며, 귀를 쫑긋 세우며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모돈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모돈에 이어 후보돈의 발정체크를 했습니다. 후보돈은 모돈과 달리 갇혀 있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보니 암컷끼리 승가 자세를 하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발정미약 즉, 에스트로젠 분비가 낮아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후, 더 이상 8번의 분만을 한 모돈들은 도태시키기 위해 출하장으로 돼지몰이를 했으며 그 빈자리를 후보돈으로 채웠습니다. 그리고 인공 수정된 모돈의 왼쪽 귀 바로 뒷부분에 주삿바늘을 꽂아 백신(버바멕)을 2번 접종했습니다.

 

다음으로 분만사에서 실습을 진행했습니다. 분만사에서 갓 태어난 아기 돼지는 분만 티슈를 이용해 재빠르게 닦았으며, 탯줄은 실로 묶거나 손으로 10~15초가량 지그시 눌러 출혈이 되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원하는 종으로 교잡하기 위한 이각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종돈의 귀의 바깥 부분에 위치한 살을 절단하여 귀의 안쪽부터 1, 1, 9, 3, 3 순으로 계산하고, 귀의 정 가운데 끝자락은 100으로 하여 덧셈을 이용해 돼지마다 고유번호를 읽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또한 상태가 이상하거나, 모돈의 젖을 잘 먹지 못하는 왜소한 아기 돼지들을 폐사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아기 돼지들을 바닥에 내려쳐서 폐사시키는 작업에서 마음이 상당히 아팠으며, 특히 쳇바퀴를 타는 것처럼 앞발과 뒷발을 동동 구르면서 죽어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물론 성장을 하지 못하는 아기 돼지에게 드는 사료 값과 치료 값을 생각한다면 폐사 작업이 필수 불가피한 일이므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했던 작업이었지만 모든 실습 과정 중 이때 돼지에게 상당한 연민을 느꼈던 날이었습니다. 이각, 단미, 견치 작업을 다 끝낸 아기 돼지에게 한 시간 이내에 노란 설사를 방지하는 콕시듐 약을 분사 형식으로 주입했습니다.

 

초산 때 15 마리를 낳지 못하고 11~14마리를 낳게 되면 나머지 1~4개의 젖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유선 퇴행이 됩니다. 그래서 나머지 젖 활성화를 하기 위해 다른 방의 돼지들로 총 15마리를 맞추는 작업도 실시했습니다.

 

 

분만사 실습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이 이각 작업이었습니다. 이각 작업은 상당히 잔인했으며 동물복지에 의해 이각이 비난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수백 마리의 종돈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작업이었으며, 실습을 진행하는 내내 이각을 대체할 혁신적인 방법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도 가졌지만, 이각이 최선의 방법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좌절했으며 현재 대부분의 농장들이 실시하고 있는 모든 작업이 농장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분만사 실습을 진행하면서 처음에는 갓 태어난 돼지에게 이각, 단미, 견치 작업을 바로 하는 것에 대해 안쓰럽고 불쌍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특히 열을 이용하여 아기 돼지의 꼬리를 절단하는 단미 작업에서 구운 돼지고기 냄새로 인해 침이 고이는 등 실습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현지 적응을 한 저 자신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자돈사에서 실습을 진행했습니다. 1호 사료, 1호+2호 사료, 2호+3호 사료에 각각 생균제, 항생제, 면역증강제, 소화제, 영양제 등을 넣고 사료를 배합하는 일을 했습니다. 특히 1호 사료가 들어간 배합사료에는 분유 냄새가 났으며, 다른 사료와는 달리 밀봉 처리를 했습니다.

 

또한 자돈사에는 1, 2, 3, 4방이 있으며, 이번 주에 출하하는 자돈은 4방에 있고 다음 주에 출하하는 자돈은 3방에 있는 방식이었습니다. 자돈사 4방에 750두를 육성사로 출하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무리에서 아사하거나 다른 문제로 죽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자돈 무리 중 왕따나 우두머리들을 선별해서 다른 무리에 보내는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육성사에서 실습을 진행했습니다. 대부분의 일은 종돈이나 비육돈을 출하하는 일이었으며, 기억에 남는 건 종돈의 경우 출하되기 전, VIP 대접하듯이 물로 샤워시켜주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돼지를 도축하기 전에 계류와 절식에 대해 농장장님과 간단한 담소를 나눴습니다. 돼지가 한번 스트레스를 받으면 대략 3~4키로가 빠지며, 수송 스트레스가 장기간 쌓이게 되면 PSE육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그러한 확률을 낮추기 위해 계류를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거나 돼지 귀 바로 뒤쪽 부위에 항생제인 아목사실린을 주입했습니다. 그리고 도축할 때 고기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절식을 한다는 점을 배웠으며, 특히 오후에 출하하는 돼지들은 자동으로 절식이 된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카데미를 통한 인식의 변화

이번 차세대 축산리더 아카데미를 통해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아카데미를 하기 전에는 모든 과정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 1차산업은 4D 산업이고 일이 힘들다는 점에서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카데미의 과정 중 2박 3일간 백두대간, 다산육종, 포프리와 같은 축산기업 탐방을 통해 사료자동급이기와 같은 ICT 기술 접목으로 농장 운영이 편리하고 워라벨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2주간 실습을 통해 1차 산업에 대해서 4D산업의 인식 틀을 깨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차세대 축산 아카데미 덕분에 축산분야의 직업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건강하고 질 좋은 돼지의 성장을 위한 사료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료에 대한 고민과 대면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의 성격을 토대로 사료회사의 영업직을 진로를 정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단지 새로운 사람들과 인맥을 쌓는 것에만 초점을 두고 프로그램에 임했던 제가 ‘어떻게 하면 양돈농가가 발전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농장과 동물복지를 옹호하는 사람들 사이의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있을까?’와 같은 축산산업의 향후 발전에 대해 생각을 하며 아카데미 과정에 임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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