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돈협회는 국내 양돈농가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존재하는 산업 대표 조직입니다. 하지만 현장의 농가들은 최근 협회가 과연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특히 가축전염병과 관련한 규제가 매번 원점으로 회귀하는 악순환, 정책 변화에 대한 실질적 진전이 없는 현실을 마주하며, 협회가 '정부의 파트너'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신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불신의 원인은 협회의 근본적인 활동에 있습니다. 협회의 대외 전략이 정부 및 산하기관과의 행정적 협의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는 반면, 법과 제도를 만드는 국회와의 전략적 연계는 거의 없다시피하다는 점입니다. 협회 내 정부 및 산하기관과 수시로 소통하는 담당자는 있어도 국회를 지속적으로 출입하는 담당자는 없다는 게 현실입니다.
국회는 규칙을 만드는 사람들이고, 정부는 그 규칙을 적용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입니다.
정부와의 소통은 사업이나 보조금, 단기 대응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실질적인 정책 방향의 전환과 제도 개선은 입법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협회가 아무리 정부와 소통해도, 정작 규제의 근거가 되는 법령을 고치지 못하면 결국 농가의 요구는 헛돌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무안 구제역으로 전 두수 살처분(관련 기사)을 당하고, 농촌공간정비사업으로 철거 처지(관련 기사)에 놓인 돼지농장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해결점이 요원합니다. 언제라도 반복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감지됩니다. '협회가 정부의 온정주의에만 기대는 것 같다'는 농가의 속내는 단순한 불만이 아닙니다. 이는 협회가 실질적인 주인인 농가의 요구보다, 협조를 얻기 쉬운 정부와의 관계 유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냅니다. 농가의 절실한 바람은 단기적 행정 대응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정책 방향의 전환입니다. 이는 결국 국회와의 적극적인 교류와 입법 활동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지금 협회에 필요한 것은 정부와의 관계 유지 능력이 아니라, 정책을 바꾸는 정치력입니다. 이를 위해선 협회 내에 국회 및 입법 관계를 전담하는 기능을 강화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국회 보좌진, 입법 전문가, 외부 정책 자문단과의 협업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주요 농민단체나 환경단체가 국회를 움직이는 힘은 단순한 민원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 제시와 사회적 설득력에서 비롯됩니다.
안타깝게도 농장의 생산성은 개별 농장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해 줄 수 있지만, 한돈산업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해 줄 수 없습니다. 높은 돈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새로운 규제와 정책, 경쟁 등의 거센 파도에 언제라도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성은 무엇보다 우호적인 그리고 예측가능한 정책 환경에서 나옵니다.
지난 4일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동시에 국회 의석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 여당이 등장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협회는 변해야 합니다. 정부만 바라보는 소극적 조직에서 벗어나, 양돈농가의 정치적 대표자이자 정책 투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는 협회의 존립 이유이자, 산업 전체의 미래와 직결된 과제입니다.
돼지와사람(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