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돼지 도매가격은 1월부터 10월까지 지난해보다 매월 높게 형성되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이러한 흐름이 깨졌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가격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낮았습니다. 월드컵, 김장 등 강한 가격 상승 요인이 있었지만, 이태원 참사와 어두운 경기 전망 등이 더 강한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돼지 도매가격은 최종 5,241원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전월(5,296원) 대비 소폭 하락한 수준입니다. 8월 이후 3개월 연속 하락세입니다. 결국 올해 처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273원)보다 가격이 낮게 형성되었습니다(-0.6%).
10월 이태원 참사가 벌이지기 전만해도 11월 돈가는 매우 낙관적이었습니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는 평균 5,500~5,700원으로 예상했습니다. 11월 대형마트의 창립행사와 김장 특수, 월드컵 개최 등이 예정되어 있어 10월보다는 한결 돼지고기 수요가 높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10월 29일 150여 명이 안타까운 생명을 잃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정부는 11월 6일까지를 참사 애도기간으로 정했습니다. 전국이 일순 숙연한 분위기에 들어갔습니다. 일부 대형할인마트는 창립 행사를 축소하거나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하고, 내년도 경제전망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86.5로 두 달 연속 하락했습니다. 올해 두 번째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는 부동산 가격 하락도 한몫했습니다.
이에 한돈재고는 늘은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파악한 10월 기준 한돈 재고는 1만 6천 톤으로 전월 대비 41.4%가 증가했습니다. 직전 월까지 전월 대비 감소한 경향이 깨졌습니다. 이에 전년 대비 재고율은 가장 높은 정도인 -44.6%를 보였습니다. 참고로 9월은 -60.5%, 8월은 -73.5%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돼지고기 수입량은 11월 2만 9천 톤이 추가로 수입되어 누적으로 41만 톤을 기록했습니다.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수준이며, 올해 남은 기간 두 번째로 수입량이 많았던 '19년 42만 톤을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행스럽게도 11월 말 뒤늦게나마 한돈 소비가 살아나는 분위기입니다. 11월 마지막 주 5,300~5,400원 대를 기록하였습니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는 12월 돼지 도매가격을 11월보다는 높은 평균 5,200~5,300원으로 전망했습니다.
협회는 "12월 구이류는 연말 송년회 및 김장 수요로 인해 11월 보다는 외식시장에서의 수요가 개선 될 것으로 보이지만, 평년 연말 수요 보다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정육류 중 전지는 찌개 수요 및 김장 수육 수요 등으로 원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12월 돼지 도매가격을 지난해(5,130원)와 비슷한 5,000~5,200원으로 전망했습니다(관련 기사). 도축두수가 감소하지만, 재고를 포함해 공급량이 증가한 것을 근거로 했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