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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PRRSV와 돼지 호흡기 병원체의 상호작용 : 호흡기 증후군의 이해

PRRS는 타 병원체와의 복합감염으로 진정한 파괴력을 발휘하는 바이러스

1990년대 최초로 보고된 이래로 PRRSV는 오랫동안 우리 양돈산업을 위협해온 질병이다. 모돈에서 유산을 일으키고 어린 자돈에서 폐렴을 유발하는 병원체이지만 우리 농가에서는 PRRSV를 유산을 유발하는 원인체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감염된 모돈에서 증상은 꽤 다양한 편인데, 무증상에서부터 유산, 사산, 심지어 폐사까지도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PRRS 감염을 모돈에만 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사실 PRRS는 한창 자라나는 자돈에서 보다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미리 말해두지만 특수한 몇몇 균주를 제외하면 PRRS는 돼지를 죽일 정도로 강력한 병원체가 아니다. 감염된 자돈은 대개 일시적인 고열과 폐렴 증세, 일당증체량 감소 등을 보이는데 방금 이유한 자돈이 감염된다 하더라도 PRRS 단독 감염으로는 폐사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이 바이러스의 주된 감염 세포가 폐에 존재하는 대식세포(Porcine Alveolar Macrophage, PAM) 라는 점이다. 이 대식세포는 폐에 침투한 병원체를 탐지하고 면역계를 작동시키는 척후병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데 PRRS가 이 세포에 침투하여 세포를 죽이면 호흡기 면역시스템 작동 전반에 걸쳐 문제가 생긴다. 즉, 돼지가 여타의 다른 호흡기 병원체에 감염되기 쉬워지는 것이다. 



보다 쉽게 설명하자면 PRRS라는 좀도둑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흉악한 강도 같은 다른 강력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꼴이다. PRRS는 감염초기 혈중에서 급격하게 증가했다가 곧 소멸되는데 돼지가 폐사할 즈음에는 검출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폐사한 개체를 부검하면 대개 화농성의 기관지간질성 폐렴과 무기폐를 일반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원인을 세균이나 마이코플라즈마라 진단하고 진짜 원인이 되는 PRRS를 놓칠 수 있다. 농장에서 PRRS가 문제가 되는 경우, 다량의 항생제 처방에도 불구하고 돼지가 특정 연령구간에서 호흡기 증후군으로 폐사하는 경향이 있다. 




PRRSV와 호흡기 증후군(Porcine Respiratory Disease Complex, PRDC)

돼지에서 호흡기 증후군(PRDC)이라는 용어는 여러 요인이 함께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여 발생한 호흡기 질환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각각의 요인은 다음과 같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 

돈사 환기시스템과 같은 환경적인 요인 

돼지의 유전자, 나이, 면역상태와 같은 숙주 자체 요인


PRRS는 이 중에서도 단연 가장 중요한 병원체인데 앞서 말했듯이 PRRS는 타 병원체와의 복합감염으로 진정한 파괴력을 발휘하는 바이러스이므로 함께 문제가 될 만한 병원체를 기억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 양돈 수의사에게는 친숙한 미국의 Tanja Opriessnig 교수가 잘 정리한 자료가 있어 이 부분을 인용하고자 한다. (PRRSV: Interaction with other respiratory pathogens, Tanja Opriessnig, 2013)



 

PRRSV와 관련된 Virus 

 - Porcine respiratory coronavirus (PRCV): PRCV는 주로 하부 기도의 상피세포에서 증식하는데 대체로 단독으로 감염될 때, 미약한 간질성 폐렴과 괴사성 기관지염을 일으킨다. PRRSV와 혼합감염은 폐를 포함한 호흡기계 전반에 보다 심각한 병변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 Swine influenza virus (SIV): SIV는 상하부 기도 상피세포에 주로 타격을 주는데, 폐에서도 병변을 유발한다. 이 때, 병변은 여러 부위에 검붉은 경화소 형태를 보인다. PRRSV와의 혼합 감염은 SIV가 PRRSV 보다 먼저 감염된 경우에만 SIV의 증식이 강화된다.  


 - Pseudorabies virus (PRV): PRV는 PRRSV와 마찬가지로 PAM, monocyte에서 증식하는데 주로 괴사성 병변을 비강과 기관에서 유발한다. PRRSV와 혼합 감염 시, 보다 심각한 병변을 일으키고 병변이 보이는 기간도 길어진다. 


 - Porcine circovirus type 2 (PCV2): 호흡기계에서 써코바이러스(PCV2)에 의한 병변은 기관 주위에 분포하는 림프절의 충혈과 위축이다. 폐에서 써코바이러스 감염은 미약한 간질성 폐렴과 기도 상피세포의 괴사 및 기관지 주위 섬유조직의 증식을 유발한다. 앞서 소개한 다른 바이러스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써코바이러스와 PRRSV의 혼합감염이 농장에서 꽤 일반적인 상황이고 PRRSV가 써코바이러스의 병변을 강력하게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흔히 아는 이유후 전신소모성질환(PMWS)는 이 두 바이러스의 혼합감염과 관련이 깊다. 


PRRSV와 관련된 세균

 - Streptococcus suis (연쇄상구균): 상부 호흡기계에서 폐로 곧바로 침투할 수도 있고 폐혈증 상황에서 전신 혈류를 타고 폐로 침투할 수 있다. 감염 시 폐는 섬유소로 뒤덮이게 된다. PRRS는 폐 혈관 내 분포하는 대식세포를 감소시키는데 이들 세포가 혈관으로 침투하는 연쇄상구균의 제거하는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들 세포의 감소는 돼지가 2차적으로 연쇄상구균의 감염에 보다 용이하게 만든다.  


 - Bordertella bonchiseptica (보더텔라균) : 대개 어린 연령의 돼지에서 감염이 쉬운 편이다. 폐에서 괴사성의 검붉은 경화소와 늑막염이 보인다. 그래도 가장 잘 알려진 병변은 위축성 비염일 것이다. PRRSV와 혼합감염시 이러한 병변이 보다 심각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 Pasteurella multocida (파스튜렐라균) : 이 세균이 기회감염의 가장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대체로 감염  시 화농성의 기관지염과 기도에 가득찬 삼출물을 확인할 수 있다. 실험적으로 PRRSV와의 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으나 자주 PRRSV와 Pasteurella가 동시에 검출되는 경우가 많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Mycoplasma hyopneumoniae (마이코플라즈마) : 감염이 일어나면 기도에 분포하는 섬모가 감소하고 상피세포가 손상을 받는다. 무기폐가 자주 보이는데 병변 자체는 양상이 다양한 편이다. 대체로 Mycoplasma의 감염은 PRRSV의 증식을 강화시키고 병변을 보다 심각하게 만드는 것으로 여겨진다.


 - Actinobacillus pleuropneumoniae (흉막폐렴균) : 균주마다 병원성의 차이가 큰 편이다. 감염 된 폐는 상당한 크기의 검붉은 경화소를 보이며 흉막과 표면에 섬유소가 침착한다. 자주 병변이 심각한 상태로 진행되며 출혈과 괴사가 동반한다. PRRSV가 흉막폐렴균의 감염과 병원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으나 실제 농장에서 PRRS에 감염된 돼지에서 흉막폐렴균의 병원성이 보다 강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PRRSV는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양돈 산업에 큰 위협이 되는 바이러스이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실제 돼지에서 폐사를 유발할 정도로 강력한 PRRS는 많지 않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창궐한 고병원성 PRRSV와 유럽의 subtype3 Lena PRRSV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PRRS 감염은 자돈에서 실제 폐사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가에서 호흡기 증후군으로 발생하여 폐사한 개체는 PRRS에서부터 시작한 질환일 가능성이 크고 일선에서는 항상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바이오포아 박창훈 박사 (changhoonpark123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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