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낙농과 한우산업은 깊은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고급육 중심의 전략과 소비자 요구를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이들 산업은 시장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돈산업 역시 그 길을 따라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낙농과 한우산업은 가격을 높게 설정하며 고급화 전략을 추진했지만, 그 결과는 예상보다 참담했습니다.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무시한 고급화 전략은 결국 시장을 축소시켰고, 소비자들과의 간격을 더 벌리게 만들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수입육류와 외국산 유제품의 경쟁력이 급증하면서, 자급률이 급격히 낮아졌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소비자들이 품질대비 더 저렴한 대체품을 선호하게 되면서, 국내산 제품은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지게 되었습니다.
한우와 낙농업이 고급화 전략을 통해 시장을 좁혔다면, 한돈산업도 마찬가지로 고급육을 중심으로 시장을 축소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한돈산업의 고급육 전략은 이베리코의 등장과 2019년 돈가 하락 당시 고돈가 전략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것입니다.
한돈산업의 주요 전략이 돈가 인상을 목표로 한다면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시점에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높은 돈가가 계속 유지된다면 정부는 수입육 확대 정책을 통해 대체품을 시장에 공급할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한돈의 자급률은 급격히 축소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한돈산업은 전체 시장을 정확하게 분석한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소비자들에게 구매가능한 가격을 제시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한돈산업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소비자와 시장에 맞춘 전략이 필요합니다. 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씽크탱크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일을 하기 위해 국가적으로는 농촌경제연구원이 있고, 한돈협회에서는 한돈미래연구소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농촌경제연구원이나 한돈미래연구소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느냐 하면 그렇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한돈산업에서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 할 점입니다.
앞으로 줄어드는 인구수를 고려할때 시장에서 필요한 돼지고기 소비량과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 그리고 대중적인 트렌드를 충족시킬수 있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가격을 세분화하고 다양한 가격대와 품질의 선택지를 제공하여 서민층과 고소득층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국내 생산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수입육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도록 생산비를 낮출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한돈산업 전반의 개선을 위해서는 농가와 유통업체, 정부 기관이 협력하여 시장 구조의 안정화를 도모해야 합니다.
우리는 인플레이션 시기를 살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무엇보다 농축산물의 가격대가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시기 한돈산업이 한우와 낙농산업의 위기를 그대로 반복해서는 안됩니다.
한돈산업은 소비자 중심의 가격 전략을 수립하고,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와 농가의 목소리를 반영한 포용적인 정부 정책과 전략이 필요합니다.
한돈농가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품질과 가격에 맞춘 한돈을 생산하고, 수입육에 의존하지 않는 시장을 만들어 자급률을 지키고 더 나아가 자급률 확대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이근선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