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우리 정부는 성공적인 백신 접종을 위해 앞서 사전 예행 연습을 통해 만반의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전 연습의 핵심은 사실상 '백신의 보관과 운송'이었습니다.
정부는 이번 사전 준비를 통해 본격 접종 전 백신의 보관 및 관리 과정에서의 정전, 냉동고·냉장고 온도이탈 등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응하는 훈련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이후 실제 백신을 제주에 운송하는 과정에서 백신 보관 박스가 정상 온도보다 0.5도 낮은 것을 확인, 전부 회수하고 새 백신으로 교체하는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백신은 일반 의약품과 달리 냉장 또는 냉동 등 백신이 요구하는 적정 온도 상태로 보관·유통되어야 합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콜드체인(Cold Chain)' 상태를 반드시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접종 시 최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보관을 잘못할 경우 백신 역가(항원 활성 정도)가 떨어져 기대 이하의 효과 또는 전혀 효과가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농장에서 흔히 얘기하는 '물백신'이 되는 셈입니다. 이로 인해 예방하고자 하는 질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습니다.
여하튼 코로나19로 인해 전 국민적으로 '백신=콜드체인'이라는 상식이 보편화되었습니다. 동물용 백신의 경우 그 중요성을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동물용 백신 콜드체인'은 백신 제조·수입업체의 냉장보관 장치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유통업체(동물용의약품도매상 또는 동물병원)를 거쳐 최종 농장으로 운반, 입고·보관되었다가 동물에게 접종되는 것으로 종료됩니다.
동물용의약품에서 백신의 콜드체인 관련 규정은 '동물용의약품등 취급규칙'에서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용 냉장고 또는 냉동고 등을 이용, 적정온도가 항상 유지되도록 보관하라는 단순한 문구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반면, 인체용의약품의 경우 관련 규정에 더해 별도의 '백신 보관 및 수송 관리 가이드라인('20.7월 개정, 32쪽)'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제조 및 수입·도매·의료기관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는 특별히 지난 2월 별도 백신 보관·수송 관리 지침이 마련되었고, 이어 이달 개정된 바 있습니다.
동물용의약품 관련 한 관계자는 "동물용 백신의 콜드체인의 경우 사실상 제조 및 수입, 유통업체, 농장의 자율 책임에 맡겨 놓은 상태이며 실태 파악도 미비하다"며, "이런 가운데 얼마 전까지 정부나 지자체가 구제역 백신을 따뜻한 물에 데워쓰라고 권하는 모습은 무책임한 행동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인체용 백신과 마찬가지로 동물용의약품 백신 보관 및 수송 관리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