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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농장 이야기

[김동욱의 돼지농장 이야기(27)]반려동물만 하는 줄 알았지? 수퇘지도 '중성화' 해야만 하는 이유

'한별팜텍'의 '김동욱 수의사'가 전하는 동물복지 이야기

[본 원고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양돈산업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이해를 돕고자 기획된 글 입니다. 초고속정보화 시대를 맞아 지속가능한 한돈산업을 위해 소비자들과의 소통과 공감이 점차 요구되고 있습니다. 잠시 일반인의 눈으로 양돈산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돼지와사람]

 

오늘 말씀드릴 내용은 조금은 심각한 내용일 수도 있겠네요. 바로 수컷 돼지의 '거세'에 대한 내용입니다. 사실 거세라는 용어가 갖는 묵직한 의미 때문에 이 단어가 굉장히 부정적으로 다가오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여러분들께서 '거세'에 대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조선시대 내시와 중국의 궁형(거세형), 영화(파리넬리)의 카스트라토(변성기가 되기 전에 거세를 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여성의 높은 음역을 내는 남성 소프라노)일 겁니다.

 

 

거세

생식 기관을 외과적으로 제거해서 생식기능을 못하게 하는 행위를 뜻하는 동양의 표현

 

주로 남성의 생식기관을 제거할 때 '거세'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요. 거세의 의학용어인 캐스트레이션(Castration)은 성별 구분 없이 생식 기관(고환 혹은 난소)를 외과적으로 제거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수컷 동물에 대한 중성화는 '캐스트레이션(Castration)', 암컷 동물에 대한 중성화는 '스패잉(Spaying)'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반려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중성화'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실 것 같아요. 강아지와 고양이에게 중성화 수술을 해주는 목적은 반려인과 오랜 시간 건강한 상태로 함께 하기 위함입니다.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생식기계 질환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죠. 또 번식기에 발생하는 특이한 행동의 교정도 중성화 목적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돼지나 소의 경우 중성화는 개나 고양이와는 조금 다른 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개와 고양이의 중성화는 그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지만, 소나 돼지 같은 가축의 중성화는 굉장히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죠.

 

가축의 중성화에 대한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 세종 25권에 실린 글에는 당시 돼지나 양과 같은 가축의 중성화(거세)를 시행했던 이유가 나와있는데요. 글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당시 태종(세종의 아버지)의 제사에 명나라 사절단이 참석을 했는데, 이때 제단에 거세된 돼지와 양이 올라오자 황희 정승이 예조에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예조 관리가 이렇게 이야기를 했죠.

 

왕실에서 지내는 각종 제사상에 거세한 짐승을 쓰는 이유는

(거세 하지 않은)수컷 동물은 살이 잘 찌지 않고 고기에서 특유의 비린내가 나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황희는 거세를 했다는 것은 온전한 형태가 보전된 것이 아니지 않냐고 묻자 예조 관리는 '살이 오르지 않고 특유의 냄새가 나 사람도 먹지 않는 수컷 짐승을 올리는 것이 오히려 온전치 못한 것을 제사상에 올리는 일'이라고 대답하고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나온 것처럼 과거 수퇘지의 중성화는 '특유의 냄새'를 줄이기 위해 시행되었습니다. 수퇘지의 지방에는 안드로스테논(Androstenone)이라는 남성 호르몬과 대장 세균에 의해 생성되는 스카톨(Skatole)이라는 물질이 녹아있는데요. 고온으로 요리를 할 때, 지방에 축적되어 있던 두 물질이 녹아 나오면서 고약한 냄새를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조선 초기 세종때부터 이미 수퇘지로 요리를 할 때 특유의 냄새가 나며 이를 차단하는 방법이 중성화였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최근엔 이와 같은 이유 외에도 다른 목적으로 중성화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돼지의 경우 암수의 비율이 거의 5:5인데요. 중성화를 하지 않고 키울 경우, 성 성숙이 이뤄지는 시점부터 수컷의 성격이 난폭해집니다. 이로 인해 함께 지내는 다른 돼지들 혹은 사육 관리자가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을 방지하고자 중성화를 실시하기도 합니다.

 

또한 가축 중성화가 이슈된 것은 동물 복지 논의와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전에 올린 포스팅에서 동물의 5대 자유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고통/통증으로부터의 자유'였죠. 일부에서는 수컷 가축의 중성화가 고통,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외과적 거세를 중단하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중단 시 오히려 동물 복지의 차원에서 또 다른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산란계로 키우기 위해서 부화시킨 알에서 태어난 수평아리 문제를 생각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알을 낳지 못하는 수평아리가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듯, 출산이 불가하고 상품성도 적은 수퇘지들의 결말도 수평아리와 크게 다르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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