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원고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양돈산업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이해를 돕고자 기획된 글 입니다. 초고속정보화 시대를 맞아 지속가능한 한돈산업을 위해 소비자들과의 소통과 공감이 점차 요구되고 있습니다. 잠시 일반인의 눈으로 양돈산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돼지와사람]
지난번 구제역과 관련한 내용의 글에서 잠깐 언급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이라는 질병을 기억하시나요? 굉장히 무서운 이 질병은 러시아 서부에서 점차 서유럽을 향해 진행 중이며 이 병이 발생되면 국제적으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발생 농장 주위 반경 몇 km이내의 돼지들을 안락사 후 매장하는 형태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말씀드렸는데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질병이 우리나라와 가까이 있던 것이 아니라 걱정은 하고 있었지만 크게 긴장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8월 초 중국에서 이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중국 발생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더니 불과 3주가 되지 않는 기간 동안 2개 지역에서 추가적인 발병을 공식적으로 보고했습니다.
처음 발생을 발표했던 심양지역은 북한의 국경과 불과 200km 정도 떨어진 곳이라 우려는 더 컸습니다. 그리고 더 안타까운 것은 발생 이후 진행된 역학 조사 결과 이미 발생은 최소 2, 3개월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2, 3개월 사이 중국의 많은 지역으로 이 질병이 전파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아프리카 돼지 열병은 어떻게 유럽을 거쳐 아시아까지 왔을까?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말 그대로 아프리카 지역의 돼지에게서 발생되던 지역 토착형 가축 전염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질병이 유럽으로 건너가게 된 계기는 배를 통한 교역과정을 통해서였습니다. 1957년 스페인에서 발생되었던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아프리카에서 출항한 배가 스페인의 리스본 항구에 정착한 후 버리고 간 음식물 잔반이 인근의 돼지에게 공급되는 과정에서 전파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시 말해, 아프리카에서 출항한 배 안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감염된 돼지의 고기로 요리를 하고, 이 음식의 잔반이 리스본에 버려지고, 이것이 리스본 인근의 돼지에게 급여되는 과정에서 스페인의 돼지들도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걸리게 됐다는 뜻입니다. 또 2007년 조지아에서 발생한 아프리카 돼지열병도 스페인 사례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지역에서 출항한 배가 조지아 항구에 도착한 후 버리고 간 음식물 잔반이 전파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음식물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전파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어떻게 아시아까지 넘어오게 됐을까요? 일단 중국과 인접한 러시아 지역에서 음식물을 통한 전파의 위험이 가장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감염된 돼지가 러시아에서 중국으로 이동되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합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왜 무서운가?
얼마전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해 큰 걱정을 일으켰던 '메르스'도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어서 문제가 되었는데요. 이 아프리카 돼지열병도 백신이 없습니다.
백신 유무에 따라 가축전염병을 통제하는 방식은 크게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구제역도 아프리카 돼지열병과 같은 1종 법정 가축 전염병이지만, 구제역은 백신이 있기 때문에 일단 최초 발생지역을 대상으로 예방적인 안락사 후 매장을 실시하고 주변 지역은 백신을 긴급히 접종하며 질병의 최초 발생지로부터의 확산을 억제하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백신이 없기 때문에 최초 발생지역의 경우 농장 전체의 돼지를 대상으로 안락사 후 매장을 실시해야 하며 예방적으로 이 조치가 시행되는 반경도 넓습니다. 돼지에게 정말 불행한 질병이죠. 또 이 질병은 치사율이 굉장히 높아, 일부 급성형의 경우 치사율이 100%에 이른다고 합니다. 게다가 바이러스성 질병이라 적절한 치료제도 없습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사람에겐 안전한가?
돼지열병은 사람에게 안전한 질병입니다. 그러나 그런만큼 돼지들을 위해 우리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건너가게 된 원인은 사람들이 버리고 간 음식물 잔반의 급여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국경에서의 검역이 국내 발생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다행히 공식적으로 수입되는 축산물의 경우에는 질병상화에 따라 수입가능한 국가가 까다롭게 결정되기 때문에 큰 걱정은 없습니다. 올해 4월 헝가리의 멧돼지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확인되자 검역당국은 곧바로 헝가리산 돼지고기의 수입을 금지했습니다.
반려동물 사료, 해외 여행 후 육류제품 반입에 주의해주세요
그런데 걱정되는 부분은 바로 개인적인 여행객들에 의한 축산물의 반입입니다. 우리가 해외 여행을 가면 무심코 구입해 들어오는 외국의 간식이나 먹거리류 중에 육류제품이 있는데, 이 육류제품의 반입은 원칙적으로 불법입니다. 국가단위의 검역이 이루어지지 않은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가 함께 생활하는 반려의 사료에도 육류성분이 포함될 수 있고 따라서 정식 검역을 받지 않은 반려동물 사료의 수입이나 직접구매는 불법입니다. 검역을 받지 않은 육류제품의 개인적인 반입이 불법인 이유는 이 육류제품이 혹시라도 아프리카 돼지열병과 같은 악성 가축 전염병을 국내로 유입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의 경우 건조된 육류에서 300일, 소금에 절여진 고기에서도 180일 이상 생존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혹시라도 정식 검역을 받지 않은 육류제품을 들여오지 않는 것이 국내에 있는 많은 동물들, 특히 돼지들의 건강을 위하는 것임을 꼭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