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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농장 이야기

[김동욱의 돼지농장 이야기(28)] 젖 떼고 홀로 서는 '돼린이'...사람처럼 '중2병'도 오나 봐요

'한별팜텍'의 '김동욱 수의사'가 전하는 동물복지 이야기

[본 원고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양돈산업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이해를 돕고자 기획된 글 입니다. 초고속정보화 시대를 맞아 지속가능한 한돈산업을 위해 소비자들과의 소통과 공감이 점차 요구되고 있습니다. 잠시 일반인의 눈으로 양돈산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돼지와사람]

 

5월에는 많은 기념일이 있습니다. 어버이날(8일), 스승의날(15일), 부부의날(21일) 등. 그중에서도 유독 5월을 기다리는 건 어린이들이 아닐까 싶은데요. 바로 어린이날(5일)이 있기 때문이죠. 돼지농장에도 어린이날을 기다리는 깜찍한 아이들만큼이나 귀여운 아기 돼지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5월을 맞아 돼지 농장의 '돼린이(돼지+어린이)'들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엄마 뱃속에서 3달하고도 3주, 그리고 3일을 보내고 세상에 태어나는 아기 돼지들. 이 아이들은 대략 4주 정도 모돈과 머물며 젖을 먹고 자랍니다. 처음에는 눈도 못 뜨던 녀석들이 하루 이틀 지나면서 스스로 콧등으로 모돈 젖을 문질러대며 열심히 먹는 모습을 보면 마냥 대견하기만 합니다.

 

태어나고 1주일 정도까지는 아직 아기 티가 나지만 2주 정도가 지나면 제법 돼지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하죠. 젖을 뗄 무렵인 생후 3~4주 정도가 되면 젖을 먹고 있는 모습이 어색해질 정도랍니다. 꼭 젖을 뗄 나이가 지난 어린아이가 엄마 젖을 먹겠다고 찡얼대는 모습을 보는 그런 어색함이랄까요...^^

 

 

엄마 젖을 떼는 날이 되면 이제는 낯선 친구들과 함께 생활해야 합니다. '이유자돈사'(이유:젖을 떼다)라고 불리는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하게 되는데요. 이 시기는 아기의 딱지를 떼고 '어린이'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전에 모돈과 생활할 때면 거의 한 시간에 한 번씩 모돈의 부름을 받고, 젖을 먹으며 생활했는데요. 이제는 알아서 밥이 있는 곳으로 가 스스로 챙겨 먹어야 하죠. 모돈 젖을 먹을 때는 여러 개의 젖꼭지 중 하나가 내 전용이었기 때문에 순서를 잡고 나면 거의 변동이 없는데요. 이제는 밥을 먹기 위해서는 눈치도 봐야 하죠. 일단 들이밀고 누가 힘이 센지 겨루든지, 녀석들이 식사를 마치고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든지 해야 합니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서 처음으로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하면서 사회성을 학습하는 것처럼 이 시기의 자돈들도 그런 시기라고 볼 수 있죠.

 

 

 

이 시기는 자돈들의 건강에도 굉장히 중요한 시기입니다. 사람과 다르게 돼지는 어미 배 속에 있을 때 태반을 통해 면역 항체를 전달받지 못합니다. 대신 태어나서 72시간가량 나오는 어미의 초유를 통해 엄마의 면역 항체를 전달받게 되는데요.

 

백신이나 직접적인 감염의 경험을 통하는 것이 아니라 어미가 만든 면역력을 전달받게 되는 것이죠. 이를 두고 '수동면역'이라고 부릅니다. '수동면역'에 의한 면역력은 대게 이유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진되게 됩니다. 그래서 어미에게서 떨어진 이 시기에 질병에 굉장히 취약합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농장의 수의사들이 주요 질병에 대한 백신을 주사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능동 면역을 형성해주기도 하는데요. 그러나 백신이 모든 질병을 다 방어해줄 수는 없습니다. 이 또한 사람 어린이와 굉장히 비슷하답니다. 마치 처음 어린이집에 간 아이들이 학기 초에 병치레하는 것과 비슷하죠. 그래서 농장 식구들은 이 시기의 자돈들이 건강 상태를 굉장히 예민하게 살펴보고, 문제가 있는 자돈에게 적절한 처치를 하게 됩니다.

 

 

자돈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자돈사의 환경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농장에서 가장 따뜻하고 포근한 곳이 바로 '자돈사'인데요. 한겨울에도 27~28도 이상의 온도를 유지해줍니다.

 

이렇게 따뜻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농장에서는 각종 보온 장비를 활용하는데요. '보온등'이라는 전열 기구를 보편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벽에 난방을 위한 히터를 설치하거나 온돌처럼 바닥에 배관을 설치해 따뜻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혹여나 서늘한 바람이 아이들에게 내려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자돈사 일부에 덮개를 설치해 바람을 막아주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식사는 어떨까요? 사람도 젖을 떼면서 이유식을 거쳐 어른들이 먹는 식사로 넘어가게되죠. 아기 돼지들도 그렇답니다. 일단 모돈 젖을 먹으면서 일정한 연령이 넘어가면 엄마 옆에서 '입 붙이기 사료'라는 것을 줍니다. 사람의 이유식과 같은 개념인데요.

 

입 붙이기 사료를 조금씩 맛보다가 모돈 젖을 떼게 되면, 농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우유 성분이 들어간 사료를 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우유 성분이 적은 사료를 주면서 어른 돼지들이 먹는 것과 비슷한 느낌의 사료에 적응하게 하죠.

 

우유 성분이 많이 들어간 사료는 아이들의 기호성을 높이기 위해서 달콤한 향이 나는 성분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요. 그래서 사료를 줄 때마다 주는 사람도 한 웅큼 입에 집어넣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아기들 분유를 타줄 때 한 숟가락씩 입에 털어 넣고 싶었던 적 있으시죠? (실제로 사료를 입에 넣어 맛을 보면 맛이 참 달달하니 좋습니다)

 

 

이렇게 어린이 시기를 지내는 자돈들은 점점 어른 돼지의 모습을 띠게 됩니다. 키도 크고 체중도 늘고 어깨도 벌어지기 시작하고요.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사라지고 이제는 여드름이 숭숭 난 반항기 가득한 사춘기 청소년의 느낌이 들죠.

 

돼린이 시기에는 호기심이 많아서 농장 식구들이 자돈사에 들어갔을 때 물고 빨고 온갖 장난을 걸어오기 일쑤인데요. 하지만 청소년기에 접어든 돼지들은 농장 식구가 들어가도 전처럼 큰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슬슬 피하거나 괜히 와서 툭 한 번 치고 가는 사춘기 아이들을 보는 기분입니다. 돼지들에게도 '중2병'이 오는 걸까요?

 

오늘은 농장의 '돼린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는데요. 어미의 곁을 떠나서 눈물겨운 홀로서기를 하는 것도,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반항기도 생기고, 시크해지는 모습을 보면 정말 사람과 비슷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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