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원고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양돈산업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이해를 돕고자 기획된 글 입니다. 초고속정보화 시대를 맞아 지속가능한 한돈산업을 위해 소비자들과의 소통과 공감이 점차 요구되고 있습니다. 잠시 일반인의 눈으로 양돈산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돼지와사람]
돼지의 복지 얘기를 할 때, 어미돼지의 펜스 사육과 더불어 빠짐없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바로 단미(꼬리 자르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기돼지의 꼬리를 자른다는 이야기는 듣는 이로 하여금 불편한 생각을 갖게 만들곤 합니다.
이런 불편한 과정 없이 돼지를 키울 수는 없는 것일까요?
단미란 말 그대로 꼬리를 자른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멀쩡한 돼지의 꼬리를 자를까요? 일반적으로 '돼지꼬리'하면 길면서 잘 말린 그런 모양을 생각하실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돼지를 그릴 때면 꼭 포인트를 주는 부분이 돼지의 코, 그리고 돼지 꼬리죠. 반려견의 경우 미용상의 목적이나 청결 유지를 위한 목적으로 단미 수술을 하기도 하는데요. 돼지도 그런 목적으로 꼬리를 자를까요?
농장에서 돼지의 상징과도 같은 이 길고 말린 꼬리를 자르는 이유는 바로 '꼬리 물기'를 예방하기 위함입니다. 본능적으로 돼지는 무언가를 주둥이로 핥고 입으로 물고 빠는 행동을 합니다(Rooting and Chewing). 이는 야생의 돼지들이 먹이를 찾기 위해 하는 행동이었습니다. 그런데 야생이 아닌 가축화된 돼지들은 살기 위해 먹이를 탐색하는 행위를 할 필요가 없게 되었지만 본능적으로 타고난 이런 행동들이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돼지들은 엄마 젖을 떼고 나면 여러 마리의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게 됩니다. 그런데 유난히 호기심이 많고 장난기가 많은 돼지들은 건드렸을 때 조금이라도 소리가 나던지, 또는 건드렸을 때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것을 보면 엄청난 관심을 보이면 계속해서 집요하게 건드립니다. 농장 안에 설치된 조임나사와 같은 것이 느슨해져서 건드릴 때 소리가 나면 여지없이 돼지들이 달려들어 풀러버리기 일쑤입니다.
같이 지내는 친구들의 꼬리도 예외가 아닙니다. 눈앞에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 그리고 건드리면 쉽게 움직이는 꼬리는 호기심 많은 녀석들의 좋은 장난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장난감을 적당히 갖고 놀면 괜찮으련만 호기심이 지나친 녀석들은 친구의 꼬리를 입으로 물기도 합니다. 이 중 꼬리를 심하게 물린 녀석은 굉장한 위험에 노출됩니다.
사람에게는 없지만 대부분의 척추동물이 가지고 있는 꼬리. 이 꼬리에는 뼈, 혈관, 신경이 존재하고 이는 척추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 꼬리가 물리고 이를 통해 세균감염이 발생하게 되면 그 감염이 척추로 이어지고 이내 신경증상(기립 불능, 보행실조, 경련 등)을 보이다 죽게 됩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즉, 돼지들의 지나친 호기심과 장난으로 인한 위험을 예방하고 건강하게 어울려 살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꼬리 자르기를 실시해 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 꼬리를 자를 때의 고통(통증/스트레스)이 상당하기에 돼지의 복지를 이야기할 때 항상 이 '꼬리 자르기 없이 돼지를 키울 수는 없는가'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일단 꼬리를 자르지 않을 경우와 꼬리를 자른 경우를 비교해 얼마나 많은 문제가 일어나는 지에 대해 관찰을 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꼬리를 자르지 않은 돼지들의 피해가 컸습니다. 미국의 한 농장에서 진행된 이 실험은 240마리의 새끼 돼지들을, 꼬리를 자르지 않은 것과 꼬리를 자른 것으로 나누어 출하가 이루어 질 때까지 꼬리물기와 관련된 사항들을 관찰한 실험이었습니다.
어린 구간(자돈 구간)과 이후(육성/비육, 돼지가 출하 전까지 성장하는 기간)구간으로 나누어 관찰해 보니 어린 구간에서는 꼬리를 자르지 않은 돼지의 41%가 꼬리물기로 인한 상처를 입었고, 꼬리를 자른 돼지의 경우 2%가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구간에서는 꼬리를 자르지 않은 돼지의 89%가 꼬리물기로 인한 상처를 보였고, 꼬리를 자른 돼지에서는 48%가 꼬리물기로 인한 상처를 보였습니다. 그래서 꼬리물기로 인해 결국 한방에서 탈락(부상이 심해 안락사되거나 치료를 위한 구역으로 빠져나간 경우)된 비율은 꼬리를 자르지 않은 돼지가 21%, 꼬리를 자른 돼지가 5%였습니다.
아무런 대안 없이 꼬리를 자르지 않고 돼지를 키우면,
오히려 돼지들은 더 괴롭고 힘들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꼬리를 자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증과 스트레스 역시 상당하며, 이로 인한 통증과 스트레스가 상당히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었습니다. 실제로 꼬리를 자르는 과정에서 새끼 돼지들이 받을 스트레스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들도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실험을 통해 새끼 돼지들이 꼬리를 자를 때 통증과 스트레스가 상당하며 이 통증, 스트레스로 인한 문제가 꼬리를 자르지 않은 돼지들이 보이는 정상적인 행동(편하게 누워있는 자세를 취하거나 행동 자체가 불안함, 서두름, 급함이 없이 정상적으로 보이는 것) 수준으로 돌아오는 데까지 5~8시간 정도가 걸림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런 단미 시의 통증을 줄여주기 위한 방법으로 단미 직후 진통제와 국소마취제를 처방해 통증의 정도와 지속시간을 줄여주고자 했으며 이는 일정 부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실험상 확인되었습니다.
계속해서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단미를 반대하는 요구가 이어졌고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 일부 나라에서는 법으로 단미를 금지시켰습니다. 따라서 단미를 하지 않고도 꼬리 물기에 의한 돼지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죠.
그래서 돼지들이 지내는 방에 서로의 꼬리보다 더 흥미로운 놀이거리를 제공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먼저 짚풀을 매일 일정한 양 공급해 주는 방법을 선택하니 꼬리물기의 발생 빈도가 줄었다고 합니다. 또 짚풀이 매일 일정한 양 공급해 주는 방법을 선택하니 꼬리물기의 발생 빈도가 줄었다고 합니다. 또 짚풀이 없을 땐 쇠사슬을 돈방에 걸어놓고 돼지들의 호기심을 자극 해 주니 꼬리물기 발생 빈도가 줄었다고 합니다. 돼지들이 갖고 놀 장난감 같은 물건을 제공하면 서로의 꼬리에 관심을 덜 갖게 되는 것이죠.
현재 EU의 동물복지법에서는 돼지의 꼬리 자르기가 금지는 아닙니다. 물론 꼬리 물기가 발생되지 않도록 다른 방법을 최대한 찾아보고 정 찾지 못할 경우에 꼬리를 자르라는 조건이 붙어있긴 하지만요.
대부분의 농가는 꼬리 자르기를 할 때만큼 꼬리 물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해 꼬리 자르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사실 꼬리를 자를 때의 고통과 꼬리물기에 의한 상처로 인해 돼지가 느낄 고통 중 어느 것이 더 돼지를 괴롭게 하는지 우리로서는 정확하게 비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반 돼지농장에서 무조건 '단미를 하지 않는 것이 돼지의 복지를 위한 정답이다'라고 단정 지어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입니다. 만약 농장에서 단미를 하지 않고자 한다면,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꼬리물기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있어야만 돼지들이 꼬리 부상으로 인해 겪을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고요. 만약 농장에서 단미를 통해 꼬리물기를 예방하고자 한다면 그때는 단미 과정에서 돼지들이 느낄 고통,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해 진통제와 국소마취제를 이용한 통증 경감 조치와 정확한 실시(꼬리를 너무 짧게 자르면 통증이 심하고 회복이 더디며, 감염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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