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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농장 이야기

[김동욱의 돼지농장 이야기(13)]토실토실 살 오르면 엄마와 떨어져야 하는 아기돼지들

'한별팜텍'의 '김동욱 수의사'가 전하는 동물복지 이야기

[본 원고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양돈산업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이해를 돕고자 기획된 글 입니다. 초고속정보화 시대를 맞아 지속가능한 한돈산업을 위해 소비자들과의 소통과 공감이 점차 요구되고 있습니다. 잠시 일반인의 눈으로 양돈산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돼지와사람]


115일 동안 엄마 뱃속에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온 아기 돼지들은 엄마 젖을 먹으며 토실토실 큽니다. 태어날 당시의 체중은 보통 1.1~1.2㎏ 정도 되는데요. 경우에 따라선 2㎏가 넘는 우량아가 나오기도 하고, 또 1㎏도 안 되는 체중으로 태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태어난 아기 돼지들은 엄마와 형제들과 함께 3~4주 정도의 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이 기간 동안 아기 돼지들의 체중은 5~6㎏를 훌쩍 넘기죠. 농장에서 오래 일하신 분들은 농담처럼 '돼지들 살 오르는 소리가 들린다'는 말씀을 하시는데요. 3주 동안 5㎏ 이상의 체중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틀린 말도 아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저녁에 마지막으로 관리를 하고 다음날 아침에 다시 가보면 밤새 이만큼 컸나 싶을 때가 종종 있거든요.




하지만 아기 돼지들이 영원히 엄마와 함께 할 수는 없습니다. 엄마와 떨어져 홀로서기를 해야 할 시점, 바로 젖을 떼는 '이유기'입니다. 돼지들이 태어나 자라는 동안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바로 엄마와 떨어지는 이 이유 시기라고 하는데요. 아기 돼지들에게 이유 시기는 어떤 의미일까요?


첫째. 맘마가 달라집니다.

엄마의 젖은 그동안 아기 돼지들을 키워준 소중한 영양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젖을 뗌과 동시에 더 이상 엄마 젖을 먹을 수 없죠. 젖 대신 다른 먹이를 먹어야 하는데, 이 과정은 돼지들에게 큰 스트레스입니다. 


이것은 사람도 마찬가지죠. 이유식이라는 것, 다들 잘 아실 텐데요. 이유식이란 젖을 뗀 아기들이 어른들이 일반적으로 먹는 음식을 먹기 전 적응하기 위해 먹는 특별한 음식입니다. 젖이라는 액체 성분의 음식에서 밥과 같은 단단한 성분의 음식으로 전환을 돕기 위해 먹는 음식이라 이해하면 되겠네요. 아기 돼지들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칩니다.




아기 돼지들 중에서는 엄마 젖을 떼고 씩씩하게 사료에 적응하는 녀석들도 있지만 개중에는 엄마 젖을 잊지 못하고 사료에 적응을 잘 못하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농장 식구들은 이렇게 적응을 잘 못하는 녀석들을 위해 사료와 물을 섞어서 죽처럼 만들어 주기도 하고, 처음 젖을 떼고 먹는 사료에는 엄마 젖과 비슷하게 우유 성분을 함유시켜 적응을 돕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적응을 잘 못하면 간혹 배앓이 설사를 하기 때문에 농장 식구들은 이 시기의 돼지들을 특히 유심히 돌봅니다.


둘째. 엄마의 체온을 느낄 수 없습니다.

엄마 돼지의 체온은 보통 38도 정도 됩니다. 아기 돼지들은 젖을 먹는 동안 항상 엄마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생활합니다. 조금 춥다고 느끼면 대부분의 아기돼지들은 엄마 품으로 모입니다. 엄마 돼지 품으로 파고들어 곤히 잠든 아기 돼지들의 모습은 농장에서 가장 예쁜 모습 중 하나죠. 


그런데 이유 시기가 되면, 엄마라는 '천연 난로'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추우면 늘 파고들어 온기를 느낄 수 있었던 엄마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 이것이 아기돼지들에게는 큰 스트레스입니다. 그래서 아기 돼지들이 엄마와 떨어져 처음으로 지내는 공간은 농장에서 가장 포근하고 따뜻하도록 관리합니다. 엄마의 온기를 대신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죠. 물론 엄마품만 하겠습니까만은...


셋째. 새로운 친구들을 만납니다.

그 동안은 엄마, 형제들과 생활하던 아기돼지들은 이유를 하면서 비슷한 생일을 가진 다양한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게 됩니다. 그간 익숙했던 엄마, 형제들과는 달리 처음 보는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낯선 친구들에 대한 탐색전, 그리고 만만해 보이는 친구들과는 누가 센지 겨루는 싸움이 아기돼지들에게도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돼지들에게는 큰 스트레스죠. 어린 아이들이 처음 집을 떠나 어린이집에 갔을 때, 처음 보는 선생님 그리고 처음 보는 친구들과 적응하는 과정이 아이들에게 큰 스트레스가 되는 것과 같습니다.




넷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합니다.

엄마 돼지와 함께 하는 동안, 배고프면 바로 곁에 있는 엄마 젖을 찾아갔고 추우면 엄마 품으로 파고든 녀석들은 엄마와 떨어져 낯선 환경에 놓이면서 모든 것을 새롭게 배워야 합니다. 


맘마가 있는 곳을 찾아가 밥을 먹는 연습도 해야 하고,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는 곳을 찾아가 물을 마시는 연습도 해야 하고, 추우면 돈방에서 따뜻한 곳을 찾아가는 연습을 하던지, 아니면 낯선 친구들과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지내는 연습도 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이 돼지들에게 역시 큰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농장에서 어미 젖을 떼는 아기돼지들을 볼 때면, 저는 늘 난생처음 엄마 곁을 떠나는 게 겁이 나 엉엉 울며 버스에 오르던 제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 첫날이 생각납니다. 


농장에서 어린 돼지를 돌보는 식구들 역시 어린이집에 처음 와 어리둥절하고 긴장한 아이들을 달래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린이집 선생님과 같은 마음입니다. 이 시기가 돼지들에게 얼마나 민감한 시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농장에서는 돼지들의 성장을 얘기할 때 크게 이유 전과 이유 후로 구분해 얘기를 합니다. 이유기 이후의 정상적인 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분기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유를 하고 적응을 잘 하지 못하게 되면 아기돼지들은 큰 시련을 겪습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이유는 아기 돼지들에게 다방면에서 스트레스를 줍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기에 이 스트레스를 얼른 극복하지 못하면 면역력이 낮아지면서 여러 가지 질병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아픈 돼지가 발생할 위험이 가장 높은 구간이 바로 막 이유한 아기돼지들이 있는 자돈사이기도 하죠.


또한 이유 후 빠른 적응에 실패하면 성장이 느려지면서 같은 또래에 비해 뒤처집니다. 이렇게 뒤처진 녀석들은 다른 녀석들의 해코지 대상이 되기 쉽고요. 그러면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또 상처가 발생하기도 하고 그 상처가 감염을 일으켜 죽기도 합니다. 


이렇게 이유 후 자돈들을 돌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처음 걸음마를 떼고 집 밖으로 나온 어린아이를 돌보듯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돼지들보다도 더 많은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답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김동욱의 돼지농장 이야기 12편 보기, 11편 보기, 10편 보기, 9편 보기, 8편 보기,  7편 보기 , 6편 보기, 5편 보기, 4편 보기, 3편 보기, 2편 보기, 1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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