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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농장 이야기

[김동욱의 돼지농장 이야기(4)] '돼지 분만 펜스=학대'라 말할 수 없는 이유

'한별팜텍'의 '김동욱 수의사'가 전하는 동물복지 이야기

[본 원고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양돈산업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이해를 돕고자 기획된 글 입니다. 초고속정보화 시대를 맞아 지속가능한 한돈산업을 위해 소비자들과의 소통과 공감이 점차 요구되고 있습니다. 잠시 일반인의 눈으로 양돈산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돼지와사람] 


오늘 할 이야기는 분만사 모돈 펜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에 관한 내용은 굉장히 무겁고 또 논쟁이 될만한 내용이기에 다루기가 어렵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한 번은 꼭 얘기를 나누고 싶은 주제이기도 했기에 이번 글에서 다뤄보려고 해요.


돈사의 동물들이 제약 없이 생활하는 삶이 가능할까요?




많은 분들이 야생이든 가축화된 동물이든 모두 자유롭게 생활하기를 원합니다. 물론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도시와 농촌의 경계가 분명하고, 또 농촌에서조차 축산을 할 수 있는 지역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농장 동물들이 자유롭게 생활하기란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물론 반려동물로서 집에서 한 마리쯤 키운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미니돼지인 줄 알고 입양한 돼지가 알고 보니 농장에서 키우는 돼지였고, 키우다 보니 정이 들어 지금은 집에서 함께 생활한다는 반려 돼지 '에스더'처럼요.(▶반려 돼지 에스더 사연보기)


현대사회에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농업과 축산업을 위한 공간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원하는 축산물의 양은 점점 늘어갔습니다. 이 요구치를 맞추기 위해서는 제한된 면적으로 가축을 키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죠. 오늘 얘기할 분만실의 모돈 펜스로 이런 상황에서 나오게 된 것이고요.


모돈 펜스는 효율성만 강조한 이기적인 장치다?




분만실의 모돈 펜스는 공간의 효율만을 고려한 경제적 논리에 의해 나온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한된 공간 속에서 엄마돼지와 새끼 돼지 모두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고안된 것입니다.


2화에서 말했던 것 기억하시나요? "돼지는 사회성이 있고 원래 무리생활을 하는 습성을 갖는다."라는 내용이요. 바로 이 무리 생활을 하던 모돈이 분만할 때가 되면 무리와 멀리 떨어진 곳, 다른 돼지나 다른 동물들로부터 새끼들을 보호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동해 분만을 준비한다고 했죠. 분만을 앞둔 돼지에게는 이렇게 다른 돼지와는 격리되어 오롯이 분만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농장에서 분만을 할 모돈을 위해 만들어준 공간이 분만 펜스입니다. 만약 제한된 공간에서 분만하는 모돈 간의 격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호기심이 유난히 많은, 그리고 분만 전 극도로 예민해진 모돈들 사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이 가시나요?


어미와 새끼의 생존을 위한 장치, 모돈 펜스




이 분만 펜스에는 다시 모돈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내부 펜스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바로 이 내부 펜스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으실 텐데요. 사실 외부 펜스만큼 중요한 것이 내부 펜스입니다.


평균적으로 한 마리의 모돈은 출산 시에 10~12마리의 새끼를 낳습니다. 그리고 출산 후 며칠간은 새끼와 어미 모두에게 힘든 시기가 찾아옵니다. 갓 태어난 새끼는 세상에 적응하는 단계에 놓이며 행동이 민첩하지 않고, 어미 돼지는 분만 뒤 회복 과정에서 힘이 부치기 때문입니다.


이때, 어미 돼지는 앉았다 일어나기만 하는 것도 벅찬 느낌이라고 해요. 사람처럼 몸의 여러 관절을 구부려 부드럽게 누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유연하지도 않은 데다 200kg이 넘는 체중을 지닌 탓에 누울 때마다 기댈만한 벽체를 찾아 슬며시 미끄러지듯 털썩털썩 주저앉을 수 밖에 없는데요. 이 과정에서 새끼 중 일부가 어미에게 깔려 압사당하기도 합니다.


이 압사를 예방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설치된 것이 바로 내부 펜스입니다. 내부 펜스는 어미돼지가 일어났다가 앉을 때 천천히 조심스럽게 앉을 수 있게끔 하는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바로 이를 통해 새끼 돼지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이 틀에는 새끼 돼지들이 어미 돼지가 일어섰을 때 밑으로 가기 어렵도록 만든 장치도 달려있습니다. 혹여 모돈이 일어섰을 때 새끼 돼지들이 엄마 배 밑으로 갔다가 압사가 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입니다. 즉 어미가 눕기 위해 기댈 지지대 역할을 함과 동시에 좀 더 조심스레 눕게 하고 새끼들이 어미돼지 밑으로 가는 것을 어렵게 해 깔려 죽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된 것이 바로 내부 펜스입니다.


모돈 펜스 말고 다른 대안은 없을까?




법적으로 임신 모돈의 펜스 내 사육을 제한하고 있는 유럽의 동물복지법 역시 분만사의 분만 펜스는 규제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마도 새끼 돼지들을 위해서 꼭 필요한 시설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한편에서는 새끼들의 압사를 최소화하면서 어미 돼지의 행동 제약이 없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펜스 없이 사육할 수 있는 분만사 시설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죠. 하지만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시설을 찾아내지 못했어요.


자유 분만 펜스 등의 대안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압사의 비율이 기존 펜스보다 높아 사용빈도는 낮은 상황입니다. 머지않아 압사를 더 예방하면서, 모돈의 행동 제약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이상적인 분만 펜스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이 글을 통해 분만사의 어미돼지를 억지로 가둬놓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분만사의 펜스는 어미돼지와 새끼 돼지 모두를 위해 필요한것이라는 것을요.




[김동욱의 돼지농장 이야기 3편 보기, 2편 보기, 1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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