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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농장 이야기

[김동욱의 돼지 농장 이야기(9)] 문제는 벽이야! '돼지방 인테리어'변천사

'한별팜텍'의 '김동욱 수의사'가 전하는 동물복지 이야기

[본 원고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양돈산업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이해를 돕고자 기획된 글 입니다. 초고속정보화 시대를 맞아 지속가능한 한돈산업을 위해 소비자들과의 소통과 공감이 점차 요구되고 있습니다. 잠시 일반인의 눈으로 양돈산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돼지와사람]

모돈 펜스 사육의 진실 4.'평등'을 위시한 '자유'



갑작스러운 사육 방식 변화가 불러온 '스트레스'

펜스(감금틀) 사육 금지를 천명한 유럽의 돼지 농장들은 정해진 시간 안에 사육 시설을 개선해야 했습니다. 문제는 기존 시설을 전환하는데 필요한 시간이었죠. 대다수의 농장주들은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바로 모돈의 펜스를 떼어내고, 그 탁 트인 공간에 모돈들이 생활하도록 한 것이죠.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단순히 넓은 공간에 모돈을 풀어놓는다고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오산이었어요. 새로운 모돈이 들어올 때마다 벌어지는 싸움, 그리고 사료를 둔 다툼뿐 아니라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다툼으로 다리를 다치거나, 유산을 하는 모돈이 늘어났죠.

왜 그랬을까요?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모돈들이 탁 트인 공간에 편안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탁 트인 돈방구조에서는 어떤 모돈이 움직일 때마다 근처 모돈들은 자연스레 긴장할 수밖에 없었고, 작은 바스락거림에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혹시 무슨 일이 벌어지진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으니까요.

'이 자린 이제 제 겁니다' 모돈들이 선호하는 최고의 명당자리



군사 사육 방식을 채택하고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모돈들이 벽이 있는 곳을 선호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몸을 누일 때마다 기댈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돼지들에게 튼튼한 벽은 최고의 버팀목일 수밖에요. 육중한 몸을 천천히 눕히기에 그만한 자리가 없었겠죠.

벽 쪽 자리를 차지한 모돈들이 누우면 그 옆으로 차곡차곡 나란히 눕는 모돈들도 등장했습니다. 이미 누워있는 모돈을 벽 삼아 기대어 눕는 것이었죠. 하지만 여러 마리가 나란히 누웠다가 중간의 한 마리가 일어나면서 다른 모돈을 건드려 싸우기도 하고, 개중엔 기어이 자기가 벽 쪽을 차지하겠다며 누워있는 모돈들을 밀어내는 다툼이 발생하기도 했죠.

관리자의 고민(1)-모두가 '편히' 누울 수 있도록 장소를 바꿔볼까?



한 차례 내홍을 겪은 관리자들은 군사 내부에 모돈들이 선호하는 기댈 공간을 설치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일종의 파티션을 설치해 군데군데 기댈 곳을 만들어 준 것이죠. 본디 먹는 곳과 쉬는 곳, 잠자는 곳 등 장소 구분이 확실한 동물로 잘 알려져 있는 돼지이기에, 효과는 바로 나타났습니다.

파티션을 중심으로 공간을 구분해나간 것이죠. 먼저 쉴 곳과 먹을 곳, 용변을 위한 장소 등을 정했고 남은 공간들은 이곳을 오가는 이동로로 사용해나갔습니다. 탁 트였던 돈사가 가벽들로 구분되어 오밀조밀해졌지만, 장소 구분이 확실해지니 '명당'을 얻기 위한 다툼은 조금이나마 줄어들더군요.

관리자의 고민(2)-모돈들이 구분한 공간에 더 변화를 줘볼까?



일반적으로 현대의 농장에서는 원활한 분뇨처리를 위해 돈사 바닥에 적당한 크기의 구멍을 뚫어놓곤 했습니다. 그 구멍으로 돼지들의 분과 뇨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죠. 하지만 모돈들은 이 구멍을 불편해했습니다. 특히 눕기 위한 공간의 바닥으로는 구멍이 없는 평평한 곳을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죠.

관리자들은 돼지들의 '무언의 요구(?)'에 응답했습니다. 모돈들이 자주 눕는 장소에 한해 그곳의 바닥을 구멍이 없는, 막혀있는 바닥으로 바꿔준 것이죠. 이 작은 움직임은 모돈 스트레스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다툼이 아예 없어지진 않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보다는 더 적게 발생했기 때문이죠.

모돈의 행동을 연구하고, 그에 따라 군사돈방의 디자인을 바꾸는 방식의 노력들은 모돈 간의 일상적인 다툼을 줄여 스트레스가 덜한 상황을 만드는데 기여했습니다. 나아가 더 많은 돼지들이 분만까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고요.

관리자의 고민(3)-전입 문제, 먹이 문제는 어떡하지??



안타깝게도 가벽을 세우고, 바닥 깔판을 바꿔주는 것이 돼지들의 서열이나, 먹이경쟁에서 시작된 싸움까지 막아주진 못했습니다. 새로운 돼지의 전입이나 사료 문제로 벌어진 다툼은 환경을 바꿔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으니까요. 무언가 더 구체적인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아예 구획을 나눠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새로 들어오는 모돈과 기존의 모돈 간의 다툼을 차단하기 위해서 방을 만든 것이죠. 각 방에는 같은 주에 교배된 모돈들이 다른 돼지의 유입 없이 분만까지 함께 지내게 했는데요. 이렇게 하면 각 방에서 있을 최초 서열정리 이후에는 더 이상 큰 다툼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같은 그룹에 속한 모돈들이라도 나이에 따라 덩치의 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어린 모돈들은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외받은 어린 모돈들을 위한 공간을 새로이 만들게 됩니다.

관리자의 걱정-이것도 만능은 아니더라.



이 아이디어의 가장 큰 단점은 하나의 군사장을 여러 방을 쪼개나갈수록 모돈 한 마리에게 할애되는 공간이 줄어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각 방마다 수십 마리의 돼지들이 함께 지내다 보니 각 모돈의 건강이나, 컨디션 등을 세부적으로 관리하기가 매우 힘들어졌습니다.

모돈들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가장 정확한 지표인 '식욕'을 점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죠. 단순히 '식사는 한다, 안 한다'만으로도 기본적인 건강 상태를 유추할 수 있는 데다가 식사를 하러 오거나, 서있는 모습에서 또 먹은 양을 보고 체형 문제나 신체적 불편과 고통 여부 등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집단 사육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군사에서는 모든 돼지들의 밥을 동시에 먹이는 건 불가능합니다. 매일매일 일일이 찾아가며 먹일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때때로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돼지들이 발견되기도 하고, 그렇게 되기까지 조기 진단 및 처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문제가 대두되었죠.

하나의 주장인 정(正)에
모순되는 다른 주장인 반(反)이,
더 높은 종합적인 주장인 합(合)에 통합된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이 변증법을 논하며 이야기했던 말이죠?
돼지농장을 말하다 왜 갑자기 철학을 논하냐고요?
이 명문이 돼지 농장 관리인의 고민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지요.

네, 모돈마다의 적절한 관리를 꿈꾸던 이들이 기존의 감금틀 사육 방식과 군사 사육 방식 간의 장점을 섞어 새로운(??) 사육 방식을 등장시켰거든요. 다음 회에서는 이 새로운 시스템에 대해 얘기하고 적용 과정에서 얻은 의외의 결과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김동욱의 돼지농장 이야기 8편 보기,  7편 보기 , 6편 보기, 5편 보기, 4편 보기, 3편 보기, 2편 보기, 1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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