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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농장 이야기

[김동욱의 돼지농장 이야기(5)] 돼지야 너 정말 행복한 거 맞니?

'한별팜텍'의 '김동욱 수의사'가 전하는 동물복지 이야기

[본 원고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양돈산업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이해를 돕고자 기획된 글 입니다. 초고속정보화 시대를 맞아 지속가능한 한돈산업을 위해 소비자들과의 소통과 공감이 점차 요구되고 있습니다. 잠시 일반인의 눈으로 양돈산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돼지와사람]


많은 분들이 동물복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반려동물 분야에서는 활발한 논의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농장동물의 복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반려동물만큼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진 않고 있습니다.


사실 동물복지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는 아직 "이거다"라고 사회적으로 확정된 것이 없습니다. 다만 동물의 5대 자유를 비롯한 몇 가지 이론들을 포함해 아주 원론적인 수준에서만 얘기가 되고 있죠. 오늘은 '농장 돼지의 복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돼지 복지 심포지엄(Pig Welfare Symposium)'을 아시나요?



2017년 저는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열리고 있는 '돼지 복지 심포지엄 (Pig Welfare Symposium)'에 다녀왔습니다. 미국 양돈협회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미국 내 돼지 관련 종사자분들(농장, 도축장, 유통업체, 운송업체, 정부, 연구기관, 수의사 등)이 참여했습니다. 


<미국 내 돼지 복지 현황과 미래>라는 주제로 돼지 복지와 관련된 최근 연구결과나 권고사항 등을 교류하면서, 우리가 '돼지 복지'라고 생각하는 여러 방법이 실제 돼지들에게 어떤 효과를 불러오는지, 과학적인 분석을 토대로 현 양육시스템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동물복지는 윤리와 과학이 공존해야 합니다




사실 동물복지라고 얘기를 할 때 아직 우리나라는 윤리나 가치의 측면에만 비중을 두고 논의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농장동물의 복지는 특히 그렇고요. '저렇게 키우는 것은 잔인하다.' '저렇게 키우는 것은 옳지 않다.' '저렇게 키우는 것을 보니 불쌍하다.'라고 얘기하면서 '그래서 동물복지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씀을 하시죠.


하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동물복지' 문제를 윤리나 가치라는 정서적 측면이 '과연 진정으로 동물을 위한 행동인지 아닌지'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불쌍하다', '잔인하다'라고 보는 사육 방법이 동물들에게 정말 고통스러운지, 그 안에서 괴로워하는지를 분석하려는 건데요. 우리가 동물이 아닌 이상 인간의 잣대로 동물의 심정을 속단할 경우 오히려 동물에게 더 큰 고통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연구들을 하고 있는지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볼까요?




농장동물 복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스트레스나 고통이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돼지는 사람의 언어로 말할 수 없기 때문에 고통의 정도를 물어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과학 분야를 활용해 돼지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하고자 하는 것이죠.


먼저 동물행동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분들은 돼지의 행동을 분석해 특정 환경이 돼지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지 아닌지를 분석합니다. 가령 새끼 돼지가 어미 곁을 떠나 독립하게 되면 그동안 함께 했던 형제 돼지들과는 다른 돼지들과 합사하는데요. 이때 낯선 환경에 놓인 돼지들의 특이 행동을 관찰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관리자들이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어떤 방법이 스트레스를 덜어주는지 실험하는 거죠.


또 특정 환경 조건에 따라 돼지들의 혈액 속의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분석해서 스트레스 발생에 따른 생리적 변화를 이용해 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하기도 하고요. 농장에서 행해지는 각종 치료(주사)나 관리(거세나 단미) 시 돼지들의 소리나 표정을 가지고 통증의 정도를 판단해 통증을 줄여주기 위한 여러 가지 보조적 처치가 얼마나 통증을 줄여줄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 등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동물 복지의 핵심은 '인간'이 아닌 '동물'입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동물복지와 과학을 연관해 진행하는 연구나 실험이 거의 전무한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동물복지를 말할 땐 다분히 감성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크죠. 이 시각에서 동물복지를 논하면, 모든 농장동물들은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게 정답일 것입니다.


하지만 동물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녀석들에게 또 다른 고통이 될 수 있어요. 대다수 농장동물들은 사람에 의해 돌봄을 받으며 자라도록 개량된 가축이기에, 야생에서 자급자족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마치 말 못하는 어린아이를 숲 속에 데려다주고 '지금부터는 자유롭게 살아'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거죠.


그래서 우리나라도 동물복지를 얘기할 때, 특히 농장 동물의 복지를 얘기할 때 정말 그 동물이 어떻게 느낄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따라야 진정 동물을 위한 동물복지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심적 만족을 위한 동물복지가 아니라요.


농장동물의 복지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무엇이 진짜 동물을 위한 복지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노력이 함께 해야 하고요, 그러다 보니 갑자기 이룰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조금은 천천히 가더라도 진정으로 동물을 위한 방향으로 농장 동물의 복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켜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여러분들도 그렇게 생각해 주시겠죠?




[김동욱의 돼지농장 이야기 4편 보기, 3편 보기, 2편 보기, 1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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