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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농장 이야기

[김동욱의 돼지 농장 이야기(8)] 함께 사는 돼지들의 고민 '밥그릇 문제'

'한별팜텍'의 '김동욱 수의사'가 전하는 동물복지 이야기

[본 원고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양돈산업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이해를 돕고자 기획된 글 입니다. 초고속정보화 시대를 맞아 지속가능한 한돈산업을 위해 소비자들과의 소통과 공감이 점차 요구되고 있습니다. 잠시 일반인의 눈으로 양돈산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돼지와사람]


모돈 펜스 사육의 진실 3. 주거환경 해결하니 또 '큰 산'




최초로 감금틀 사육 금지 법안을 통과시킨 유럽연합


유럽연합이 2013년부터 법으로 임신 모돈의 교배 4주 이후 분만 전까지의 펜스 사육을 금지했다는 것, 한 번이라도 제 글을 읽어주셨거나, 조금이라도 농장 돼지 복지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익히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 금지 법안이 농가들의 자율적인 주도로 통과되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계셨나요?

사실, 이 법은 유럽 내 동물보호단체를 중심으로 한 입법청원과 그에 호응하는 소비자들, 그리고 그 뜻에 동감하는 의원들이 이뤄낸 것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정작 돼지를 키우는 농가들의 의견이나 입장은 반영되지 않아 감금틀을 대신할 '방법'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졌습니다. 실제로 법안 시행이 임박해서야 급하게 군사 사육으로 전환하는 농가들이 다수였으니까요.


뭐가 그렇게 힘들어?

그냥 핑계지.

얼른 저 갑갑한 감금틀부터 없애라고


혹시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까요?

저 말마따나 흉물스러운 철제 구조물을 드러내기만 하면 농장 돼지의 자유가 '짠!'하고 나타날까요? 애석하게도 '우리가 사는 현실'이자, '제가 업으로 삼고 있는 곳'에서는 그럼 마법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더군요.


양돈 현장에서 감금틀을 대신할 군사 사육으로 전환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괜찮을 거라 과신했던 곳에서부터 많은 문제들이 쏟아져 나왔으니까요. 이번 회에서는 그 첫 번째 문제로, 감금틀을 벗어난 나온 임신 모돈들의 식사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군사 생활을 하는 돼지들 밥은 어떻게 줘야 할까요?




감금틀에서 지내는 모돈들에게는 개개인마다 자신의 밥그릇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관리자들이 동시에 사료를 주기 때문에, 정해진 식사 시간마다 정량의 식사를 섭취하는데 어려울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군사 사육을 하게 되면서 밥을 어떻게 줘야 할지가 가장 큰 문제로 등장했습니다. 감금틀에서의 방식에 익숙해진 돼지들에게 새로운 급식 시스템을 마련해줘야 했으니까요.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돈방 내의 바닥 여러 군데에 사료를 나누어 떨어뜨려 먹게 하는 방법(바닥 급여, Floor Feeding), 모돈 마릿수만큼의 밥통을 두고 사료를 주는 방법(Half Pens 또는 Shoulder Pens), 그리고 한 마리씩 들어가서 먹을 수 있는 전자동 기계장치(ESF : Electric Sow Feeder)도 고안됐죠.


사람도 돼지도 갑작스레 맞이하게 된 환경 변화이니 양쪽 모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죠. 거기에 이 아이디어들을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함께여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문제 : 모든 돼지가 배부를 순 없다




일단 바닥급여의 경우, 사료를 사이에 둔 모돈들 간의 다툼이 심했습니다. 서로 자기가 먹겠다고 달려들면서 싸움이 잦았고, 결국 서열이 센 모돈은 많이 먹고 그렇지 못한 모돈은 제대로 먹지 못하게 됐습니다.


모돈 마릿수만큼의 밥통을 두고 사료를 주는 방법 역시 센 모돈이 이곳저곳의 밥통을 차지하려고 하여 다툼이 잦고 결국 서열이 낮은 모돈은 사료를 제대로 먹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전자동 급여 장치를 사용하는 방법은, 각 모돈의 귀에 전자 인식표를 달아두고 급이기에 들어가면 자신에게 정해진 정량의 사료를 먹게 해주는 1대 1 관리 격의 획기적인 시스템으로 각광받았습니다. 배가 고픈 돼지가 장치 안으로 들어가면 입구가 닫혀 다른 돼지들의 침입을 막아주기에 온전히 식사에 집중할 수 있었죠.




하지만, 기계 가격이 너무 비싸 여러 대를 구비하기 힘들었기에, 여러 마리의 모돈들이 한 대의 기계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입장 순서의 문제였죠.


서열이 센 모돈이 먼저 기계로 들어가기 위해 서열이 낮은 모돈과 다툼을 벌이고, 또 이미 밥을 먹었음에도 식탐 탓에 기계 입구를 떡하니 막고 다른 모돈들이 들어가는 것을 방해하며 해코지를 부리는 경우도 발생했고요. 배는 고픈데 아직 식당에 들어가지 못한 모돈들이 입구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도 나타났습니다. 물론 기다리면서 많이들 싸웠고요.




가장 큰 문제는 처음 기계를 이용하는 돼지들의 적응이었습니다. 선천적으로 후각이 발달된 돼지들은 냄새만으로 이곳이 사료가 있는 곳이고 저곳이 물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서 별도의 연습이나 적응이 필요치 않은데요. 최신식 입출입 시스템이 반영된 기계는 돼지들에게 낯선 것이었기에, 어색함과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데에 별도의 연습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연습이 충분치 못하거나 연습을 하더라도 끝내 적응하지 못하는 모돈들은 밥을 먹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는데요. 그런 모돈들은 부득이하게 펜스로 가야 했습니다. 계속 거기 놔두면 생명이 위독해질 테니까요.


혼자일 수 없어서 발생하는 문제 : 맞춤 관리가 어려워




모돈 합사 시작하고 나타난 두 번째 문제는, 바로 식사량 조절이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보통의 돼지라면, 많이 먹고 튼실하게 잘 크는 것이 미덕이겠지만, 임신한 모돈이나 포유 중인 모돈은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데요. 임신한 모돈이 제한 없이 양껏 사료를 먹어 살이 찌게 된다면, 모돈은 물론 배속에 있는 새끼들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농장에서는 모돈과 배속의 새끼들을 위해 임신 기간과 모돈의 체형에 따라 사료량을 조절하며 적절한 건강 관리를 시도해왔습니다. 이 시스템은 모돈 관리의 핵심이었고, 감금틀에서 모돈을 사육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군사로의 전환이 되면서 이러한 세밀한 관리가 어려워졌습니다. 여러 마리의 돼지들이 한 곳에 모여있게 되면서 먹이를 주는 방법에 큰 변수가 생겼거든요. 돼지들이 서열에 따라 움직이면서, 먼저 식사를 마친 돼지들이 자기보다 약한 돼지들의 음식을 뺏어 먹기 시작했고, 자기 밥그릇을 잃은 녀석들은 계속 굶주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같은 연령대라도 몸집과 건강에 따라 따로따로 관리해줘야 하거늘, 맞춤 처방을 해줘도 먹질 못하는 환자들 덕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나온 것이 위에서 말한 전자동 급이기 였지만, 그 나름대로의 문제가 있었고요.


우린 답을 구할 것이다. 늘 그랬듯이


실제로 유럽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연구 중에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임신 기간이 비슷한 모돈들을 같은 군사에서 지내게 하여 비슷한 시기의 돼지들이 비슷한 양의 사료를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고요. 또 비슷한 임신 기간의 모돈들을 다시 몸매가 비슷한 모돈끼리 모아 같은 군사에서 지내게 하여 최대한 사료 양을 맞추려는 노력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세밀하게 구분을 하는 것이 공간적 제약에 의해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이것이 정답이라고 나온 것은 없고요.

여전히 모돈들에게 가장 알맞은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다음 회에서는 모돈들의 군사 적응에 도움이 되는 군사의 내부 설계에 대해 얘기해 보도록 하죠.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김동욱의 돼지농장 이야기 7편 보기 , 6편 보기, 5편 보기, 4편 보기, 3편 보기, 2편 보기, 1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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