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원고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양돈산업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이해를 돕고자 기획된 글 입니다. 초고속정보화 시대를 맞아 지속가능한 한돈산업을 위해 소비자들과의 소통과 공감이 점차 요구되고 있습니다. 잠시 일반인의 눈으로 양돈산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돼지와사람]
2019년 황금 돼지띠의 해가 밝았습니다. 돼지가 복을 상징하는 동물이라는 거 다들 잘 알고 계시죠? 이글을 읽는 모든 분들의 가정에 복이 가득하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올 한해 돼지들 건강을 위해서 더 열심히 노력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아프면 아프다고, 이런 점이 불편하다고 말을 할 수 없는 돼지들 건강을 돌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제가 처음 농장에서 일할 때 농장 사장이자 돼지 수의사였던 제 선배가 해준 말씀이 생각이 나는데요.
할 일이 끝나고 시간의 여유가 있거든
휴게실에서 쉬지 말고 돈사에 들어가
끊임없이 돼지를 관찰해라.
학교 다니면서 방학 때마다 농장에서 일한 터라 어느 정도 적응도 됐고, 쉬는 시간엔 좀 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느라 돼지를 제대로 보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단 생각에 쉴 때도 가급적 돈사에 들어가 앉아 돼지들을 관찰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진짜 돼지를 그냥 보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돼지를 집중적으로 살펴야 하는지, 또 돼지들이 편안해 하는지, 불편해 하는지 조금씩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 얘기는 농장에서 일하는 농장 가족분들이 돼지를 살피는 방법입니다.
돼지농장 이야기 코너를 통해 몇 번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요. 모돈은 '개체관리'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한 마리 한 마리에 대한 개별적인 기록이 있고 그 기록에는 모돈의 나이부터 그동안 새끼를 낳아 길렀던 역사, 혹시나 아팠다면 그 일자와 치료에 관한 내용 등이 적혀 있죠.
그래서 임신사와 분만사를 담당하는 농장 식구들은 매일 한 마리 한 마리를 꼼꼼히 살펴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하게요. 식사는 잘 하는지, 다리가 아파 혹시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몸에 열은 없는지 등을요.
하지만 모돈 이외 돼지들은 개체관리가 아닌 군(무리)관리의 개념으로 관리가 됩니다. 같은 주에 태어나 생일이 비슷하고 같은 날 엄마 젖을 뗀 돼지들은 농장에 있는 동안 한 무리로 생활하게 됩니다. 어린이집에서 한 반이 된 녀석들이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계속 한 반으로 지내게 된다고 보면 되겠네요.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한 그룹으로 생활하는 녀석들을 꼼꼼하게 관찰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작게는 한 방에 20마리에서 큰 방에는 100마리 이상이 함께 생활하는데요. 여기서 한 마리 한 마리 상태를 살피고 문제가 있는 녀석들을 찾아낸다는 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조그마한 소리에도 화다닥 움직이며 관리자가 들어가면 끊임없이 달려들어 호기심을 표하는 돼지들의 숫자를 헤아리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하나 둘 셋 넷...다시 하나 둘 셋 넷...다시...결국 포기하고 마커를 가지고 숫자를 헤아린 녀석을 하나씩 표시하며 숫자를 세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 여담이지만 돼지 마릿수를 얼마나 잘 헤아리는가가 농장 식구의 연륜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답니다.
이처럼 어려운 돼지 헤아리기. 농장 식구들은 사료와 물, 분뇨, 여러 가지 질병 체크 등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맡아서 하다 보니 일일이 돼지 수를 헤아리면서 상태를 꼼꼼히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내기가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종종 관리와 조치가 필요한 돼지들을 발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죠.
그렇다면 집단으로 생활하는 돼지들을 관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농장에서 사용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자는 모습을 봅니다.
돼지들은 옆으로 네 다리를 주욱 펴고 누워서 잘 때가 가장 편안한 상태입니다. 돈방 안의 돼지들 중 네 다리를 주욱 펴고 누워 있는 돼지들이 많을수록 돈사 안의 환경이 돼지에게 편안하다는 얘기이고, 또 아픈 돼지들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배를 바닥에 대로 웅크리고 누워있는 돼지들이 있다면 어딘가 불편한 상태라고 볼 수 있고요. 또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강아지처럼 앉아 있는 돼지들이 있다면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관리자들은 이런 돼지들을 보면 들어가서 상태를 확인하고 문제의 원인을 찾아 다시 편안하게 누울 수 있게끔 여러 조치들을 취합니다.
2. 깨워서 활력을 보고 함께 운동하며 돼지들의 운동 상태를 봅니다.
여러분들도 몸이 안 좋으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으시죠. 돼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소에는 문을 여는 작은 소리에도 와다닥 일어나 반응하는 녀석들이 몸이 안 좋으면 누워서 움직이려고 하질 않습니다. 활력이 없는 것이죠. 또 누워 있는 돼지들을 깨우는 이유는 혹 다리를 다친 녀석들을 확인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다리가 아파 누워 있는 녀석들은 일으켜 세워서 다리에 힘을 주는지, 걸을 때 절지는 않는지 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3. 식사량과 물 섭취량을 점검합니다.
우리도 아프면 입맛이 뚝 떨어지듯 돼지들도 몸이 안 좋으면 입맛이 떨어집니다. 모돈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 자기 밥그릇이 각각 정해져 있어서 한 마리 한 마리 식욕과 섭취량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데요. 다른 돼지들은 하나의 급여기를 여러 마리가 사용하기 때문에 개체별 사료 섭취량을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돼지들이 사료를 잘 안 먹었다면 몸이 야위게 되는데요. 하지만 관리자의 눈에 뜨일 정도로 야윈 상태라면 발견이 매우 늦은 것입니다.
그래서 농장에서는 총 사료 양의 변동을 통해 녀석들의 전반적인 식욕을 점검합니다. 사람으로 따지자면 이런 거죠. 이 방의 돼지들이 평균적으로 한주에 1톤의 사료를 먹는데, 이번 주는 사료를 0.6톤 만 먹었다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고요. 농장에서는 이런 사료 섭취량 감소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또 물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몸이 불편한 돼지들은 물 섭취량도 줄어듭니다. 발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귀찮은 것이지요. 그래서 물 섭취량이 감소해도 감소 원인이 무엇인지 농장에서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돼지들과 의사소통이 되면 참 좋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농장 식구들이 돼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돼지들이 몸으로 행동으로 보내주는 무언의 신호를 인지하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농장 식구들은 끊임없는 돼지의 관찰을 통해 돼지들과 소통하고 돼지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들께서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