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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농장 이야기

[김동욱의 돼지농장 이야기(7)] 돼지들의 '무시무시한 전쟁'이 벌어진 사연

'한별팜텍'의 '김동욱 수의사'가 전하는 동물복지 이야기

[본 원고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양돈산업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이해를 돕고자 기획된 글 입니다. 초고속정보화 시대를 맞아 지속가능한 한돈산업을 위해 소비자들과의 소통과 공감이 점차 요구되고 있습니다. 잠시 일반인의 눈으로 양돈산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돼지와사람]


모돈 펜스 사육의 진실  2. 돼지행복 위해 감금틀 없앴더니




이런 모습, 떠올려보셨나요?

위 사진은 올 3월 덴마크의 돼지농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

덴마크는 유럽연합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모돈 교배 4주 이후 스톨 사육을 금지하고 있는데요.


사진을 자세히 살펴볼까요?

폭신해 보이는 지푸라기 위로 지긋이 눈을 감고 누워 있는 돼지가 있네요.

어떠세요? 사진 속 돼지가 편안해 보이시나요?


아쉽게도 저곳은 감금틀을 벗어난 임신 모돈들이 지내는 돈방이 아닌, 그 한편에 있는 병원 돈방(Hospital Pen)의 사진입니다. 저기 누워있는 돼지도 휴식 중이 아니라, 다른 모돈과 싸우다 다쳐 치료를 받고 있는 임신 모돈이죠.


불쌍한 돼지를 위해 감금틀을 없애볼까? 돼지들이 더 행복해지겠지?

 



저는 지난 글에서 '펜스 사육이 매우 불편하게 느껴졌던 사람'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돼지와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했거나, 오랜 시간 농장 돼지들을 관찰하지 않았다면' 이 생각에 변함이 없었을 것이라 말씀드렸었죠. 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임신 모돈을 풀어키우는 군사 사육 방식을 접하게 된 첫날부터 이 기대는 산산이 부서지기 시작했습니다.


감금틀에서 벗어난 모돈들이 엄청나게 싸우기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각기 떨어져 있던 돼지들이 한 곳에 모이면서, 사람으로 따지면 신고식이라 할 수 있는 서열정리가 시작된 것이죠. 보통은 한 번 정리된 서열에 따라 더 이상의 싸움은 일어나지 않는 게 맞지만, 농장의 특성상 매주 새로운 모돈이 출입하다 보니, 새로운 얼굴이 들어오는 날이면 고대 로마 콜로세움을 방불케하는 어마어마한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싸움이 끝날 때 즈음이면 만신창이가 된 모돈들이 부지기수로 나오고, 싸움 도중 다리를 다친 모돈들의 경우 일어나지 못하고 도태가 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 싸움의 스트레스로 유산하는 모돈들도 많았죠.


돼지의 사회성을 줄이고, 운동 부족을 야기하고, 본연의 습성을 억제한다는 감금틀을 벗어나 자유를 선물해줬다 싶었는데, 넓은 공간에 집단 사육을 시도하자 바로 옆에 있는 돼지끼리 서로 경계하고, 큰 싸움으로 혈전을 벌이고, 서열에 따라 자리를 차지하는 행동을 끊임없이 반복할 줄이야.


우리는 돼지를 잘 몰랐던 게 아닐까요?




인간의 기준에서 감금틀에 사육되던 모돈을 풀어주면 더 행복하게 잘 살 거라 믿었습니다만, 실제는 이상과 많이 달랐습니다. 오히려 더 다치고 아파하는 모습을 보니 당혹스러울 수밖에요. 하지만 그렇게 풀어서 키워지던 돼지들을 계속 관찰하면서 무엇이 문제였는지에 대해 조금씩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임신한 모돈들이 얼마나 조심스럽게 행동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마치 만삭의 임산부가 부른 배를 살포시 받쳐 들고 조심스레 걷는 모습이 떠올랐죠. 그렇게 걷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녀석들에게 정기적으로 새로운 돼지들이 나타난다면?


혹여 자기에게 다가오는 녀석이 자기와 배속의 아기들에게 해코지나 하지 않을지 항상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했던 것이죠. 그러다 보니, 조그마한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했고 종종 큰 싸움으로 이어졌던 것 입니다.


둘째로, 모돈들은 기댈 수 있는 벽을 유난히 좋아했습니다. 200㎏이 넘는 만삭의 큰 몸을 누이는 데는 벽이 반드시 필요했던 것이죠. 서로 벽을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 잦았을 정도로, 벽에 대한 선호도가 엄청났습니다.


이런 것들을 미리 알지 못하고 그냥 자유를 준답시고 익숙지 않은 공간에 여러 마리의 돼지들을 풀어놓은셈이니, 여러 문제들이 한꺼번에 나타났던 것이죠.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돈의 펜스나 감금틀이 지하철 전동차 내 임산부 좌석과 같이 임신한 모돈을 보호하기 위한 나름의 공간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과, 준비가 안된 채 급작스레 군사로 풀려난 임신 모돈을 보면서 임산부용 지하철 전동차 한 칸에 특별한 배려가 없이 임산부들만 가득 태운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감금틀 나름대로 순기능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과

감금틀을 벗어난 모돈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가 부족했다는 것이죠.


인간 기준에서 꼼짝없이 갇혀있는 모돈을 보며, '얼마나 답답할까, 저건 엄청 불편할 거야, 무조건 없애야해'란 생각이 '모돈의 예민함'이나 '벽을 좋아하는 습성', '모돈이 보내는 불편한 신호'등을 미처 고려할 수 없게 만든 건 아닐까요?


다음 회에서는 펜스에서 나온 모돈들이 보여주는 행동들을 토대로, 우리가 돼지에 대해 잘 못 알았던 것, 처음 알게 된 것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김동욱의 돼지농장 이야기 6편 보기, 5편 보기, 4편 보기, 3편 보기, 2편 보기, 1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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