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상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초음파(Ultrasonic Wave)'라는 단어가 생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의 몸에 대한 연구나 질병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인류는 직접적 해부나 실험적인 개복술을 하지 않고도, 투시를 하듯 몸의 내부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X-ray와 초음파기계(이하 초음파) 이다.
X-ray는 투시하는 사진이라면, 초음파는 움직임을 실시간(real-time)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활용성이 더 넓다. 초음파를 사람의 몸에 적용하여 많은 성과를 이루어 내자, 사람들은 동물에 초음파를 적용하는 것으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양돈에서 초음파가 적용된 것은 불과 수십여 년 밖에 되지 않았다. 비록 초창기에는 사람에게 사용되는 초음파를 그대로 돼지에 실험적으로 적용해보는 시도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금은 사용환경과 원하는 정보를 수집하는 전문제품으로 발전하고 있다.
양돈 초음파는 지금까지 크게 4단계를 거쳐 변화해오고 있다.
▶1단계: 인의용 초음파의 양돈적용 – 많은 한계성 노출
▶2단계: 양돈용 전문제품으로 출시 – 경량화, 양돈전용 프로브(probe) 등
▶3단계: 차단방역과 제품수명 연장을 위한 군사용 수준의 견고함
▶4단계: 초보자 사용이 쉽고 전문가의 원격컨설팅이 가능한 스마트초음파
1단계. 인의용 초음파의 양돈 적용
사람에게 적용하는 초음파가 양돈에 적용되었을 때 예상하지 못한 한계성들이 드러났다.
첫째로 환자를 침대에 눕히고 진료하는 초음파로 돌아다니면서 돈사의 돼지를 진단할 수 없었다. 그래서 휴대용에 밧데리가 부착된 형태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둘째로 사람에게 사용하는 프로브는 양돈에 맞지 않았다. 프로브는 수집하고자 하는 정보와 사용 용이성에 따라서 그 모양이 다른데, 양돈은 양돈에 맞는 전용 프로브가 필요했다.
2단계. 양돈 전용 제품의 출시
양돈전문 초음파 발전은 앞에서 언급한 인의용 초음파가 가지는 한계성을 극복내면서 급속도로 발전하였다.
휴대성은 기본이고 장시간 사용을 위해서 선명한 화질은 유지하면서 가볍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또한 양돈전용으로 개발된 프로브들이 생겨났고, 그것은 크게 임신진단용, 등지방용, 직장용 번식진단용으로 구분된다.
지금까지 가장 농가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복부를 통한 임신진단용이다. 초창기의 마이크 형태의 프로브에서 지금은 손목으로 피로감을 줄여 주고 어떤 각도에서 피부면에 접촉시키든지 쉽게 진단이 가능한 반원형으로 모양이 바뀌고 있다.
등지방의 초음파 측정은 과거에는 그 중요성이 많이 대두되지 않다가, 최근에 등지방의 두께와 구성이 생산성이나 유전적 개량의 지표를 제공한다는 연구들이 많아지면서 그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로 등지방은 성성숙, 발정주기, 이유시기, 이유체중에 많은 상관관계가 있어서 앞으로 농가에서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하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약간은 생소하지만 양돈의 직장초음파가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양돈에 적용에 있어서는 최신의 기술이며, 한국에서도 몇몇 수의사들이 주축으로 활발하게 시행되어 가고 있다. 이 직장초음파는 복부초음파로 알아낼 수 없는 자궁과 난소의 상태, 방광염과 같은 생식기 주변의 질병들을 진단할 수 있어서 원인불명의 모돈의 번식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쓰이고 있다.
3단계. 차단방역과 긴 제품수명을 위한 견고한 제품
사람의 초음파를 축산현장으로 가져오면서 가장 잘 생기는 문제가 바로 고장과 파손이다.
비록 경량화를 통한 휴대성을 높였지만, 제품의 수명은 상대적으로 매우 짧았다. 사람이 다니는 병원에서는 초음파는 먼지가 없고 건조한 환경에서 사용되지만, 양돈장은 방수와 방진 기능이 없는 제품이라면 고장이 나기 쉽다. 또한 차단방역을 위해서는 세척이 쉽고, 소독이 가능하여야 하지만 일반 전자제품의 수준의 초음파라면 불가능하다. 양돈용 제품들은 최근에는 군사용 수준으로 만들면서 가능해졌다다.
보통 기본적으로 방수, 방진은 IP65(먼지로부터 완벽보호, 물줄기에도 방수)이상이어야 하며, 최근에는 IP68(먼지로부터 완벽보호,수심 1미터에서도 방수)에 해당하는 제품도 있다.
또한 대부분의 초음파의 수리비용은 프로브 손상에서 많이 일어나므로 사람의 가슴 높이에서 콘크리트 떨어뜨려도 파손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 수준의 충격보호 제품이 있다.
4단계. 초보자의 사용이 쉽고 전문가의 원격 컨설팅이 가능한 스마트 초음파
앞서 2, 3단계를 거치면서 가볍고 견고한 양돈전문 초음파가 세상에 나왔음에도, 농장에서의 활용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어찌되었던 초음파는 의료용이나 전문산업용으로 쓰이던 기계이기에 초보자의 입장에서는 이를 해석할 수 있는 기본적인 능력을 갖추기 전에는 무용지물이었기 때문이었다.
과거에는 외부컨설턴트가 농장에 방문하여 이런 서비스를 해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는 차단방역을 위해 농장내부인력과 장비로 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양돈초음파의 기술의 혁신은 전문가와 초보자의 간극을 좁혀주는 쪽으로 최근에는 발전하게 되었다. 그래서 초음파를 비롯한 모든 축산관련 장비들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화된 장비로 변신하고 있다. 여기서 디지털화된 초음파는 스마트폰과 같은 각종 스마트기기와 연동하여 사용가능한 것을 의미하며, 이는 양돈현장에서 다음과 같은 변화를 가져온다.
첫째로, 초음파상 분석의 일정 부분을 초음파 장비가 직접 해준다. 과거에는 등지방을 측정할 때 지방과 근육을 육안으로 보고 결정하였다면, 초음파 자체가 그 길이를 측정하여 보여 준다거나, 임신연령을 태아의 길이측정을 통해서 자동계산하여 주는 기능이 있다.
둘째로 와이파이(WiFi) 기술을 통해서 완벽한 경량화와 무선을 실현하게 되었다. 스마트기기와 연동을 하려면 무선통신이 가능한 구조여야 한다. 과거 무선장비들이 외면 받는 가장 큰 이유가 블루투스나 2.4GHz의 와이파이를 사용하였을 때 화면의 노이즈나 끊김 현상으로 인해 유선제품보다 화질이나 성능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5G시대에 맞추어 5GHZ의 무선인터넷을 활용하여, 유선제품보다 선명한 화면을 제공하는 초음파들이 출시되었다. 또한 무선의 특성상 스마트폰만 가지고 있다면 여러 사람이 동시에 초음파상을 공유하며 볼 수 있게 되었다.
셋째, 스마트폰과 연동되어서 전문가에게 원격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기계식 초음파의 단점은 초음파상을 비디오로 쉽게 저장하지도 못하고, 또한 이를 실시간으로 누구에게 보낼 수도 없었다.
그러므로 항상 전문가가 직접 방문해야 진단이 가능했지만, 현재의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초음파들은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에 영상을 저장해서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로 이를 전문가에게 전송하여 의견을 들을 수 있다. 이는 완벽한 원격컨설팅과 차단방역을 이루는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편에서는 양돈현장에 적용가능한 최신 초음파들이 어디에 와있는지 설명하였고, 다음 편부터는 차례로 현장에서 초음파를 어떻게 적용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초음파(1)] 양돈산업에서의 초음파 어디까지 발전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