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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 희생농가의 재입식이 어려운 현실적인 이유, 여섯 가지

재입식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자금 부족...그 외 방역시설, 재입식 평가, 계절 문제, 후보돈 도입, 시험 입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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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 피해농가 H씨(40대)는 속이 까맣게 타들어갑니다. 몇 달 전부터 시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히 생활을 버텨내고 있는 와중에 들려온 재입식 허용 소식은 반가우면서도, 당장 한 달 이자 내기도 버거워하는 본인의 처지에 우울하기만 합니다. 딱히 자금이 없는 그에게 재입식은 여전히 꿈일 뿐입니다.  

 

 

다른 ASF 피해농가 K씨(60대)는 재입식 준비에 밤낮없이 바쁘지만, 늘어가는 빚에 걱정이 태산입니다. 재입식 허가를 위해 직원을 새로 뽑았습니다. 그리고 방역시설 설치 공사에 들어갔지만, 생각보다 커지는 공사 규모에 한숨만 나옵니다. 게다가 추운 겨울 찬 바람에 공사 속도는 한없이 지체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24일부터 ASF 살처분·도태 명령 이후 15개월 만에 재입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해 정부의 ASF 살처분·도태 명령으로 돼지를 잃은 261농가 가운데 폐업 신청을 하지 않고 재입식 의사를 표명한 농가는 207농가입니다. 하지만, 이들 농가의 재입식 속도는 더디기만 합니다.

 

경기도청에 따르면 20일 기준으로 강화된 방역 시설 설치 후 재입식 평가를 통과한 농가는 연천 14호이며 이 중 13호가 돼지 5,123두를 입식했습니다. 13호는 재입식 대상 전체 207호 기준으로 불과 6.3%에 해당됩니다. 재입식 시작 후 약 한 달의 결과입니다. 

 

재입식 대상 농가에 따르면 재입식이 어려운 이유는 크게 여섯 가지로 정리됩니다. ▶자금 부족 ▶방역시설 공사 ▶높은 재입식 평가 기준 ▶계절적 한계(동절기) ▶후보돈 도입 제약 ▶시험 입식 등입니다. 

 

 

ASF 희생농가들이 재입식을 하는데 가장 어렵게 만드는 이유는 첫 번째로 '자금 부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은 살처분·도태 이후 15개월 동안 수입도 없었지만, 재입식 이후 최소 12개월을 빚을 내어 살아야 합니다. 정부가 요구하는 방역시설을 갖추고 후보돈을 구매하고 그리고 수입이 없는 앞으로 일 년 동안 농장 운영비까지, 사실상 12개월 그 이상입니다.  

 

관련하여 한 양돈 관계자는 "후보돈 한 마리를 키워 새끼를 낳게 하고 출하를 하는데까지 비용이 250만 원 가까이 든다. 이는 재입식 농가에게는 결코 만만치 않은 돈이다"라며 게다가 "내년에는 사료값도 오른다고 하는데 재입식 농가들이 특히 더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는 '강화된 방역 시설을 위한 공사'가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상당수의 농장이 노후화된 상태다 보니 정부가 요구하는 8대 방역시설을 갖추는데 공사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자금 부족 상황에서 외부 인력을 안 쓰고 직원들과 직접 시설을 만들고 보수하는 데 일이 더뎌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재입식을 한 연천의 한 양돈농가는 "강화된 방역 시설을 갖추는데 4억 5천만 원이 들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소요 비용 가운데 지자체 보조는 2,000만 원이고, 대부분 자금을 이리저리 충당해 어렵사리 마련했습니다. 

 

 

세 번째는 재입식 평가 기준이 높아졌습니다. 

 

재입식 허용을 위한 방역시설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8가지 시설 그 이상을 갖추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자체와 민간 수의사로 구성된 합동 평가단들이 농장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방역시설에 대한 요구 수준이 보다 구체적이고 높아지고 있다는게 농가들의 전언입니다. 

 

연천의 2세 한돈인은 "농가들은 시설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평가단이 요구하는 것은 방역 시스템이다"라며 "이 때문에 8대 방역시설 외 부수적인 추가 공사가 필요할 때가 많다"라고 전했습니다.

 

네 번째는 동절기라는 계절의 특수성이 있습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땅이 언 가운데 방역시설 설치 공사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재입식 후 사육 및 질병 관리 측면에서도 취약합니다. 이 때문에 재입식을 동절기가 끝나는 시점으로 일정을 생각하는 농가도 있습니다. 이들은 정부가 보다 빨리 재입식 결정을 했어야 했다고 주장합니다. 

 

다섯 번째는 실제 후보돈 도입이 어렵다는데 있습니다. 

 

먼저 PRRS 음성돈을 구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방역당국은 야생멧돼지 ASF 발생지점 반경 500m 내에 위치한 양돈농장은 발생일로부터 3개월, 500m~3km에 위치한 양돈농장은 1개월간 입식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재입식 준비 중인 농장도 해당됩니다. 12월 현재 연천을 중심으로 감염멧돼지가 22건 확인되고 있습니다. 

 

끝으로 입식시험입니다. 발생농장과 발생농장 반경 500m 농장에 해당됩니다. 이들은 강화된 방역시설 설치와 평가 통과에 더해 60일의 입식시험을 거쳐야 비로소 재입식이 가능합니다. 

 

재입식을 앞두고 있는 한 양돈농가는 "입식할 자금부터 부족한 상황이다"라며 "매달 적자이다 보니 시작은 했는데, 돼지가 커가는 일년 동안 자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다. 돼지가 없더라도 정부가 농신보(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 자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재입식이 가능할 것이다"라고 전했습니다. 

 

ASF 비대위에 따르면 연천은 현재까지 27개 농장이 방역시설 심사를 신청했고, 이중 17개 농장이 합격 했으며 10개 농장이 심사대기중에 있습니다. 파주는 3개 농장이 방역시설 심사를 신청했고, 김포·강화는 내년에 재입식을 하려는 농장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입식을 앞둔 한 양돈농가는 "포천 100여 농가와 연천 50여 농가가 이동제한에 걸려 있다, ASF 바이러스와 체중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종돈회사들이 작은 돼지는 팔지를 않아서 후보돈 구하기가 더욱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재입식 농가들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자금부족입니다. 

 

이근선 기자(pigpeople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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