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와사람'은 24일부터 내부회의를 통해 '살처분'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안락사'라는 말을 씁니다.
돼지와사람은 지난 19일 한국양돈수의사회 동물복지위원회(위원장 김동욱 원장, 한별팜텍)로부터 '살처분 정책의 이유와 실시방법'이라는 자료를 받고, 진지하게 '살처분'을 대신할 용어를 다시금 깊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김동욱 원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후 살처분 과정에서 또다시 일부 동물보호단체의 문제제기와 불완전한 실시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살처분 자체의 부당성을 제기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살처분이라는 용어 자체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주는 거부감이 큰데, 미국의 경우 Mass culling(집단 도태)에서 Depopulation(디팝)이라고 용어를 변경해 사용하는 것처럼 우리도 살처분이란 용어대신 농장비우기, 돼지비우기 등 좀 완화된 용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관계당국에 건의를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처분(處分)'이라는 말은 한자어로 표준국어사전에 의하면 '처리하여 치운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살처분(殺處分)'은 사전적 의미로는 '죽여서 처리하여 치운다'라는 말입니다. 실제적으로는 '병에 걸린 가축 따위를 죽여서 없앰'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살처분'은 최근의 동물복지 인식에 비추어 한참 뒤떨어진 말입니다. 또한, 김동욱 원장의 지적대로 동물보호단체나 소비자에게 오해의 소지를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동물보호단체는 '인도적인 살처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적'이라는 말과 '살처분'은 쉽게 어울리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예전 교육계에서 논란이 된 '사랑의 매'와 같은 처지 입니다.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살처분'이라는 용어가 하루에도 수 천개의 기사와 커뮤니티에서 보입니다. 최근 산업에서 우려하는 혐오 및 자극적인 사진이 없더라도 말 자체가 혐오와 작극적인 상상을 부추킵니다.
각설하고 '돼지와사람'은 고심 끝에 '살처분' 대신 '안락사(安樂死)'라는 용어를 기사에 담기로 했습니다. 안락사는 인의 또는 반려동물 병원에서 주로 사용하는 말입니다.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또는 불치의 대상에 대해 고통이 적은 방법으로 생명을 단축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동물보호단체가 요구하는 '인도적 살처분'의 지향점이 바로 '안락사' 입니다. '예방적 살처분'은 '예방적 안락사'로 대신할 수 있겠습니다. 살처분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싶다면, '안락사 처치' 등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농장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도태'라는 말 또한, '안락사'로 용어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도축장의 '도축'까지 이 용어를 사용할 수 있을지는 좀더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내부적으로 한돈협회나 수의사회, 다른 언론사, 정부기관과 협의 후 진행하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만, 일단 '돼지와사람'이 먼저 '안락사'라는 용어를 사용해보고 추후 이를 확산해 나가자는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살처분' 혹은 '도태'라는 말 대신 '안락사'. 끝으로 행동은 말을 뒤따르는 법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