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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허재승 수의사 "항생제, 원하는 만큼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수의사처방제, 항생제 오남용 줄이는 최소한의 장치....아직은 아니지만, 내성균 발현 줄이는데 기여 예상

지난 8월 2일은 '수의사처방제'가 도입된지 만 11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수의사처방제는 수의사 처방을 통해 항생제나 기타 약품에 대한 오남용을 막고 항생제의 축산물 잔류 및 내성균의 출현 등을 예방하기 위해 시행되었습니다. 실제 효과가 나타났는지 의문시되고 있습니다. 특히, 항생제 판매량(사용량) 자료에서는 전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미국과 유럽의 경우 수의사 처방제는 기본이고, 여기에 더해 동물용항생제 사용 감축 노력이 활발합니다.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는 보고서가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항생제는 가축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좋은 도구입니다. 하지만, 공중보건상 위해를 가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습니다. 고기를 대체하는 산업에게는 대체육의 필요성의 구실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돼지와사람은 허재승 수의사를 만났습니다. 허 수의사는 항생제 관련 발표와 기고를 통해 한돈산업이 항생제 이슈를 어떻게 대하고 풀어나가야 할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허 수의사는 항생제 내성은 반드시 한돈산업이 시급히 풀어야 할 우선 과제이며, 무작정 줄이기보다 신중히 사용해야 함을 주장했습니다.

 

 

다음은 허재승 수의사와의 대화를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먼저 항생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항생제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항생제는 약품으로서의 목적과 특성으로 나누어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목적은 세균 감염증의 완화 또는 치료에 있으며, 특성은 세균에 대한 선택 독성이다. 즉, 항생제는 세균 감염증을 완화 또는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약품이며 세균에 대해 선택 독성을 가지는 점이 다른 약품과 다른 측면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세균은 생명체의 진화 관점에서 발생 초기부터 등장한 매우 원시적인 생명체이지만 여러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매우 뛰어난 생물이다. 그러므로, 사람이나 동물이 살아가는 환경에서 세균을 완전히 없앨 수 없기 때문에 항생제는 사람이나 동물 모두에게 중요한 약품으로 남을 것이다.

 

수의사처방제 도입이 항생제 오남용이나 내성균 발현 예방에 도움이 되었다 생각하는가?

수의처방제를 통해 호르몬제나 항생제처럼 사람과 동물을 위해 중요하게 관리해야 하는 동물용의약품에 대한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된 것이 가장 큰 의의라고 생각한다. 다만, 전체 항생제에 대한 처방제가 도입된 것은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성균 발현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 말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원칙적으로 항생제를 농가에서 원하는 만큼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 수의사가 처방하는 환경과 분위기가 만들어져야만 수의사처방제가 내성균 발현을 줄이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판단한다.

 

 

항생제 사용과 내성균 발현 정도는 어떤 연관이 있는가?

많은 논문에서 확인된 것처럼 항생제 사용이 늘어나면 내성균 발현도 증가한다. 도시가 매연으로 새까매지면 까만색 나방은 잘 살아남고 햐얀 나방이 줄어드는 자연 선택의 법칙처럼,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면 내성균이 보다 더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내성균의 발현이 증가한다. 요컨데, 항생제 사용 증가와 내성균 발현 증가는 기본적으로 ‘+’ 상관관계이다.

 

항생제의 무조건 사용 감축보다 신중한 사용을 주장하고 있는데 무엇이 다른가?

항생제 내성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필요할 때는 적게 쓰고 불필요한 경우에 많이 쓰기 때문이다. 항생제를 투여해서 최소 일주일간은 치료해야 완치되는 질병도 2~3일 쓰다 폐사나 증상이 줄어들면 그만둔다. 농가 입장에서는 항생제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병이 없을 때 예방적으로 항생제를 투여하는데 이때는 또 너무 오랫동안 투여한다. 즉, 질병이 발생했을 때는 너무 짧게 쓰고 질병이 없을 때는 너무 길게 사용하는 것이 현재의 문제점이다. 이 부분을 서로 반대로 하는 것이 바로 항생제의 신중한 사용이며, 이는 농가의 성적도 유지되면서도 항생제 사용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항생제 클리닝이라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항생제를 미리 투여해서 가축이 체내에 가지고 있는 세균 숫자를 떨어뜨린다는 의미로 사용되어온 용어이다. 기본적으로, 질병이 없을 때 항생제를 쓰는 것은 의미가 없고 비용의 낭비이며 마음의 위안이다. 다만, 질병 발생을 명확하게 예상할 수 있을 때 일종의 예방적 용법으로 항생제를 적용함으로써 얻는 편익도 있다. 비슷하면서도 모순적으로 보이는 이 두가지 상황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개나 고양이의 수술이 끝나면 항생제를 투여한다. 왜냐면, 수술 부위에 세균이 감염되어 질병이 발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리스크가 높을 때 예방적으로 투여하는 항생제는 그 목적이 명확하며 효과도 좋다. 그런데, 질병감염 위함이 없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건강한 개나 고양이에게 항생제를 주는 것은 의미도 없고 비용의 낭비이다. 그러므로, 관행적으로 사용해온 항생제 클리닝 보다는 질병 발생시기나 상황에 맞추어 예방적으로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이 전체 사용량을 줄이고 효과도 높이는 방법이다.

 

최근 베토퀴놀로 자리를 옮겼다. 베토퀴놀은 어떤 회사이고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예정인가?

베토퀴놀은 창립 91주년인 글로벌 동물약품 전문회사로서, 글로벌 판매 상위 8위이며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다. 마보플록사신(제품명: 마보실, 포실), 톨페나민산(제품명: 톨페딘 CS)과 같은 오리지날 제품을 개발해온 회사로서, 매우 독특하고 재미있는 제품이 많은 회사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제품이나 회사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다. 베토퀴놀에 합류한 이후 이 부분을 가장 먼저 고민하고 있다. 과장이나 왜곡없이 회사와 제품을 온전히 알리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고객의 요구에 보다 부합하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내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참고로, 베토퀴놀은 창립 100주년을 향해 지속적인 혁신과 발전을 전사적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활동을 통한 성과들이 조금씩 보여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끝으로 한돈산업 관계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생산성 향상은 생존의 기로를 결정하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다. 농가에서는 환경이나 냄새와 같은 여러 가지 규제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바쁘지만 중장기적인 생산성 향상에 보다 관심을 두었으면 한다. 다산성 모돈 도입 이후 PSY와 MSY와 같은 지표적인 성적은 개선되었지만 농가에 돈을 벌어주는 실질 생산성 개선은 생각보다 낮다. 이처럼 낮은 모돈 생산성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방안 중에서 필자는 다음 방법을 추천한다.

 

모돈 분만 1주 전에 훼르콥상, 분만후 톨페딘을 투여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지난 20여년간 모돈 생산성 개선 방향에 대해서 고민했던 방법 중에서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가 탁월한 방법이라는 것을 내부 자료를 연구하다 알게 되었다. 이는 2018년에 다비육종의 다산성모돈 이유체중 개선을 위한 실험에서 발표되었던 내용이며, 2023년에 스페인에서 수천마리 모돈에 대한 투여를 통해 실증한 논문자료가 있으므로 상당히 신뢰할만한 방법이라고 하겠다. 앞으르도, 여러가지 의견와 생각에 대해서 지면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만나뵙고 말씀드리겠지만 가장 어려운 것은 농가에서의 실천이며 다변하는 축산환경 속에서 가장 마음 고생이 심한 곳도 농가라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어려운 가운데도 건투하고 있는 모든 농가의 건승을 기원하겠다. 화이팅 한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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