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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기고] 항생제 내성 예방? 무작정 줄이기보다 신중히 사용해야!(상)

한국엘랑코동물약품 전략축종사업부 허재승 본부장(jaesung.heo@elancoah.com)
대한수의사회 학술홍보위원, 월간한돈 편집위원

[본 글은 '월간 한돈 2월호(제510호)'에 실린 원고('안전한 한돈 생산을 위한 항생제 내성 이해와 신중한 사용')입니다. 저자의 동의 하에 게재됨을 알려드립니다. -돼지와사람]

 

 

마트에 들러서 축산물을 구매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얘기가 '무항생제'이다. 이는 '사육기간 동안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축산물 내 항생제 잔류가 없고 그래서 먹어도 건강에 해로움이 없다'는 대표적인 마케팅 메시지이다.

 

이렇게 마케팅 홍보에 활용되는 ‘무항생제’가 고급 축산물에 대한 대명사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짚어봐야 하겠지만, 대다수의 일반 소비자들은 축산물의 ‘무항생제’를 마치 야채나 과일에서의 ‘무농약’과 동일하게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배경에는 다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항생제 내성에 대한 지속적인 언론 홍보이다. 다른 하나는 항생제를 포함한 동물약품에 대한 잔류문제이다.

 

전자는 사람에 대한 항생제 내성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는 항생제를 대량으로 사용한 축산물에서 내성이 사람에게도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후자는 농장동물에 사용하는 모든 동물용의약품에 대한 공통 이슈로서 축산물 내 잔류물질로 인해서 섭취한 사람에게 위해가 없어야 한다는 안전한 축산물에 대한 요구이다.

 

요컨데, 이와 같은 일반 소비자의 믿음과 요구가 있기 때문에 한돈에서의 항생제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도구적 과제 외에도, 항생제 내성이나 잔류문제 해결이라는 보다 어려운 과제가 함께 제시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항생제 내성과 신중한 사용에 대해서 다시금 명확하게 짚어보고자 한다.

 

항생제 내성과 개발의 역사

항생제 내성은 세균이 특정 항생제에 저항력을 가지고 생존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세균이 사람이나 동물에 감염되면 기존에 사용하던 항생제의 효과가 줄어들어 해당 항생제로는 치료가 어렵게 된다.

 

 

그렇다면, 새로운 항생제를 계속 개발함으로써 이러한 내성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1980년대까지의 항생제 개발의 황금기가 저물게 되면서 이러한 내성관리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게 되었다. 즉, 새로운 항생제 개발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기존에 개발된 항생제를 보다 오래 사용하는 것(항생제의 신중한 사용)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게 되었다.

 

항생제 내성과 항생제 사용과의 상관 관계

 

(1) 세균은 지속적으로 증식하고 변이를 만든다, 고로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세균은 이분법을 통해서 가장 빠르게 증식하는 생명체이다. 일반적인 환경 조건에서 세균은 [그림1]처럼 이분법으로 증식한다. 한 사람이 분열해서 두 명의 일란성 쌍둥이로 분열하는 것과 유사하다. 즉, 세균의 집단이라는 것은 동일한 자기(我)가 지속적으로 복제되는 일란성 쌍둥이들의 집합체라고 보는 것이 가장 유사할 것이다.

 

 

세균은 환경만 허락한다면 매우 빠르게 무한 증식하는 양상을 보여주는데, 가장 빠르게 증식하는 세균에 속하는 대장균은 약 20분에 한 번씩 자기분열을 하면서 증식한다. 즉 1개의 대장균은 1시간이 지나는 동안 3번 분열하기 때문에 23(8)개가 되고, 2시간이 지나면 6번 분열하므로 26(64)개, 약 8시간이 지나면 224(약 1,600만)개로 폭발적으로 증식하게 된다.

 

세균이 이처럼 이분법을 통해서 증식하면서 동일한 자신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지만, 이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자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세균 집단은 유전 형질이 조금씩 달라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세균은 106(100만)~109(10억)개당 한 개의 비율로 돌연변이가 발생하고 있으며, 환경에 접합한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해당 돌연변이가 세균 집단 내 크게 증가하게 된다. 다윈의 자연선택이다. 이를 세균의 자연 발생적인 돌연변이라고 한다.

 

모든 돌연변이가 항생제에 대한 내성능력은 아니지만, 앞서 대장균의 경우를 생각하면 매 7~9시간마다 내성세균이 발생할 최소한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참고로 이처럼 자연발생을 통해 획득된 내성인자(유전자)는 형질전환(Transformation), 형질도입(Transduction), 접합(Conjugation)을 통해서 보다 확산될 수 있다.

 

(2) 항생제의 선택작용으로 내성세균이 더욱 증가한다.

어떤 세균에 대해서 A라는 항생제가 매우 높은 감수성(세균의 성장이 억제되거나 사멸)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에 저항성을 가지는 돌연변이 세균도 있다고 가정하자. 일반세균이건 내성세균이건 이분법을 통해서 증식하는 과정은 동일하기 때문에 내성세균이 발생했더라도 전체 세균집단에서 내성세균의 비율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세균집단에 A라는 항생제를 넣어주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그림3]처럼 일반세균은 높은 감수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아마도 대부분 억제 또는 사멸될 것이다. 하지만 내성세균은 항생제가 투여된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일반세균은 줄어들고 내성세균이 증가하게 되면 전체 세균집단 내 내성세균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이른바 특정항생제 A에 대한 내성률 100%에 가까운 세균집단이 등장할 수 있다.

 

이처럼, 항생제가 내성세균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항생제의 선택작용이라고 한다. 이는 항생제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여 살아남게 된 내성세균은 진화론적 측면에서 환경 적합자의 생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항생제 사용을 줄여야만 내성세균의 증가를 막을 수 있다는 정책당국의 근거가 여기에서 시작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3) 하지만, 항생제 사용을 줄인다고 해서 내성세균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는다.

항생제 내성을 증가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사용량을 줄여야 하는 것이 맞다. 앞서 얘기한 항생제의 선택작용은 만들어진 내성(변이)인자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항생제 사용량과 항생제 내성증가는 비교적 명확한 인과적 관계가 있다. 하지만, 항생제 내성관리에 대한 어려움이 바로 사용량을 줄인다고 내성세균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유럽에서 이와 관련한 정책적 시행착오를 겪은 바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에서의 항생제 내성은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투여하는 항생제를 얼마나 또 어떻게 사용해왔는지에 대한 결과이다. 하지만, 사람, 동물, 환경 등 어느 한쪽에서 만들어진 항생제 내성균 또는 내성인자는 다른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동물에서의 항생제 내성증가는 사람에서의 내성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유럽에서는 당시 성장촉진용으로 사용되었던 배합사료 내 항생제를 2000년부터 전면 금지하였다. 이는 사람의 내성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내성세균인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MRSA가 오히려 2000년 이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는 양상을 [그래프4]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역설적인 결과와 관련해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네소타 교수인 피터 데이비스의 연구에 따르면 이유자돈의 설사를 예방하기 위해 항생제를 대신해 첨가했던 산화아연(Zn)이 MRSA 발생 증가를 불러왔다고 주장해서 논란이 있었다. 관련해서 아직 정확한 인과 관계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덴마크에서 사료 내 항생제 첨가를 금지하고 MRSA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며, 어쩌면 항생제 내성 문제는 항생제를 줄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고려하지 않았던 요인으로 인해서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요컨대 사람에서의 항생제 내성 증가를 축산에서의 항생제 과다사용으로 몰아가는 선동보다는, 왜 축산에서 항생제 사용을 줄여도 사람에서 항생제 내성세균이 증가했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철저하게 고민하고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4) 어쩌면 검토해야 할, 생균제의 신중한 사용

앞서 MRSA에 대한 모순적인 결과에 대해서 아연(Zn)이 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지만, 최근 유럽의 트렌드는 항생제 대체제로 사용하고 있는 생균제(유산균, 고초균 등)가 여러가지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유럽의 식약처에 해당하는 EFSA(European Food Safety Authority)에서는 사료에 사용하는 생균제가 특정 항생제에 대한 내성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지를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며, 만약 확인되는 경우에는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의 생균제(유산균) 판매 트렌드는 여전히 얼마나 많이 들어있는가 하는 함량에 대한 부분에 머물러 있다. ‘1000억 유산균’, ‘1조 유산균’과 같은 광고나 제품 표기사항에 대해서 다들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는, 해당 생균(유익균)이 모두 좋은 기능을 한다는 전제하에서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논리이다.

 

 

그런데, 해당 생균제가 정말 유익한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 봐야 한다. 과거 경북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가축에 사용하는 용도로 시판되는 절반에 가까운 생균제에서 대장균이 같이 검출되고 있으며, 상당수의 생균제가 실제 표시균수보다 함량미달이라는 연구가 발표된 적이 있다. 따라서, 생균제를 사용함에 있어서도 유럽처럼 그 안전성이 검증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5) 항생제의 내성을 높이지 않기 위한 전략 = 항생제의 신중한 사용

다시 항생제 내성에 대한 문제로 돌아오면, 앞서 설명한 항생제 내성의 모순적인 속성으로 인해서 결국 항생제 내성에 대해서 대응할 수 있는 명확한 정책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때로는 국가든 협회든 잘못된 목표가 환상만 만들어 놓고 일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항생제의 내성을 언제까지 어떻게 줄이겠다”라고 일반적으로 말하는 목표와 “항생제의 내성을 더 이상 증가시키지 않겠다”는 목표에는 큰 차이가 있다. 어떤 분들은 전자와 후자가 서로 같은 말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항생제 내성의 모순적 속성을 아는 전문가 입장에서는 이는 굉장히 다른 목표이다. 어느 집단이건 간에 어떤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만 참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잘못 세워진 약간의 표현 차이는 실제 방법론에서 매우 큰 차이를 가져오게 된다.

 

그러므로, 정확한 정책적 목표는 후자처럼 “항생제의 내성을 더 이상 증가시키지 않겠다”이며, 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중장기적으로 정말 항생제 내성이 줄어들 수 있는 가능성과 기회를 획득할 수 있다. 이러한 목표에 따라 항생제 내성율을 높이지 않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정책은항생제의 신중한 사용’으로 귀결된다. 이는 필요한 곳에는 항생제를 정확하고 충분하게 사용하지만 필요 없는 곳에서는 항생제 사용을 과감하게 중단하는 것이다.

 

아래 표는 항생제의 신중한 사용을 위해 수의사가 농장에서 항생제를 처방 과정에서 준수해야 하는 임상적 프로토콜이다.

 

 

각 부분별로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좋겠지만 내용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다음 하나는 꼭 기억해두기 바란다. 농장에서는 적어도 처방된 항생제에 대해서 충분한 복약 지도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처방은 법적으로 수의사에 의해서 이루어지지만, 현실적으로 항생제 투여는 대부분 농장의 인력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항생제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처방되어 어느 돈군(사육단계 또는 사육동에 의한 구분 등)을 대상으로 어떻게 정확하게 투약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복약지도를 받을 필요성이 있다. 항상제의 신중한 사용의 첫걸음은 바로 이와 같은 정확한 복약지도에서부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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