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멧돼지에서의 ASF 바이러스 감염 확산은 올해 2월 9일 이전까지는 1차와 2차, 광역울타리 이내에서 발생되었고, 이전 양돈농가에서 발생된 지역을 크게 벗어난 사례는 없었다.
하지만 지난 9일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광역울타리 밖에서 포획된 야생멧돼지에서 174번째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 이날 이후부터 광역울타리 밖의 화천지역에서 ASF에 감염되어 죽은 돼지들이 추가로 2차례 더 발견되었다.
발견되는 폐사체와 포획개체에서 ASF 확진 개체 수는 작년 10월 18건, 11월 15건 그리고 12월 22건에 불과하던 것이 올해 1월부터는 83건 그리고 2월 17일까지는 89건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7일 기준 누적 총 227건 이다.
앞서 필자는 ‘돼지와사람’에 기고한 “우리나라 ASF는 끝난 것인가(바로가기)?"라는 글에서 2월 7일을 기준으로 앞으로 매일 4~6건 정도의 ASF 감염 확진 멧돼지가 발견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실제 2월 17일까지 발생한 케이스를 기준으로 환산해 보면 매일 5.7건의 확진 사례가 발표되었다.
이에 환경부는 10일 야생멧돼지의 남하를 차단하기 위해 춘천-소양강-인제 구간을 연결하는 ‘3단계 광역울타리’ 추가 설치를 결정하였다.
ASF 야생멧돼지 폐사체 발견 건수와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고 있다는 것은 한돈산업에 있어 커다란 위협이 아닐 수가 없다.
이전 기고 글에서 발생일과 확진 멧돼지 숫자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이번 글에서는 다른 지역으로의 야생멧돼지 전파 가능성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해 보자.
앞서 얘기했듯이 지난 2월 9일 이전까지는 1차와 2차, 광역울타리 이내에서만 ASF 야생멧돼지가 발견되었다. 이 때까지의 발생 지역을 살펴보면 북(北)으로는 북한과의 경계선인 휴전선이, 서(西)로는 서해바다가, 동(東)으로는 북한강의 줄기로 막혀 있다.
특히, 폭넓은 파로호 지역과 소양호 지역은 사람도 배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건널 수 없는 지역이다. 남으로는 사람과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도로, 주거지로 인해 야생멧돼지의 이동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양주, 동두천, 포천, 가평 그리고 춘천지역으로 전파 사례가 없는 것은 현재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2중으로 구성된 광역울타리가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엽사 등을 동원한 몰이식 수렵의 효과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이 때까지를 야생멧돼지에서의 ‘ASF 발생 1단계’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물론 이것은 개인적인 의견이며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분들의 의견에 대해서도 존중한다. 다만 2월 9일 이전의 광역울타리내에서만의 발견은 이유가 어떻든 간에 다른 나라의 사례와 견주어 보아도 아주 성공적으로 확산을 차단한 결과로 판단된다.
광역울타리 밖으로의 전파만 없다면 광역울타리 내의 야생멧돼지 씨를 말리는 노력만으로도 ASF 바이러스를 우리나라에서 완전히 제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ASF 바이러스는 2월 9일에 파로호를 넘어 화천 남쪽으로까지 확산되었다.
야생멧돼지의 전파가 점점 확대된다면 어떤 시나리오를 예견해볼 수 있을까?
야생멧돼지가 도심에도 출몰하고 수영도 아주 잘하는 동물이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사람과의 접촉을 피해 산으로 주로 이동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산맥 지도를 관찰해보면 앞으로 가능한 ASF 확산 방향을 예측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래 그림 3은 우리나라의 주요 산맥과 산을 표시한 그림이다. 핑크색으로 표시된 백두대간은 북에서 강원도를 거처 태백산 소백산 속리산 덕유산 그리고 지리산으로 이어진다.
현재 야생멧돼지의 주요 발생 지역과 광역울타리 외부 발생 지점(붉은 별표)을 시작으로 야생멧돼지는 1차로 도시화가 덜 되어 있고 산악지역인 '가평'을 거쳐 '포천'과 '여주' 지역으로의 전파를 예상해 볼 수 있다(지도상의 1번경로).
동북 방향의 산맥을 따라 가서 백두대간을 거처 치악산으로 이어지는 '원주' 지역 방향으로 전파될 가능성 역시도 고려할 수 있겠다(지도상의 2번경로). 마지막으로는 백두대간 남쪽으로 더 내려가 소백산 속리산을 거쳐 '제천', '영주' 지역의 가능성도 있다.
인간의 인위적인 개입이 없다면 야생멧돼지의 경우 자연적인 상황에서는 아주 느린 속도로 전파가 되어 가기 때문에 앞에 언급된 지역까지 전파된다면 경로를 따라 야생멧돼지의 전파가 서서히 발생할 것이다.
유럽식품안전청(European food safety authority(EFSA)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의 경우 매월 2km 속도로, 그리고 리투아니아와 폴란드의 경우에는 매월 1km 속도로 멧돼지 무리에서 ASF 바이러스가 서서히 번지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광활한 평야가 펼쳐져 있는 동부 유럽과 우리나라와의 환경은 다르지만 우리나라도 인위적인 인간의 개입이 없다면 야생의 상황에서는 하루만에 몇 백 km를 이동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글을 정리하며
이번 글에서는 단순히 지리적인 상황(산맥)을 기준으로 야생멧돼지가 이동할 수 있는 가능 경로를 예상해 보았다.
ASF의 야생멧돼지 전파는 단순히 하나의 요인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가상의 경로를 예상하여 현재 설치하고 있는 3차 광역울타리를 탄력성 있게 설치하고 최대한 자연적, 인위적 지형지물을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ASF 야생멧돼지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전파된다면 경로를 따라서 서서히 발견될 것이므로(인위적 개입이 없다면) 시공간 시뮬레이션 분석 기법 등을 활용하여 즉각적이고 선제적 대응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강원도와 경기 북부의 산악지역에서 더 이상 전파가 일어나지 않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전부터 전문가들이 강조한 발생지역의 확실한 차단 울타리, 경계지역에서의 적극적 야생멧돼지 포획이 해답일 것이다.
한편 ASF 야생멧돼지로부터 국내의 양돈 밀접지역으로의 ASF 전파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관련해 경기 동부 그리고 강원도 지역의 양돈장은 외부 차단방역을 강화하여 농장 울타리 강화, 야생멧돼지와 모든 야생 생물과의 접촉금지, 출입 차량과 인원 물품에 대한 엄격한 차단방역 지침이 수립되고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 기고는 국내의 전파 속도 분석과 야생멧돼지에서 일반 사육 농장으로의 전파 가능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