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물백신'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최근 PRRS와 PED가 전국적으로 적지 않은 피해를 일으키면서 현재 판매 중인 PRRS와 PED 백신을 두고 나온 말입니다.
'물백신'
이는 정식 의학 용어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동물약품산업에서 쓰이는 단어도 아닙니다. 국어사전에 검색이 되지도 않습니다. '금겹살'처럼 누군가에 의해 시작된 말이 여러 사람 사이에 회자되고 그리고 이를 언론이 쓰면서 대중화된 말로 추정됩니다.
그럼, '물백신'은 무엇인가? '돼지와사람'이 한국동물약품협회에 '물백신'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문의해봤습니다. 예상대로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반응을 얻었습니다. 한마디로 '모르겠다'입니다. 백신회사의 답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백신 효과가 기대 이하라는 이유로 '물백신'으로 일방 호도되는 것에 대해서는 억울함을 표했습니다.
이에 '돼지와사람'이 '물백신'을 정의해 보았습니다.
물백신을 규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백신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의학사전에 따르면 백신은 '전염병에 대하여 인공적으로 면역을 주기 위해 생체에 투여하는 항원의 하나'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동물용 백신의 경우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질병의 감염 예방, 임상증상 완화, 부가적으로 생산성 개선 등의 효능으로 품목 허가를 내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효능은 실제 실증 자료를 근거로 합니다. 실험으로 증명이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이에 증명 정도에 따라 품목 허가된 효능은 다릅니다.
한 예로 다같은 PRRS 생독 백신이지만, 품목 허가상 표기된 효능은 제품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A 제품은 '호흡기 및 생식기 질환의 임상증상 완화 및 증체율 개선'으로 효능을 인정받았습니다. B 제품은 '호흡기 및 생식기 질환의 임상증상 완화 및 혈청중화항체 유도'라는 효능으로 품목 허가를 받았습니다. C 제품은 'PRRS 예방'이 표기된 효능의 전부입니다.
정리하자면 백신마다 인정받은 효능이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백신 사용자가 일괄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를 경험한 후 국민들은 '돌파감염'이라는 개념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권장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임상증상이 나타나는 사례를 몸소 경험했습니다. 실험을 통해 검증된 백신 효능이 현실에서는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동물용 백신도 마찬가지입니다. 효능은 검증되었지만, 그렇다고 항상 기대하는 효과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농장마다 위생도와 환경이 차이가 있고 상재질병, 관리방법 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제 다시 '물백신' 얘기입니다. '물백신'은 '정상 제품이 아니다'라는 전제가 있어야 할 듯합니다. '품질면에서 비정상 제품'입니다. 가짜백신 내지는 불량백신이 물백신에 해당한다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제대로 된 효능을 나타낼리 만무합니다.
가짜백신은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 불법으로 제조된,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ASF 백신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불량백신은 제조 과정에서 항원 함량이 허가받은 기준에 비해 부족한 제품입니다. 정상제품이었지만, 이후 유통·보관 과정에서 온도 관리를 잘못해 변질된 제품도 이에 해당합니다.
백신은 기본적으로 완벽할 수 없습니다. 병원체 종류에 따라 효능 수준은 천차만별입니다(돼지열병, 써코, PRRS 등). 효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연구개발'입니다. PED가 발생한 농장이 그간 써온 PED 백신을 효과가 없다며 '물백신'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이는 백신의 한계를 본 것입니다.
오늘 내 농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백신 제품의 설명서를 시간 내어 읽어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