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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양돈농협

[기고] 삼겹살 등급판정이 어려운 이유

부경양돈농협, 서종태 양돈계열화사업단 단장

최근 한돈협회와 소비자 단체에서 돼지고기 등급판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 논의가 활발하다.

 

소비자 단체의 의견을 정리해보면 돼지고기에 품질등급을 제공해서 소비자가 돈육을 구매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 달라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리고 축산과학원에서도 돈육품질기준 설정을 위한 연구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10초에 한 마리를 평가해야 하는 현실

 

먼저 현행 도체등급 판정 현장의 상황부터 살펴보자. 도축장에 따라서 차이가 많지만 도축 속도는 대략 시간당 300~500두 정도이다.

 

즉 품질평가사는 이분도체 상태에서 시간당 300~500두가 흘러가는 속도에 맞추어 개체별 도체등급판정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것은 7~12초 사이에 돼지 한 마리의 도체등급판정을 마쳐야 된다는 결론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 단계에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육 품질평가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왜냐하면 현행 도체등급 판정은 ‘이분도체’ 상태를 하나의 ‘상품기준’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위한 도체등급판정

 

도체등급 판정의 비용 부담은 등급판정 의뢰자(사용자) 부담 원칙이다. 현행 도체등급 판정 비용은 비육돈 출하자인 양돈인들이 부담하고 있다. 즉 양돈인들의 필요에 의해서 등급판정을 의뢰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양돈인들은 왜 도체등급판정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 하는 것일까? 법 규정에 의한 것이지만, 양돈인들이 출하한 비육돈을 소비자에게 팔기위한 공정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본다.

 

이때 ‘소비자’란 지육을 상품으로 구매하는 도매시장의 중도매인과 육가공 회사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도체등급의 역할

 

중도매인과 육가공 회사들은 이분도체 상태의 지육이라는 상품을 도체등급판정 기준을 참고해서 양돈인 으로부터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구매가격 결정에 등급판정 결과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육의 가치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로써 신뢰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도체등급 판정은 비용 대비 그 효용 가치가 크다고 본다. 그리고 사양관리, 종돈개량, 효율적인 사료생산 방향을 설정할 때 소중한 기초자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단 10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과 열악한 환경 조건이지만 정확한 지육정보를 바탕으로 도체등급판정을 하는 축산물 평가원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본다.

 

최종소비자의 오해

 

 

도체등급판정은 이분도체 상태의 상품을 평가하는 것인데 최종 소비자는 왜 삼겹살 목살 등 부분육 상품을 평가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일까?

 

품질평가원 홈페이지에 돼지고기 등급판정을 [사진 1]과 같이 표시해둔 것은 소비자들로부터 오해를 가져오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도체등급판정’과 ‘돼지고기 품질판정’을 동일한 의미로 사용한다는 점이 문제일 수도 있다.

 

도체등급판정은 이분도체 상태에서 평가하기 때문에 [사진 1]과 같은 삼겹살 모양은 확인도 할 수 없고 평가 할 수 없는 제한된 조건이다. 그리고 고시된 도체등급판정 기준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진 1]과 같은 기준으로 부위별 품질을 평가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도 않는 삼겹살 품질평가를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2]는 도체등급판정을 받은 한 개체의 삼겹 부위를 2cm 두께로 슬라이스 한 사진이다. 삼겹살은 위치별로 품질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역으로 [사진 2]의 상태를 보고 도체등급판정 결과를 알 수도 없다.

그래서 ‘도체등급판정’과 ‘품질평가’ 개념을 구분해서 사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소포장 단위의 품질등급과 신뢰성

 

[사진 2]의 삼겹살 한판의 무게는 6.5kg이었다. 일반적으로 돈육 판매장에서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삼겹살 포장 단위는 대략 400~700g 정도씩 소분할 상태로 판매된다. 400g으로 포장하면 16팩, 700g으로 포장하면 8팩의 상품이 만들어진다.

 

즉 포장단위 마다 품질의 형태가 다양하게 분포될 수밖에 없다.

 

삼겹살은 위치별로 모양이 현격하게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 단계의 품질평가 도입이 어려워지는 이유이다. 그리고 최종 소비자가 구매하는 상품의 형태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정육점 단계이다.

 

같은 도체등급이라도 부분육 품질은 다르다

 

현행 도체등급평가에서 가장 크게 작용하는 기준은 등지방 두께와 도체중이다. 약 5% 내외로 나타나는 ‘품질하자’ 사항이 없으면 등지방 두께와 도체중으로 등급판정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근 신축하는 대형 도축장에는 VCS2000(돼지도체 자동 판정기계)이 도입되고 있다.

 

이 기기는 개별 도체의 부분육 생산량은 물론이고 해당 도체의 삼겹살 중량, 지방 함량까지도 추정하는 획기적인 시스템이다. 이러한 기계등급판정 결과를 바탕으로 도체중이 87kg이며 등지방 두께가 22mm에 해당하는 ‘동일 조건의 도체’를 대상으로 삼겹살 지방 함량을 추적한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그래프 1]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도체중과 등지방 두께가 동일하더라도 삼겹살 한판의 지방 함량은 20% ~40%대 까지 다양하게 분포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렇게 다양하게 나타나는 현상 때문에 도체 상태에서 부분육 품질평가는 난해할 수밖에 없다.

 

혹자는 말한다. 그러면 삼겹살 한판의 지방 함량에 따라 품질평가 기준을 만들면 될 것이라고. 그런데 최종 소비자가 6kg 씩이나 되는 삼겹살을 ‘한판 단위’로 구매하는 경우는 매우 특수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삼겹살 한판 단위로 품질을 평가한다고 해도 최종 소비자 단계에서는 [사진2]언급된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등급판정과 품질평가는 동일한 개념인가?

 

관련 법규에 보면 ‘품질평가사’가 ‘도체등급판정’을 한다고 되어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평가를 하려면 ‘품질에 대한 정의’가 먼저 마련 되어야한다. 물론 ‘등급판정’이라고 할 때도 ‘등급에 대한 개념과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필자가 관련 회의에 참석해보면 소비자 단체에서 참석하신 분들은 ‘이분도체의 등급판정’ 결과가 궁금한 것이 아니고 개별구매 상품 즉 삼겹살 또는 목살 한팩 단위에 대해서 품질의 기준을 표시해주길 요구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소비자 단체가 원하는 품질을 평가하려면 정육점 단계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품질’과 ‘등급’의 개념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승용차를 구매하면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이라는 것이 부착되어있다. 일반적으로 소형차가‘등급’이 좋다. 반면에 고가의 중형 차량일수록 소형차량 대비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이 낮다. 그렇다고 중형승용차를 품질 나쁜 차량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은 소비자가 차량을 구매할 때 참고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중 하나일 뿐이다. 결코 차량 1대의 품질을 평가하는 지표는 아니다. 냉장고, 에어컨, 커피원두 등에서도 동일한 맥락으로 이해되는 기준을 사용한다.

 

 

도체등급이 품질등급이어야 하는가?

 

한돈은 까다로운 HACCP을 인정받은 도축장과 가공장에서 생산된다. 이렇게 법적 기준을 준수하는 한돈이 소비자에게 다가서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다양한 상품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삼겹살도 지방이 많은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지방이 적은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도 있다.

 

삼겹살의 지방 함량을 일정기준에 의해 많음, 중간, 적음 3단계로 평가했다고 가정해보자. 이것은 품질의 기준이 아니고 제품을 선택할 때 참고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기호성과 품질은 다른 개념이다

 

필자는 지방이 많은 삼겹살을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의 아내는 지방이 적은 삼겹살을 품질이 좋다고 말한다. 누가 옳은 판단을 한 것일까?

 

유럽 사람들이 뒷다리살을 선호한다고 품질이 나쁜 것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듯이 기호도는 매우 다양하다. 품질이 좋고 나쁨의 획일적인 기준보다 다양성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생산자 입장에서 소비자가 선호하는 제품을 생산하도록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선호한다’는 것과 ‘품질등급’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도체등급’은 도체 품질을 예측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1등급이 1+등급보다 단가가 높은 경우, 그 중매인이 품질에 무지해서가 아니다. 그래서 동일한 도체등급이라도 경매 단가가 다를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기준과 규제의 울타리

 

‘기준’을 정한다는 것은 ‘규제’로 변질되기 쉽다. 최근 축산업계에 너무 많은 기준과 규제가 생산되고 있다. 기준과 규제에 익숙해지고 적응하다보면 안전한 울타리로 착각하게 될 수도 있다. 기준과 규제는 관리의 획일성을 먹고사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준을 강제하면 폭력이 될 수 있다. 지금은 다양성,창조성이 각광받는 4차산업 혁명의 시대다.

 

[본 기고문은 부경양돈농협 8월호와 피그앤포크 8월호에도 출판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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