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돼지농가 셋 중 하나는 '정부의 방역정책의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라며 강한 불신을 나타냈습니다. 정부의 방역정책에 농가들이 부정적 의견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예 정부의 방역정책의 목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의견은 다소 의아스러운 결과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돼지와사람'이 이달 12일부터 20일까지 48명의 양돈농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파악되었습니다.
먼저 지난 5일 확진된 영월 흑돼지 농장에서 ASF가 발병한 가장 큰 요인을 묻는 질문에 35명(73%)의 양돈농가들은 '정부의 ASF 양성 멧돼지 관리의 한계'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외 농장주의 방역 의식 부족 5명(10.4%), 야생조수 등 불가항력적인 요인 4명(8.3%), 농장의 차단 방역 시설 미흡 3명(6.3%), 모르겠음 1명(2%) 순이었습니다.
사실상 양돈농가들은 이번 영월 ASF 발병의 원인을 농가의 잘못 보다는 정부가 양성멧돼지 통제를 잘 못 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양돈농가들이 생각하는 정부의 ASF 방역목표도 알아보았습니다.
'정부의 ASF 방역 정책의 목표가 무엇이라고 생각되나?'라는 질문에 '모르겠다(33%)라고 답한 농가가 16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농장으로의 확산 방지 12명(25%), 지역화로 발생지역과 비발생지역을 구분하여 통제 10명(21%), 멧돼지 확산 차단 2명(4%), 기타 6명(13%) 순으로 대답했습니다.
기타에는 ▶국내 양돈 농가 숫자 통제 ▶농가 입지 축소 ▶책임 회피 및 농가에 책임 전가 ▶주먹구구식 보여주기식 등이 정부의 방역정책의 목표라는 의견입니다.
이번 조사에서 '모르겠다'고 답한 농가의 비율이 셋 중 하나 꼴로 가장 높아 다소 예상치 못한 결과입니다. ASF가 우리나라에 발병한 것은 현재 600일이 훌쩍 넘은 상태이며, 하루가 멀다하고 정부는 방역 강화를 이유로 각종 규제와 당부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멧돼지 확산 차단과 ASF 청정화라고 답한 농가는 각각 2명에 불과합니다.
이에 대해 한 양돈농가는 '모르겠다'라고 답한 상당수의 농가는 '정부의 방역 정책의 목표를 모르겠다'는 말이 아니라, '정부가 방역정책의 목표를 정작 모른다'라는 의미일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일례로 '일선 공무원들은 방역정책을 하달된 매뉴얼에 따라 농가에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만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양돈농가는 "멧돼지도 환경부의 권한이고 현실적으로 농식품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라며 이런 가운데 "농식품부는 농가를 닥달해서 질병 전파의 확률을 조금이라도 줄이려 하고, 그렇게 했는데도 ASF가 농장에 발생하면 농가 탓으로 돌리기 위한 방역정책을 전개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양돈농가들은 멧돼지에 대해서는 마땅한 대책 마련없이 농가만을 몰아붙이는 정부의 방역정책에 대해 불신을 넘어 양돈산업 자체를 축소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근선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