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돈농가는 생산비, 돈육 품질, 인력 등의 내부적 요인보다 ASF, 규제·민원, 정책 등의 외부적 요인을 더 중요한 산업에서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돼지와사람'에서 양돈농가(양돈인)를 대상으로 진행한 최근 설문조사를 통해 파악되었습니다.
본지는 이달 13일부터 19일까지 일주일간 56명의 양돈인를 대상으로 '한돈산업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가?(3가지 이하 선택, 항목 추가 가능)를 물었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양돈인은 무엇보다 한돈산업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로 'ASF 통제'를 꼽았습니다. 절반 이상인 32명(57.1%)이 선택했습니다.
양돈농가는 이어 '분뇨 및 악취 문제 해결'을 그 다음 중요한 문제로 꼽았습니다. 29명(51.8%)이 선택했습니다.
다음으로 '농식품부의 정책 변화(27명, 48.2%)'와 '한돈협회의 개혁(17명, 30.4%)'을 중요한 문제로 꼽았습니다.
나머지는 안정적인 돈가(15명, 26.8%), 생산비 증가 대책(13명, 23.2%), 인력 문제 해결(11명, 19.6%), 한돈 품질 개선(3명, 5.4%), 비선호부위 소비대책(1명, 1.8%) 순입니다.
선택 항목 가운데 상위 5가지 ASF, 분뇨·악취, 정책, 협회, 돈가 등은 상대적으로 외부적 요인이 강한 항목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하위 항목인 생산비, 인력, 품질 등은 내부적 요인으로서의 특성이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라면, 우리나라 양돈농가는 한돈산업에서 해결해야 할 당면한 문제가 내부(농장 경영)보다는 외부(방역·규제민원·정책 등)에 더 많이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요새 흔한 말로 "양돈에서 돼지만 잘 키운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는 양돈인의 푸념과도 통합니다.
'한돈협회 개혁'은 한돈협회가 농식품부 등 정부를 상대로 외부 요인을 해결하는 유일한 대외 창구로서의 역할과 기대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인식으로 풀이됩니다.
이는 농가들의 농식품부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 평가 결과를 보면 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42명의 양돈인을 대상으로 한 다른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가운데 농식품부가 정책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1명(2.4%)에 불과했습니다.
이어 '보통이다'라고 답한 사람은 4명(9.5%), '대체로 못하고 있다'는 10명(23.8%), '아주 못하고 있다'는 26명(61.9%)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아주 못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반면 '아주 잘하고 있다'라고 답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결국 42명의 양돈인들 가운데 36명, 85.7%는 농식품부가 한돈산업 관련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 양돈농가는 "정부의 양돈정책에 농가들의 의견은 고려되지 않고, 모든 일들이 밀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느낀다"라며 "한돈협회 직원 또한 농가의 이야기보다는 농식품부 정책을 따라가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 현장과 동 떨어진 정책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고 말했습니다.
이근선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