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농가 A씨는 최근 우리나라의 ASF 상황이 어떤지 궁금해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이내 실망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정보가 없거나 부실했기 때문입니다.
당일 오후 이러한 실망은 이내 화로 바뀌었습니다. 지자체로부터 ASF 관련 '농장 내 차량 진입 제한 시설'뿐만 아니라 '8대 방역시설 설치' 독려 문자를 받은 후였습니다.
A씨는 '먼저 정부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리고 할 도리를 다하면서 농가에 정책 협조를 구하는게 옳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ASF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고, 오히려 악화되는 것 아니냐'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30일 기준 우리나라에서 ASF가 발생한지 561일째입니다. 일반돼지에서의 발생은 지난 10월 화천을 마지막으로 없지만, 야생멧돼지에서는 거의 매일 추가 발생 보고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느덧 누적 1281건에 달합니다.
그런데 A씨의 말처럼 정부가 운영하는 그 어떤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의도적으로 사실을 숨기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먼저 농식품부가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는 ASF 발생지도(바로보기)는 한마디로 '엉터리'입니다. 발생농장 16개 표시 이외 멧돼지 발생 지점은 대부분 누락되었거나 위치가 잘못되어 있습니다.
농식품부의 지도에 따르면 강원도 고성은 여전히 미발생지역입니다. 영월군청에서 ASF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전체 표시된 점은 100여 개 남짓으로 전체 1281건의 10%도 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형식적 운영에 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농식품부가 이달 초 ASF 방역 총괄 기능 강화를 위해 2명을 증원한 가운데 일어난 일이라 인력부족을 탓하기도 뭐합니다. 고병원성 AI를 핑계로 댄다면 조직 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ASF 가축질병 위기단계도 역시 '심각' 단계입니다.
앞서 돼지와사람과의 통화에서 농식품부가 밝힌 '환경부 정보 제공 미흡'은 궁색한 변명입니다. 오히려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이라면 더욱 큰일입니다.
환경부는 올해 1월 7일을 마지막으로 아무런 설명없이 대외적인 ASF 양성멧돼지 발생 공개를 중단하였습니다관련 기사). ASF를 계기로 지난해 10월 출범한 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별도의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깜깜이 ASF 방역 행정입니다.
한편 돼지와사람은 2019년 ASF 첫 발생부터 현재까지 'ASF 실시간 현황판(바로가기)' 운영과 함께 'ASF 발생지도'를 구글지도를 통해 제작, 외부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해당 구글지도는 사실상 국내 유일하게 공개된 ASF 발생지도입니다. 현재까지 누적 조회수는 17만 5,118회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