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사육농가에서 구제역, ASF, 돼지열병 등이 발생하는 경우 살처분 보상금을 가축소유자인 축산계열화사업자가 아닌 계약사육농가에게 지급하라고 규정한 가축전염병예방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헌법재판소(소장 이종석)는 최초로 가축의 살처분 보상금 수급권을 가축의 소유자인 축산계열화사업자가 아니라 가축을 사육한 계약사육농가에 인정한 가축전염병 예방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사건에 대해 30일 재판관 7(헌법불합치):2(합헌) 의견으로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라고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가축전염병예방법 조항(제48조 제1항 제3호)은 상대적으로 약자인 위탁사육농가가 살처분 과정에서 사육수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18년 12월 법 개정을 통해 마련되었습니다.
그런데 다음해인 '19년 10월 경기도의 한 위탁사육농가에서 ASF가 발생했는데 위탁사육농가의 채권자가 보상금에 대해 압류조치에 나서면서 위탁사육농가뿐만 아니라 실제 가축소유자인 계열화사업자가 보상금 일부를 수령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결국 다툼은 법적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헌법소원은 법원이 제기했습니다.
사건을 검토한 헌법재판소는 '축산계열화사업자가 가축의 소유자라 하여 살처분 보상금을 오직 계약사육농가에만 지급하는 방식은 가축의 소유자인 축산계열화사업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라며 헌법불합치로 판시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살처분 보상금 중에는 가축의 소유자인 축산계열화사업자와 위탁사육한 계약사육농가가 각각 투입한 자본 내지 노동력 등에 따라 각자 지급받아야 할 몫이 혼재되어 있다'라며, 그런데도 '살처분 보상금 전액을 어느 일방에게만 지급하도록 하는 형태를 취하게 되면 이번 사건에서처럼, 살처분 보상금 수급권에 대한 제3자의 채권압류·전부명령 등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상대방으로서는 보상금을 정산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에 대해 내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고 결정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당장) 살처분 보상금을 이전과 같이 가축의 소유자인 축산계열화사업자에게 일괄하여 지급하는 방식으로 회귀할 경우, 교섭력이 약한 일부 계약사육농가의 수급권 보호에 다시 상당한 지장이 생길 수 있다'라며, '입법자는 2025. 12. 31.까지 살처분 보상금은 가축의 소유자인 축산화계열화사업자와 계약사육농가에게 가축의 살처분으로 인한 각자의 경제적 가치의 손실에 비례하여 개인별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입법을 개선하여야 하며, 그 전까지는 심판대상조항이 (그대로) 적용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