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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SF 사태, '희생양 찾기'보다 '시스템 수술'이 먼저다

도축장 검역 공백이 낳은 연쇄 비극, 사료 업체에만 책임을 물을 것인가? 도축 및 사료제조 시스템 개선 시급

최근 혈분(혈장단백) 사료 원료와 이를 함유한 지대사료에서 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됐다는 소식은 한돈산업에 커다란 충격을 던졌습니다. 정부는 즉시 해당 제품의 사용 중단을 권고했고, 농가는 또다시 전염병의 공포 앞에 직면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단순히 특정 제조·사료 업체의 부주의나 도의적 책임으로만 치부하며 화살을 돌리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위험한 접근입니다.

 

 

냉정하게 따져보자. 이번 사태의 시발점은 첨가제 및 사료 공장이 아니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가 국가의 도축장 검역 시스템을 유유히 통과했다는 데 있습니다. 도축 전 검사 단계에서 걸러지지 못한 감염축이 검사관의 감독 하에 정상적으로 도축되었고, 그 혈액이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혈분으로 가공되었습니다(관련 기사).

 

업체 입장에서는 국가가 인증한 도축장에서 나온 '정상 원료'를 공급받아 제품을 만든 것뿐입니다. 즉, 업체 또한 국가 방역망의 공백이 낳은 또 다른 피해자인 셈입니다. 사실 이번 ASF 사태 이전에 돼지 혈액에 바이러스가 오염되었을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더 큰 문제는 원료 및 사료 제조 공정상 ASF 바이러스 혼입 여부를 사전에 확인할 길이 사실상 차단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민간에는 ASF 바이러스를 상시 검사할 수 있는 인증 기관은 없는 실정입니다. 제조에 필요한 의무사항도 아닙니다. 설령 업체가 원료의 안전성을 의심해 정부 기관에 바이러스 검사를 의뢰하려 해도, 그 자체로 '낙인 효과'나 행정 처분을 감수해야 하는 폐쇄적인 구조에서는 자율 검증 체계가 작동할 리 만무합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특정 업체를 향한 비난이 아니라, 무너진 방역 사슬을 다시 잇는 구조적 재발 방지책입니다. 

 

첫째, 도축장 검역 시스템의 전면적인 혁신이 시급합니다. 무증상 감염축이나 잠복기 개체를 가려낼 수 있는 고도화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여, 오염된 원료가 다시는 유통망에 진입하는 입구부터 원천 차단해야 합니다.

 

둘째, 원료·사료 업체의 '자율 검사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민간 검사 인프라를 확대하고, 업체가 이상 징후를 발견해 신고하거나 검사를 의뢰할 때 불이익을 주지 않는 '익명성 보장 및 면책 제도'가 도입되어야 합니다. 감시가 아닌 협력의 방역이 이뤄져야 사각지대가 사라집니다.

 

셋째, 유전자 검출과 감염력 사이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혈분 제조 과정의 고온 멸균 표준을 재점검하고, 사멸된 바이러스 조각 검출 시 대응 매뉴얼을 정교화하여 농장의 과도한 불안감을 해소해야 합니다.  

 

현재 문제의 사료 사용 중단·회수 등의 조치로 급한 불은 껐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한돈산업 전반의 사료 공급망 안전을 재설계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혈분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손가락질할 대상을 찾을 때가 아니라, 산업의 생존을 위해 정부와 산업이 머리를 맞대고 방역의 구멍을 메워야 할 때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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