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의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전국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16일 강원 강릉(56차)을 시작으로 어제인 2월 9일 전남 나주(65차)까지, 불과 25일 만에 10건의 농장 발생이 보고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발생건수(6건)를 훌쩍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23년 전체 발생 건수(10건)와 동일한 수준입니다. 또한, 2019년(14건), 2024년(11건)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많은 발생 기록이다. 2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산업 전체가 패닉에 빠진 모양새다.
‘해외 유입형’ IGR-I 전국 다발… 외국인 근로자 탓이라더니?
이번 확산 사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이러스의 유전형입니다. 경기 포천을 제외한 강릉, 안성, 영광, 고창, 보령, 창녕 등에서 검출된 바이러스는 국내에서 흔히 발견되던 IGR-II나 IGR-III형이 아닌 IGR-I형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초 정부는 이를 ‘해외 유입형’으로 규정하고, 외국인 근로자의 소지품이나 옷, 불법축산물, 택배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신규 유입되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그러나 전국 각지에서 짧은 간격으로 동일한 유전형이 연달아 발견되면서, 매번 새로운 바이러스가 바다를 건너 들어왔다는 당국의 가설은 설득력을 잃고 있습니다. 첨가제 수입 원료나 해외 기자재, 야생조수 역시 마찬가지로 가능성이 낮은 상황입니다.
‘너무나 조용히 끝난 당진 사례’... 전국 확산의 도화선 의혹
이에 따라 최근 양돈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충남 당진(55차) 발생주 확산설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당진 농장에서 검출된 바이러스 역시 IGR-I형이었기 때문입니다(관련 기사).
특히 당진 농장의 경우 11월 말 확진 판정을 받았으나, 이미 10월 초 민간 병성감정기관에 의뢰된 가검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정황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관련 기사). 이는 농장이 확진되기 전 약 두 달 동안 바이러스에 오염된 상태로 정상적인 양돈업을 지속했음을 의미합니다. 이 기간 농장을 방문한 사람뿐만 아니라 출하 및 사료, 분뇨, 약품 차량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이미 전국으로 배달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정 또한 이러한 확산설을 염두에 두고 조만간 당진을 포함해 올해 발생한 농장의 전장 유전자 분석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숨은 양성 농장 찾기 ‘사활’... “농장간 전파 차단이 우선”
현재 ASF 상황이 급박해지자 정부는 추가 양성 농장을 찾아내고 농장 간 전파를 차단하는 데 방역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양성농장 하나를 놓친다면 전국으로 바이러스가 추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악의 상황에는 한돈산업의 기초를 흔들 정도 수준의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5일에는 농장 종사자 간의 대면 접촉을 사실상 금지하는 사실상 ‘금족령’을 내렸습니다. 9일에는 관계기관 회의를 통해 ‘ASF 확산 차단을 위한 방역조치 계획(안)’을 논의했습니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전국 종돈장(150개소) 대상 폐사체 우선 검사(추후 일반 양돈농장으로 단계적 확대) ▲도축장 출하돼지에 대한 ASF 항원검사 병행(CSF 검사 시료 활용) ▲민간 검사기관을 활용한 예찰 단계적 확대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또한, 설 연휴를 앞두고 도(道) 간 돼지 이동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분뇨 차량의 시·도 간 이동금지 조치를 엄격히 유지하는 등 수평 전파의 연결고리를 끊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 수의전문가는 “당진발 확산설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기존 방역 시스템의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라며 “지금은 정부의 역학 조사 결과 발표를 주시하는 동시에 농가 스스로의 철저한 차단 방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