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금) 강원 강릉 돼지농장에서 돼지 폐사 등으로 농장 관리자가 신고하였고, 정밀검사를 진행한 결과 17일(토)에 ASF 양성이 확인되었다. 이에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발생농장의 돼지 20,150마리를 살처분 중이며, (중략) 발생농장 반경 10km 방역대 내 농장 10호와 역학농장 27호에 대해서는 긴급 정밀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 17일 ASF 중수본"
사육돼지에서 올해 첫 ASF가 발생했습니다. 당진 농장 확진이 지난해 11월 25일이니 이번 강릉 확진은 정확히 53일 만의 재발생입니다.
국무총리까지 나서 관계 부처에 가용자원을 총동원하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현장에서는 매번 되풀이되는 '사후 약방문'식 대응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방역당국이 감염멧돼지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농가의 경계심을 오히려 늦추고 있다는 지적이 매섭습니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의 자료에 따르면, 당진과 강릉 발생 사이의 53일 동안 야생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는 총 37건에 달했습니다. 대부분 강원지역(화천·춘천)에서 집중적으로 나왔습니다. 야생멧돼지로부터의 전파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었다는 명확한 증거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소극적이었습니다. 농장에 확진 사례가 발생했을 때는 대대적인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긴급 방역을 강조하지만, 정작 바이러스의 매개체인 멧돼지 감염 사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농가들이 실시간으로 위험을 인지하고 방역 의식을 고취할 기회를 당국이 스스로 차단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른 선진국들의 사례는 우리 정부의 모습과 대조적입니다. 독일과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은 야생동물 내 감염 현황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수시로 공개하며, 이를 농가 방역 지도에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바로보기). 가까운 일본 역시 ASF는 아니지만, 유사한 전염병인 돼지열병(CSF) 감염멧돼지 정보를 정부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시각화된 데이터를 제공합니다(바로보기).
반면 우리나라는 멧돼지 감염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방법은 없는 실정입니다. 업데이트가 뒤늦게 이루어지거나 제한적입니다. 농식품부와 환경부,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부 자료 모두를 종합·분석해야 비로소 가늠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농가의 방역수칙 준수만을 탓하기에 앞서, 정보의 비대칭성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감염멧돼지가 어디서 발견되었는지, 바이러스의 이동 경로가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유될 때 비로소 현장의 자발적인 방역 의식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산업 관계자는 "적극적인 정보공개 없이 농가에만 방역 책임을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야생멧돼지 감염 정보를 실시간으로 통합 공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장과 소통하는 방역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53일 만에 다시 시작된 살처분과 방역 전쟁.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정보의 투명성'이라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해 보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