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양돈비결이요? 특별한 것은 없고 일정관리는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직원들과 함께 그날 해야할 일을 꼭 실행하려고 합니다"-수향농장 채수용 전무
지난 1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수향농장의 채수용 전무를 만났습니다. 최근 농장장에서 전무로 승진했다고 하는데 큰 의미는 없습니다. 사실상 채 전무는 1세대인 아버지를 대신해 대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4년 전 농장일을 시작하기 이전에 양돈경력도 거의 없었던 그는 현재 모돈 400두 규모 2 Site 농장의 직원 7명을 관리하는 양돈경영인입니다. 올해 초 사단법인 한국양돈연구회에서 주최한 신기술양돈워크샵에서 '3주간 그룹 관리'를 발표하기도 했으며 최근 가장 기록적인 폭염에도 모돈을 모두 무사하게 살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한 비결을 묻는 '돼지와사람'의 질문에 문득 그는 갖고 있던 스마트폰의 '일정관리' 어플(리케이션)를 보여주었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농장소개를 부탁합니다
저는 2015년에 농장에 입사해 현재까지 4년째 양돈업에 종사 중이며, 양돈 2세이자 수향농장 전무를 맡고 있는 채수용이라고 합니다.
수향농장은 모돈 400두 규모의 본장과 비육장으로 2site 운영 중입니다. 특이점으로는 후보돈 및 임신돈 군사 급이와 3주간 관리를 8년째 운영 중입니다. 인력 구성은 7명의 네팔 남성 직원들과 함께 하고 있으며, 본장 4명(임신사 1명, 분만사 2명, 자돈사1명), 비육장 3명(본장에서 40km 떨어진 곳에 위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규모에 비해 직원이 많은 이유는 비육장이 멀리 떨어져 있어 출하를 하려면 최소 인원이 있어야 하고 노후화된 시설로 인해 보수할 것도 많고 복잡한 업무 동선으로 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인력을 줄이기 보다는 좋은 성적을 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축산과 전혀 상관없는 이력을 가졌습니다. 양돈산업에 뛰어든 배경은 무엇입니까?
수향농장에 입사 전 헬스 트레이너로 활동했었는데, 피트니스 모델 대회 준비 중 과한 운동량으로 어깨에 큰 부상을 입었고 오랜 치료 후에 농장에서 잠깐 일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 때 경영 분석을 통해 양돈산업의 수익성과 또한, 양돈 자체에 흥미를 느껴 과감히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수익성에 더 관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조금씩 발전하는 농장의 모습에 성취감을 느끼며 한돈 생산자로서 사명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농장에서 생활하는데 새벽에도 나가 돼지들을 보며 미소 짓는 지금은 천직이라고 생각합니다. 4년 전의 선택을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농장에서 생활한다고 하는데 일반적인 하루 일과는 어떻습니까?
일반적으로 직원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일과 시작 전 간단한 회의로 일과를 시작합니다. 오전 8시부터 일과를 시작해 12시까지 마무리한 후 점심 식사 및 휴식 시간을 오후 1시까지 갖습니다. 다시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업무를 하고 30분간 휴식 및 간식 시간을 가진 후에 6시까지 업무 후 일과를 마무리합니다. 야근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전 8시부터 일과를 시작하여 1시간 가량 전 돈사를 돌며 돈군의 상태를 확인하고 각 부서 담당자와 의견을 나눕니다. 그 후에는 시설, 영양, 사양관리, 경영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성적 개선을 위한 노력(문제 파악, 개선 계획, 자재 구매, 문제 개선, 경영 분석)들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교배, 분만, 이유가 집중되는 날(3주간 관리는 1주에 1가지씩)에만 직원들과 함께 업무를 진행하고 그 외에는 일과 시작 전 회의를 통해 분배된 업무와 직원들 스스로가 계획한 업무를 진행합니다.
수향농장의 경우 3주간 관리를 잘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비결이 무엇입니까?
주간 관리와 3주간 관리의 차이점은 업무 집중화의 정도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3주간 관리는 3주치 업무가 한주에 진행(3주치 교배, 3주치 분만, 3주치 이유) 되기 때문에 잘 관리가 된다면 주간 관리 대비 시간적 여유가 생깁니다.
하지만 자칫 잘못 관리하면 주간 관리보다 더 바빠져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3주간 관리의 장점을 누리려면 업무가 집중되어야 합니다. 업무 집중화에서 중요한 요소는 효율적인 업무 관리와 모돈 체형 관리라고 생각합니다.
효율적인 업무 관리를 위해서 수향농장에서는 일과 시작 전 회의를 통해 그날 업무를 분장 후 개인 수첩에 기록하여 여유가 있는 직원이 바쁜 직원을 도와 일과가 지체되지 않도록 하고 주요 업무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며 누락되는 업무가 없도록 관리합니다. 또한 어플과 엑셀을 활용하여 반복적인 업무 관리 및 그룹별 현황 파악을 효율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모돈 체형 관리는 후보돈부터 관리가 되어야 하는데 모돈 체형 관리가 되지 않으면 발정이 지연되고 그로 인해 모든 업무가 지연되어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적절한 체형 관리를 통해 발정을 집중시키면 교배, 분만이 집중되어 업무 효율성을 증대할 수 있습니다.
성과를 내기 위해 직원들 관리는 어떻게 합니까?
먼저, 좋은 직원을 만나야 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가르쳐도 분명 개개인의 능력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떤 직원은 쉽게 배워 큰 도움이 되는 반면, 어떤 직원은 아무리 가르쳐도 발전이 없고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직원을 잘 선택하고 또한, 잘 만나야 합니다.
둘째, 인격적으로 대해줘야 합니다. 직원이 올바르게 처신하지 않으면 상사가 기분 좋을 수 없듯이 직원도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상사와 함께 일할 수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며 인격적으로 대해야 모두가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
셋째, 합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상사여도 업무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누구도 바보처럼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 줄 직원은 없습니다.
수향 농장은 좋은 직원을 잘 선택하기 위해 노력하고, 인격적으로 대해주고, 업무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충분히 지급하며, 일의 합당한 목적을 설명하고, 직원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합니다.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리라 생각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분위기에서 즐겁고 행복한 성과가 나옵니다.
실질적인 농장대표입니다. 대표로서 농장 운용하는 원칙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돼지 농장에서는 당연히 돼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돼지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농장에서 돼지를 키우는 건 사람이고 어떠한 일이든 사람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경영자가 돼지에만 집중하다 보면 정작 돼지 키우는 사람에게는 집중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그 결과는 돼지에게 그대로 나타나게 됩니다. 사람이 행복해야 돼지도 행복합니다.
양돈산업에 뛰어들면서 가장 큰 도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수향농장 뿐만 아니라 한돈 산업의 존폐가 걸린 문제이다 보니 현재로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 African Swine Fever)이 아닐까 싶습니다. 2010년~2011년 구제역 사태와 같은 일은 결코 반복되지 않길 바랍니다.
앞으로 수향농장의 목표나 비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단순히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는 조직을 뛰어 넘어 국민의 단백질 공급을 책임지는 한돈 생산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소비자가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한돈을 생산하고, 더불어 공동체와 상생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다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더욱더 고령화 되어가는 양돈산업 속에서 더 늦기 전에 많은 2세들이 함께 참여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많은 2세들과 함께 한돈의 미래를 어깨에 짊어지고 머리를 맞대어 열심히 해 나간다면 한돈산업도 언젠가 양돈 선진국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파주 운정신도시와 거리가 가까운 수향농장은 현재 건설 업체와 농장 이전 계획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채 전무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가장 가까운 시일 내 새로운 터에 돈사를 신축하고 일일 6시간, 주 5일 근무가 가능한 농장, 아니 기업을 만들어 나갈 꿈을 꾸고 있습니다. 채 전무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이라는 한정된 시간에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말합니다. '양돈에는 노하우는 있어도 요령은 없다'고. 또한, '가장 핵심적인 노하우는 오늘 해야 할 일을 끝마치면 된다'고. 그렇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