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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석 이사, "경험이 공유되어야 한돈산업이 발전한다"

카길애그리퓨리나 이 일석 이사(leeilsuk@hanmail.net) 인터뷰

한돈산업의 대표적인 온라인 커뮤니티인 네이버 밴드 '돼지기술공감'에 매주 일요일이면 양돈 관련 글이 하나 올라옵니다. 바로 돈심보감(豚心寶鑑) 연재글 입니다. 

 

“보감(寶鑑)은 귀한 거울이라는 의미이다. 돈심보감(豚心寶鑑), 돼지의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처럼 농가들이 새로운 눈으로 돼지를 살피고 스스로 되돌아보게 해 주는데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이 일석 이사(카길애그리퓨리나)

 

어느새 '돈심보감'은 이번 주에 46편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달 11월에 50편을 끝으로 연재가 종료될 예정입니다. 이일석 이사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돼지와사람'에 '돈심보감'을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1년 간의 긴 여정입니다. 

 

돈심보감의 연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돼지와사람'이 이 일석 이사를 만났습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친 뒤 1999년도 말에 카길애그리퓨리나(이하 카길)에 입사하여 13년 간 영업 활동을 하다가 2013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본사 양돈 마케팅 업무를 맡아 오고 있습니다. 카길이 첫 직장이고 어느덧 내년이면 만 20년이 됩니다. 

 

 

집에서는 한창 간섭보다는 무관심이 필요한 두 딸의 아빠이고 아내의 잔소리를 그냥 고분고분 들어주려고 노력하는 남편이기도 합니다.  

 

 

1년 이상 '돼지와사람'에 매주 원고를 보내주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어떠셨나요?

 

매주 주말에 수많은 파일 더미에 묻혀 있는 사진과 자료를 찾아 글을 쓰는 것은 이미 과거 10년 전부터 버릇처럼 해 오던 일입니다. 그런데 '돈심보감'은 애초 가볍고 짤막하게 쓰려고 했었던 것인데 꽤나 방대해졌고 어느 순간 기왕 시작했으니 1년 이상은 해봐야겠다고 스스로 약속했습니다.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책자나 지면은 다시 열어보는 일이 거의 드물고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 주기도 쉽지 않지만, 온라인에 올리는 지식과 경험은 많은 사람들에게 검색 공유되고 언제든지 또 그러한 정보가 필요한 사람에게 쉽게 찾아서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모바일은 젊은 양돈 2세들이나 축산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친숙하고 쉽게 정보를 얻는 수단입니다. 

 

'돈심보감'의 조회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간혹 궁금한 점이나 생각이 다른 내용에 대해 문의해 오시거나 책을 발간해 달라는 요청도 받았습니다. 점차 모바일 컨텐츠의 활용도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카길이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모바일 콘텐츠를 강화했습니다. 배경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까?

 

요즘엔 종이가 아닌 스마트폰을 통해 대부분의 정보와 컨텐츠가 소비되는 시대입니다. 카길도 그러한 변화에 맞춰 모바일에 최적화된 홈페이지를 통해 한돈인들과 좀 더 가까이 소통하고 또한, 카길의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 한돈 사업이 더 쉽고 즐거워지는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지금까지는 사료회사의 홈페이지가 회사와 제품만을 홍보하는 전시관이었다면 이제는 다양한 볼거리와 스토리를 통해 함께 공감하고 공유하는 즐거운 공간으로 그려 나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카길은 앞으로 한돈 농가들의 눈높이에서 좀 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 다양한 경험과 가치를 공유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 양돈 성적이 여전히 제자리에 머무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양돈 최강국이라고 할 수 있는 덴마크는 전·후방 산업의 가치 사슬에 속한 이해당사자뿐만 아니라 정부, 양돈농가, 교육기관, 연구소 등이 모두 투명성을 바탕으로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협력하는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다는 점이 매우 큰 강점이라 생각합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의 가치 사슬 속에 이해당사자들이 지나치게 많이 존재하고 통합적 시너지를 만들기 보다는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니 한 목소리로 강력한 구심점을 갖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체계적인 시스템과는 거리가 먼 각자의 단기적 이해 관계가 충돌하면서 결합력이 낮은 산업 구조가 형성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특히, 한돈 농가들은 매우 다양한 각자의 방식을 따르며 통합되고 일관된 방향을 만들어 내기 힘든 상황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즉, 천차만별인 교육과 지식 수준, 다양한 시설과 환경 관리 방식, 수많은 종돈, 서로 다른 시각의 컨설팅, 객관적이고 투명한 데이터와 전문가 조직의 부재에 따른 부정확한 컨설팅 등이 그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농가들은 공감보다는 불신의 기회가 많아지고 자신만의 경험에 의존하는 한계와 소통을 함에도 큰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 가는데 있어서 돼지와사람이 한돈산업의 다양한 아젠다에 대한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빠르고 정확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한돈 농가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좋은 길잡이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나라 양돈산업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국내산 신선육에 대한 높은 소비 선호도와 증가하는 돈육 소비량, 타 축종에 비하여 비중있게 한돈인들의 목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는 협회와 자조금의 역할, 2세 한돈인의 지속적인 유입, 농업 분야에서의 위상, 혁신 기술의 빠른 도입과 발전 가능성 등이 한돈산업이 가진 큰 강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특히, 몇 년간 한돈 사육두수와 수입육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고돈가를 유지되어 온 것은 농가들의 경영 여건을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최근 이는 과감한 투자로 이어져 교육 수준이 높은 2세 양돈인들의 가업 승계에 대한 의지가 고취될 수 있었습니다.

 

2세 양돈인들은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하여 정보와 경험을 매우 투명하고 활발하게 공유함으로써 상호 발전의 토대에서 빠르게 성장해 나가고 있으며 앞으로의 새로운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고 호기심이 왕성하며 주도적으로 한돈산업의 경쟁력을 만들어 갈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최근 2세 한돈인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먼저 2세대는 부모 세대와의 갈등이 당연하고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 될 겁니다. 부모 세대가 실패를 딛고 일어섰던 오랜 경험을 가졌다면 2세는 배운 지식이 많고 왕성한 호기심과 의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서로 부딪히기 쉽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기에 먼저 부모 세대의 경험과 기대를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며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본인을 증명해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혼자서 문제와 싸우기보다는 타인과의 협력 즉, 파트너십을 통해 지혜롭게 일을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의 깊은 곳으로부터 보이지 않는 마음을 퍼 올릴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마중물을 붓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루하루 누군가의 노동력을 얻는 데만 집중하거나 내 쪽에 이익을 끌어다 놓는 데만 욕심 내기 보다는 때로 양보도 하며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데 더 많은 공을 들였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능한 한 부모님께서 살아계신 동안에 더 많은 실패를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오히려 늦은 실패보다 안전하다고 봅니다. 생생한 실전에서의 실패는 뼛속 깊숙이 새겨져 늘 필요할 때 바로 꺼내서 쓸 수 있다는 걸 명심했으면 합니다. 아울러 부모 세대가 만들어 놓은 토대에 만족하지 말고 미래에 대한 높은 이상을 가지고 성장을 멈추지 않았으면 합니다.

 

10년 후 우리나라 양돈산업을 전망한다면?

 

최근 10년간의 변화를 보면 한돈 사육규모는 10%가 증가하였고 농가수는 절반 이상인 55%가 줄어들었습니다. 호당 사육두수는 2.5배가 증가한 반면 1,000두 미만 농가는 75%가 폐업을 했고 5,000두 이상 농가는 2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전체 돈육 소비량은 30%가 늘었지만 그 중 국내산은 10%만 더 가져갔고 수입육은 오히려 그 두배인 20%를 더 차지해 버렸습니다. 실로 어마어마한 산업 구조의 변화가 일어난 지난 10년입니다.

 

앞으로의 10년은 적어도 지난 10년 동안 벌어진 물리적 변화의 절반 이상만큼 또 변하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즉, 총 사육 규모는 현재 수준이 유지되거나 다소 증가될 것으로 보이고 농가수는 지금보다 30% 이상 줄어들며 1인당 돈육 소비량은 30kg을 넘어서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산 공급이 수요를 못 따르고 가성비가 높아진 수입육이 빈 자리를 메우게 되면 돼지고기 자급율은 60%를 밑돌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렇게 한편 낙관적이면서도 한편으로 비관적인 시나리오는 ‘우리 한돈산업이 체질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면’이라는 전제 하에서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증가되는 돈육 수요를 한돈이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동일한 사육규모에서 생산성을 높이고 품질을 지금보다 더욱 크게 향상시켜야만 가능해 질 수 있습니다.

 

저는 향후 사업을 지속하게 될 경쟁력 있는 농가들이 이것을 가능케 하리라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앞으로 10년 후 한돈농가들은 지금과 거의 동일한 수의 모돈만으로도 생산성을 20% 이상 향상시키고 더욱 안전하고 건강하게 키워 내어 20% 이상 증가하게 될 돈육 소비량을 한돈으로 채워나가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앞으로 개인적 바램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지난 7월 박용순 신임 사장님은 기자 간담회에서 카길의 2025 전략과 회사 비전을 공개적으로 발표하였습니다. 회사는 안전과 책임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며 고객으로부터 가장 신뢰받는 파트너가 되겠다는 비전을 갖고 2025년 270만톤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습니다.

 

 

양돈에서 140만톤을 해야만 하는 높은 산 너머 산입니다. 누구나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이 충분히 가능한 이유를 하나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카길의 현재 고객 농가들이 모두 PSY 30두를 달성하도록 돕는다면 그 꿈 너머 꿈은 이루어 질 것이라고 봅니다.

 

요즘 들어 문득 문득 스치는 생각은 항상 새로운 것은 요구하는 시대에 과거의 경험만 가지고 어제와 다름 없는 하루를 사는 것이 습관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입니다.

 

하루의 1%에 해당하는 시간은 15분입니다. 단 1%의 시간이라도 소중한 것들을 먼저 채우는 하루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땀 나게 운동을 하는데 1%, 아내와의 대화에도 1%, 종이로 된 책을 읽는데 1%, 지금까지 소홀히 해 오던 소중한 것들을 찾고 돌보는데 내가 가진 시간의 1%씩이라도 저축해 나가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하려고 합니다.

 

돈심보감이 11월이면 연재를 마칩니다. 이후 생각하는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돈심보감은 오랜 시간 현장에서 보아왔던 문제들에 대한 나름의 해석과 농가들의 성적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내용들을 글과 사진으로 남겨 두어 양돈을 이미 하고 계시거나 양돈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돈심보감을 마무리한 이후에는 주말의 여가와 자기개발을 위하여 정기적으로 글을 연재하는 것은 종료할 예정입니다. 다만 앞으로는 간혹 현장의 스토리나 이슈를 좀 더 짤막하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독자 분들과 가벼운 마음으로 소통하였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저의 좁은 경험과 짧은 생각이 담긴 부족한 글이나마 농장을 경영하는데 작은 보탬이 되었다면 좋겠다는 바램과 함께 그 동안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사실 이일석 이사의 '돼지와사람'에 글 연재는 지난해 8월부터 입니다. '돈심보감' 이전에 덴마크 양돈산업 견학기에 해당하는 '알쓸신돈(바로가기)' 연재글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페이스북에 남긴 덴마크 양돈 견학 사진을 보고 '돼지와사람'이 글 하나를 부탁한 것이 이일석 이사의 표현대로라면 '화근'이고 '돼지와사람'이나 독자에게는 '행운'의 시작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양돈산업에 있어 많은 아쉬운 것 중 하나는 '양돈산업 관련 지식과 경험이 축적되지 않고 흩뿌려져 있다'는 점을 얘기합니다. 정보와 지식은 소통되고 공유되어야 '발전'이라는 미래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 일석 이사는 '어딘가에 묻어두고 말았던 경험을 밖으로 꺼내어 모바일을 통해 공유한다면 좀 더 쉽게 양돈인들의 부족한 경험을 채워줄 수 있고 현장의 사양관리로부터 오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분명 '알쓸신돈'이나 '돈심보감'의 내용이 모든 문제에 딱 부러지는 정답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의 실패를 줄여주고 성공으로 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11월 이 일석 이사의 연재는 끝나지만, 여전히 알쓸신돈이나 돈심보감의 글들은 살아있을 것입니다. 매일매일 누군가에 의해 계속 읽혀져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돌아오는 11월, 돈심보감 연재가 끝나면 이일석 이사에게 한돈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살 예정입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원고료이기도 하고 많은 독자를 대신해 전하는 감사의 자리가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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