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원도 고성에서 뜬금없이 ASF 야생멧돼지가 발견되어 놀라움을 주고 있습니다(관련 기사). 그런데 감염 경로가 기존 국내 감염·확산이 아닌 '북한으로부터 새로운 유입'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강원대학교 수의과대학 박선일 교수로부터 나왔습니다. 박 교수는 국내 자타 공인 수의역학의 권위자이며, 이번 ASF 사태 초기부터 현재까지 야생멧돼지 발견지점을 추적해 오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초에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ASF 야생멧돼지의 동시 다발적인 발견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미리 예견한 바 있습니다.
박 교수는 "(이번 고성 ASF 야생멧돼지 발견지점을) 나사(NASA)의 토지피복도(land cover data)에 맵핑해보니 북한에서 왔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며, 그 이유로 "비무장지대(DMZ)는 동서로 연결되어 멧돼지의 이동이 자유롭고, 특히 고성은 북한과 산림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지역이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고성 ASF 야생멧돼지는 역대 480번째 감염 멧돼지로 지난달 31일 고성군 현내면 군부대 인근 민통선 내에서 수렵으로 잡혔습니다. 포획지점은 가장 가까운 기존 ASF 야생멧돼지 발견지점과 거리로는 70km 떨어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존 감염 멧돼지와 감염 전파 연관성을 연결짓기가 쉽지 않아 막연히 북한을 의심케 했습니다.
앞서 환경부도 말은 돌려 말했지만, '북한' 유래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환경부는 지난 3일 '(이번 고성) 바이러스는 기존 민통선 바깥 지역으로부터 전파되었다기보다 비무장지대로부터 어떤 매개체를 통해 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추정이 사실이라면, 현재 ASF 사태는 더욱 쉽게 끝나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접경지역 야생멧돼지 개체수가 제로('0')가 되거나 혹은 북한의 ASF가 종식되어서야만 그나마 대한민국의 ASF 사태가 진정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북한으로부터 추가로 유입되는 바이러스에 감염 멧돼지가 새로 출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환경부는 정확한 바이러스 유입 경로를 밝히기 위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인 유입 결과 보고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환경부 포함 ASF 방역당국은 이번 ASF 사태에 대해 첫 확진 후 7개월이 다 되도록 어떠한 공식적인 역학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양돈농가에 보다 강화된 차단방역을 주문할 뿐입니다.
한편 박선일 교수는 "점차 우리나라 ASF 야생멧돼지 상황이 일본 CSF 야생멧돼지처럼 통제 불능 상태로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ASF 야생멧돼지가 산맥을 따라 전국적으로 확산될 위험이 높은 바 관련해 보다 신속한 차단조치가 요구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