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돈’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통방통한 양돈 이야기’의 줄임말입니다. - 돼지와사람]
추석을 앞둔 농촌의 들녘엔 금빛 추수가 한창이다. 올해도 과잉 생산으로 쌀값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큰 농심에는 아랑곳 없이 가을은 오곡백과를 생산해 내는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할 뿐이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 분들도 가족을 향하는 마음이 넉넉하고 행복한 웃음을 나누는 풍성한 한가위가 되길 빈다.
이제 브라이드가든의 PSY 40두 이야기는 마지막 코스인 자돈사를 둘러보는 것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자돈사 시설은 엘랑이 부친의 사업을 물려받은 후 30kg 자돈 생산 시설로 증축하면서 가장 최근에 지어진 것이어서 그의 성격처럼 아주 꼼꼼하고 빈틈 없이 시공이 되어 있었다. 벽체나 문의 이음새도 정확히 자로 잰 것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교하게 지어져 있어서 사람이 사는 아파트 보다 낫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1) 브라이드가든 자돈사 전경 VR 영상
브라이드가든의 자돈사 내부를 유튜브 VR 영상을 통해 들어가 보자. 동영상은 초기 이유자돈사와 후기 이유자돈사로 나뉘어져 있다. 보름도 안되어서 제 어미가 양자를 받는 대리모로 활용되면서 졸지에 이유가 되어 자돈사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다 보니, 체중이 약한 자돈들이 많이 보이는 초기 자돈사에 비해 후기 자돈사에는 아주 건강하고 활기 넘치는 자돈들을 볼 수 있다.
▷초기 이유자돈사 동영상 링크
▷후기 이유자돈사 동영상 링크
2) 자돈의 단계별 체중 측정
자돈사의 입구에는 체중을 측정할 수 있도록 로더가 설치되어 있었다. 현황판의 체중 측정 기록을 보니 대리모로 사용된 모돈으로부터 보름도 안되어 조기 이유를 한 자돈들의 체중은 약 4kg 정도 수준임을 알 수 있었다.
이유자돈뿐만 아니라 후기 자돈사로 이동 시 전출 체중 등을 측정해 봄으로써 사양관리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확인하고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를 결정하는데 객관적인 근거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3) 조기 이유자돈의 정밀 영양 관리
조기 이유가 된 자돈들은 소화기관이 아직 약한 탓에 위생적이고 소화율이 높은 영양 공급이 필수적이다. 사진에 보이는 빨간 원형의 사료 급이 장치를 통해 자동으로 죽사료를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이유 후 2일간 플라즈마(혈장) 성분이 포함된 '쉬퍼스(Schippers)'라는 밀크 제품으로 먹는 양도 프로그램에 의해 조절되어 과식을 하게 만들거나 죽사료가 오래되어 상하는 일도 없다.
'포시믹서(PorciMixer)'라 불리는 조기 이유자돈용 죽사료 자동 급이기는 네덜란드에서 수입해서 설치했다고 하며 체중이 작은 자돈을 한 마리도 빠짐 없이 건강하게 키워내는 비결은 우수한 정밀 영양 관리에 있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해서 얘기해 주었다.
4) 단계별 사료와 음수 관리
엘랑은 사료를 3~5일마다 배합비를 조정하여 공급하고 있고, 사료 관리(Food management)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신의 투자에 대해 높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어린 자돈의 상태와 성장에 잘 맞는 단계별 사료급이를 세밀하게 실천하면서 작은 체중의 자돈들의 이유 후 30kg까지 폐사율을 약 2~3% 수준으로 관리해 내고 있다.
급이기는 대롱 같은 것이 있어서 자돈이 건드리게 되면 조금씩 떨어지도록 되어 있어서 사료가 너무 많이 쌓이거나 흘러내리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가 없이 잘 관리되고 있었다. 물은 급이기 양쪽의 니쁠과 추가 워터컵을 통해 자유롭게 마실 수 있도록 해 주고 있었다.
5) 자돈사의 신기한 열역학 보일러 시스템
자돈들에 대한 정밀한 영양 공급 시스템뿐만 아니라 온도에 민감한 자돈들을 위하여 필히 보온구역을 마련해 주고 바닥도 보일러 시스템을 통해 따뜻하게 관리가 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전면 플라스틱 베드나 슬랏 형태로 되어 있지 않고 동물복지법에 의해 바닥 면적의 25%는 반드시 단단한 형태의 평바닥이 요구되고 있다는 점도 특이했다.
잠자리가 따뜻하고 아늑해질 수 있도록 바닥에 보일러가 설치된 보온 구역이 있고 조절이 가능한 덮개를 설치하여 온기를 잘 가두어 주고 있다. 아래 사진을 보면 덮개에 약간 앞쪽으로 경사각을 두어 온기가 쉽게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 준 것은 세심하고 좋은 아이디어이다.
보일러는 열역학을 이용한 '슬러리 쿨링(Slurry Cooling) 시스템'으로 특별히 기름이나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열을 생산하여 가동한다고 한다. 즉, 슬러리에서 열이 발생하는 것을 이용하고 슬러리의 온도는 낮춰서 가스가 발생하는 것은 막아주는 꿩 먹고 알도 먹는 꽤나 신통방통한 시스템이었다. 좀 더 연구해서 우리나라에서도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5) 위축 자돈들의 관리
저체중 자돈들이 많은 탓에 이유 후 위축이 일어나는 경우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다. 사진에서 보듯이 아주 작은 돈방이 여러 개 있어서 위축돈들을 선별하여 2~3마리씩 특별한 관리를 제공해 주고 있었다.
위축돈이 생길 경우 빨리 격리하고 조치함으로써 건강한 돼지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위축돈들은 빠른 회복을 가능하게 한다.
6) 명확한 목표가 만들어 낸 기적
엘랑은 자돈사를 지으면서 이미 PSY 40두 이상의 성적을 염두에 두고서 설계했다고 한다. 또한 미래에 자신의 더 큰 목표인 모돈 3000두 이상의 시설을 연결하기 위한 그림까지 고려하여 축사를 시공해 두었다니 장기적인 사업 목표를 세우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폐사가 많아지면 번식사를 달아내어 비육사의 빈 돈방을 채우고 그러다가 밀사가 되면 자돈사를 하나 더 짓는 것을 반복하면서 무허가 축사를 양산해 낸 우리나라의 현실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3년 전 그가 갈수록 치열한 경쟁과 힘들어지는 불투명한 사업 환경 하에서 많은 고민 속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하게 만들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최고가 되고자 하는 그의 열정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만들어진 미래에 대한 비전이 아니었을까 싶다.
대한민국 양돈도 급물살을 타고 2세대로 전환되는 모멘텀의 시기이다. 브라이드가든의 농장주 엘랑이 보여주고 있는 근면·성실함과 수평적 소통 능력, 명확한 목표 의식과 실행력, 그리고 통 큰 기업가 정신은 우리의 한돈산업을 이끌어 가야 할 2세 경영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7) 브라이드가든의 성공 사례를 마무리하며
2시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농장 견학으로 얻은 부족한 경험과 지식으로 브라이드가든의 구석구석까지 세세하고 깊이있게 전달해 드리지 못함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세계 최초의 PSY 40두 달성 사례로 소개한 브라이드가든을 통해 우리가 사고해 오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안일함을 깨닫고 새로운 도전 정신이 충만해지는 계기가 되었다면 그것으로도 의미가 크리라 생각된다.
2년 전 페이스북에서 농장을 보여주겠다던 약속을 지켜준 엘랑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이것으로써 PSY 40두 브라이드가든의 이야기는 마칠까 한다.
아래 사진은 얼마 전 엘랑에게 감사의 표시로 작은 선물과 함께 보내 준 액자이다.
Honor of the Great Ambitions(위대한 포부를 기리며)
You are…(당신은)
Changing the world bigger.(세상을 더 크게 바꾸고 있습니다.)
Shaping the future brighter.(미래를 더 밝게 그려가고 있습니다.)
Helping our lives better thrive.(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돕고 있습니다.)
We wish you…(우리는 당신에게 바랍니다.)
Live the value.(가치를 위한 삶을 사십시오.)
Love the business.(당신의 일을 사랑하십시오.)
Execute with excellence.(탁월하게 실천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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