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8 (일)

  • 흐림동두천 1.0℃
  • 흐림대관령 -1.7℃
  • 북강릉 1.0℃
  • 흐림강릉 1.3℃
  • 흐림동해 3.1℃
  • 서울 3.2℃
  • 흐림원주 3.7℃
  • 흐림수원 3.7℃
  • 대전 3.3℃
  • 안동 4.5℃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고산 10.9℃
  • 구름많음서귀포 13.4℃
  • 흐림강화 2.2℃
  • 흐림이천 3.7℃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김해시 7.1℃
  • 흐림강진군 8.7℃
  • 흐림봉화 5.0℃
  • 흐림구미 5.8℃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창 4.2℃
  • 흐림합천 7.3℃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덴마크 알쓸신돈

[2017 덴마크 알쓸신돈 (2)] 밀짚으로 만드는 덴마크의 성적과 동물복지

(주) 카길애그리퓨리나 이일석 이사 (leeilsuk@hanmail.net)

 [‘알쓸신돈’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통방통한 양돈 이야기’의 줄임말입니다. - 돼지와사람]

달룸대학 식당의 아침은 하루도 빵을 빼 놓고 지나갈 수 없다. 딱딱한 질감 때문에 나무 껍질 씹는 것 같아서 빵은 좀처럼 입에 대지 않는 필자 역시 다른 옵션이 별로 없는지라 접시에 한두 개 올려 놓았다. 그런데 다들 달룸대학 식당의 빵이 맛있다고 연신 감탄을 한다. 그래도 기대 반 의심 반… 그러나 의외였다. 덴마크의 빵은 꽤 달랐다.

빵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필자도 하나 더 집어 먹게 되는 뭔가 독특한 기술의 차이가 있는 게 분명하다. 아니나 다를까 호기심에서 통계를 찾아보니 덴마크는 옥수수 대비 밀 생산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만큼 농업에서 밀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높은 걸 알 수 있었다.



달룸대학의 둘째 날, 드디어 오매불망 고대하였던 모돈사육 농장으로 현장 견학을 가게 되었다. 농장의 이름은 Lundegaard sostald라 불리는 모돈 660여두(후보돈 포함 850두)의 2 Site 농장으로 PSY 30두 남짓 되는 덴마크의 평균에 약간 못 미치는 농장이었다.

난생 처음으로 들어가 보는 덴마크의 실제 농장에 대한 기대와 뭔가 특별한 그들만의 노하우를 찾아봐야겠다는 각오는 컸지만 상대적으로 다소 낮은 성적에 아쉬움도 있었다. 

견학농장의 시설은 유럽에서 전형적으로 볼 수 있는 빨간 벽돌로 만든 무창돈사이고 복잡하지 않게 건물 내부에서 모든 이동과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농장의 직원은 남자 1명, 여자 2명에 2세가 함께 일을 하고 있었으며 부친은 번식 사이트와는 별도로 떨어진 곳에 위치한 비육 사이트를 관리하면서 분뇨처리 등을 책임지고 있었다.

방역복으로 갈아입고 처음 들어선 곳은 의외로 분만사가 아닌 임신교배사부터 시작하였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방문한 PSY 40두 농장도 역시 임신사부터 둘러보았다.



임신사는 채광을 위해 지붕의 일부를 선라이트로 처리해서 아주 밝은 상태였다. 그러나 해당 농장은 바닥에 똥도 잘 치우지 않아서 수북하고 먼지나 거미줄도 상당히 많아서 일단 기본적인 관리는 안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돈 분변은 일주일에 한 번 치워준다고 하고 우리와는 달리 소독 개념은 무슨 말인지도 모를 정도로 전무하였다.



유럽의 일반적인 농장 사진에서 보아오던 것이었지만 임신사는 프리스톨을 통해 모돈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되어 있었고 바닥뿐만 아니라 급이기 앞에도 드나들 때 자동으로 밀짚을 수시로 떨어뜨려 주어 소가 되새김질 하듯 모돈들이 짚을 씹고 있는 모습을 어렵잖게 볼 수 있었다.





밀짚을 급여하거나 바닥에 깔아주는 것은 동물복지법에서 강제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깔아주는 시늉은 해야 하는 것이 덴마크의 방식인데 몇 가지 장점이 확실히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모돈의 분변을 제때 치워주지도 않고 슬러리 돈사였는데도 냄새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환경이 양호하였다. 게다가 모돈의 분변은 마치 소의 황금색 변처럼 밀짚이 그대로 섞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변비는 찾아볼 수 없어서 임신돈에서 조섬유가 중요함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또한 임신사에서 제한급이로 인한 공복감을 채워주고 위와 장의 용적을 키워주어 분만사에서의 섭취량을 극대화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특히 대다수의 모돈들은 지제가 유독 두껍고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프리스톨에서 밀짚이 깔린 바닥을 자유롭게 운동하면서 얻어진 결과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직원에게 다리가 아파서 도태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거의 없다고 대답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평생을 스톨에 갖혀서 사는 모돈들은 지제가 약화되어 사료를 먹으러 일어나는 것조차 피곤하고 미끄러운 분만틀에서 다리가 벌어져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밥을 먹으러 일어나고 웅돈의 승가를 받을 때 지제가 건강한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사람도 허리가 안 좋고 무릎 관절이 시원찮으면 아무 것도 못하고 누워만 있는 경우가 허다한데 하물며 육중한 몸을 일으켜 사료와 물을 더 오래 더 많이 먹어야 하는 모돈에게 그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더구나 모돈의 도태 원인 중 번식 문제를 제외하면 가장 큰 도태 원인을 차지하고 있는 지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바닥에 깔아주고 있는 밀짚은 변비와 스트레스 예방 외에도 대단히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모돈의 도태 원인>


밀짚은 임신사뿐만 아니라 자돈사 바닥에도 수시로 깔아주고 있었다.

자돈사를 담당하는 여직원은 양돈장에서 일할 것 같지 않은 나름 외모가 준수해 보였는데 견학팀이 농장을 둘러보고 있는 동안 아주 굼뜬 속도로 자돈사에서 카트를 밀고 다니며 돈방에 밀짚을 던져주고 있었다. 농장주가 며느리로 삼기 위해 채용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눈에는 ‘저렇게 굼벵이처럼 빈둥빈둥? 일하고도 시급을 우리 돈으로 3만원씩이나 받는 게 말이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시간을 때우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어찌 보면 자돈들이 문제 없이 크고 있고 사료도 자동으로 급이가 되는데 무슨 특별히 할 일이 있겠는가? 밀짚을 던져주는 그 여직원에게 다가가서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수줍은 얼굴로 “스트레스를 줄여줘서 자돈들이 서로 싸우지 않는다.”라고 귀띔해 주었다.

견학한 농장은 형식적인 수준이 아니라 꽤 적극적으로 밀짚을 활용하고 있었고 바닥이 미끄러워서 생기는 불안감과 다양한 스트레스를 줄여주며 돼지의 본능을 이해하고 관리함으로써 건강한 농장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과연 유럽처럼 건초를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될까? 아마도 대부분의 우리나라 농장 직원들과 농장주들은 손사래를 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모돈의 지제 건강을 위해 후보돈사나 이유 후 교배사만이라도 미끄러운 바닥 상태를 개선해 보고 모돈의 포만감과 변비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큐브 형태의 건초를 일정 시기만이라도 급이 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보는 등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자돈사에도 쇠사슬을 하나 달아주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철망으로 된 바구니에 짚을 넣어주면 훨씬 돼지의 스트레스를 개선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알쓸신돈 첫번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바로가기)를 누르세요.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돼지와사람]
배너

관련기사

배너
총 방문자 수
9,201,591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