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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알쓸신돈

[2017 덴마크 알쓸신돈(13)] 퍼펙트 교배를 위한 황금 법칙

(주) 카길애그리퓨리나 이일석 이사 (leeilsuk@hanmail.net)

[‘알쓸신돈’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통방통한 양돈 이야기’의 줄임말입니다. - 돼지와사람]

당신은 지난 해 브라질의 리우에서 열린 올림픽을 기억하는가? 수 많은 선수들이 전해 준 감동의 드라마 중 대한민국의 양궁을 빼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확률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화살로 화살 쪼개기, 로빈훗 애로우를 보여준 기보배 선수를 비롯하여 한국 선수들은 양궁의 모든 종목에서 금메달을 싹쓸이 한 최초의 기록을 남겼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의 양궁 경기 하이라이트를 아래 영상을 통해 다시 한 번 감상해 보시라.

우리나라의 대표 궁사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신궁이라고 불릴 만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엄청난 집중력과 화살로 화살을 쪼개는 신통방통한 재주를 가지고 전 세계를 석권하고 있다.

그렇다면 양궁이 아닌 양돈에서는 어떠한가? 아쉽게도 양돈에서의 금메달 리스트는 우리나라가 아닌 바로 덴마크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산자수와 PSY를 높이는데 절대적으로 중요한 교배 관리에 대해 언급해 보기로 하겠다.
양돈에서 교배 관리는 바로 활을 당겨 과녁의 중앙에 적중시켜야 하는 양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모돈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하고 언제 배란이 이루어지는지 그 시기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며 어떻게 발정을 컨트롤 하여 언제 종부를 시킬 것인지 정확히 읽어내야만 10점 만점으로 과녁에 꽂아 넣는 퍼펙트 샷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퍼펙트 샷의 결과는 최고의 수태율과 산자수로 돌아오며 PSY 40두라는 기적을 만들어 준다.



1) 퍼펙트 적중을 위해 과녁을 가깝게 두어라.
당신이 신궁이 아니더라도 10점 만점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화살이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커다란 과녁을 만들어서 도저히 빗나가기 어려운 가까운 거리에 두고 활을 쏘면 된다.
이런 바보 같은(?) 얘기를 듣고서 바쁜 사람한테 쓸데없는 얘기를 한다고 화를 내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모돈을 조금 이해한다면 어느 정도 이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될 수 있다.

아래 그림을 한 번 보자. 이유 후 재귀발정이 빠르면 빠를수록 과녁이 넓어지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수태율이 높고 산자수가 좋은 농장의 공통점은 바로 이유 후 재귀일령이 빠르다. 당신이 만일 목요일에 이유를 한다면 월요일에 80% 이상의 모돈이 웅돈을 허용하는지 확인해 보라. 너무 과한 기준을 제시했을 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PSY 30두를 기대한다면 결코 과하지 않다.

과녁을 앞으로 당겨 놓아 보라. 그러면 그 과녁은 늘 퍼펙트 샷을 꽂아 넣을 만큼 넓어질 것이다.



이유 후 재귀일령 단축, 즉 과녁을 앞으로 당기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서술하려면 꽤 긴 장편 소설을 써야 하므로 여기에서는 생략하기로 하겠다.
아마도 대부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을 내용들이기에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2) 강한 발정을 위한 5가지 포인트
만일 당신이 과녁을 앞당겨 놓았다 하더라도 바람이 불거나 정신줄을 놓으면 모두 10점 만점에 꽂아 넣기가 어려울 것이다. 아무리 수정 적기에 들어온 모돈이라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발정 자극이 없다면 정액이 역류하여 자궁까지 살아서 도착하는 정자수도 얼마 안될뿐더러 천신만고 끝에 난관에 도착한 정자는 녹초가 되어 마지막 거사를 치르는데 실패할 수도 있다.

또한 강한 발정을 유도해 내지 못하게 된다면 설령 수태가 된다 해도 산자수는 기대에 못 미치게 될 것이다.

덴마크에서는 종부를 할 때 아래 그림에서 보이는 5가지 발정 관리 포인트를 중요시한다.
우리도 이미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실천은 ‘글쎄’라고 해야 할 것 같다.

1번에 해당하는 ‘웅돈 접촉’을 통한 발정 유도는 기본 중 기본이고 덴마크에서는 교배 중에 웅돈을 적어도 2마리에서 3마리까지 차례대로 모돈 머리 앞쪽의 복도 공간에 출격시켜서 모돈을 자극한다.
그리고 특히 사타구니를 주먹으로 밀어 올리는 자극을 강조하는데 이것은 바로 웅돈이 승가를 하기 전에 코로 모돈의 사타구니를 미는 행동을 그대로 흉내 내는 것으로 관리자에게 ‘웅돈이 되라.’는 교배 관리의 원칙과 맞닿아 있다.



3) 최적의 교배를 위한 15분의 골든 타임
“오늘 아침에 웅돈의 승가를 허용했던 모돈인데 왜 정액은 잘 빨려 들어가지 않고 역류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져 본 일이 있는가?
필자는 농장에 방문하여 종부를 시키는 장면을 유심히 지켜보면 교배 이후 폭포수처럼 정액을 뱉어 내 버리는 모돈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관리자는 아침에 웅돈을 받았으니 당연히 인공수정을 하는 것이고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그 다음 모돈을 종부 시키기에 바쁘다. 수태율도 그렇고 산자수도 좋을 리가 없다.

아래의 그래프는 성공적인 교배를 원하는 관리자가 반드시 이해하고 있어야 할 아주 중요한 내용이다.
웅돈의 승가를 허용한 모돈이라고 해서 모두 다 교배가 잘 이루어 지는 것은 아니다.

발정이 온 모돈은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가 되고 웅돈이나 5 포인트 자극에 의해 옥시토신 분비가 증가하게 되며 그 피크는 10분 내외로 매우 짧다.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의 양돈 농가들은 이러한 사실에 주목하여 교배 전날에는 웅돈을 제거했다가 다시 교배 당일에 웅돈을 접촉하여 ‘Surprise Effect(놀람 효과)’를 극대화하고 교배 단계에 들어선 모돈에게 웅돈 접촉이 일어난 경우 지체 없이 매우 신속하게 교배를 마친다.
그 이유는 바로 모돈의 웅돈 접촉 이후 옥시토신의 분비 수준이 피크를 유지하는 데는 15분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만일 이 원리를 이해한다면 웅돈의 승가 테스트를 하고 나서 모돈에게 카테터를 삽입하기까지 잠시도 여유를 부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부분 교배 관리자들은 아무리 성질이 급한 사람도 웅돈 접촉을 하고 나서 교배를 15분 이내에 끝내기 위해 서두르는 법이 없다. 바로 이 원리를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급히 정액을 짜 넣으라는 것이 아니다. 정액팩을 집게로 집어 올려 사람이 붙잡고 있지 않아도 정액 주입이 될 수 있도록 하고 빨리 다음 모돈으로 넘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자, 이제 최적의 교배를 위한 골든 타임이 15분이라는 것을 이해했다면 당신의 웅돈이 모돈의 머리맡을 지나간 다음 시간이 지체된다면 엄청나게 많은 자돈들이 사라지게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될 것이다.
모돈에게 ‘Surprise Effect’ 자극을 줄 웅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고 정액의 역류를 막아 최대의 산자수를 만들어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명확히 이해했으리라 본다.



덴마크가 성적이 우수한 이유를 단순히 환경 조건이 좋아서 당연한 일이 아니겠느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만일 우리가 완벽한 시설을 갖춰 놓고 환경을 컨트롤을 하면서 돼지를 키운다 하더라도 그들이 갖고 있는 디테일을 모른다면 아마도 따라가기 힘들 것이다.

아무리 부지런한 직원도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모른 채 맹목적으로 하라고 가르치면 이해하지도 못할뿐더러 지속적인 실천에 이르기도 어렵다. 그러나 아무리 게으른 직원이라 하더라도 왜 해야만 하는지 그 이유를 충분히 이해시킬 수 있다면 몸으로 실천하기가 쉬워진다.

그렇듯이 우리가 돼지에게 무엇이 필요한 지 정말로 잘 이해하고 교감할 수 있다면 우리와 상관 없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법한 덴마크의 ‘PSY 40’도 곧 현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알쓸신돈이 그러한 금빛 한돈의 미래를 앞당기는데 작게 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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