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맛칼럼니스트의 라디오에서의 발언이 축산인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지난 4일 TBS FM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출연하여 고기의 진실을 밝힌다면서 "소, 돼지, 닭의 사료는 거의 대부분이 수입곡물로서,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수입곡물을 먹는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국내 쌀 생산량이 400만톤 조금 넘는데 외국에서 수입되는 곡물량이 1,700만톤이고 그 중 70%가 사료로 쓰여 국내에 생산되는 곡물량의 3배를 소, 돼지, 닭에게 먹여 고기를 얻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요약하자면 황 씨의 주장은 '국내 축산물=수입 곡물'이라는 것입니다. 한우, 한돈 등 '국내축산물 소비자'도 결국 '수입산 소비자'라는 것으로 뜻으로 읽힙니다.
얼핏보면 황 씨의 논리는 그럴 듯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를 곰곰히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지나친 과장이고 곡해 입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다른나라와 교류를 하지 않는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치시대가 아닙니다. 자급자족의 시대가 아니며, 교역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값싼 원자재를 통해 상품을 만들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은 경제의 당연한 매커니즘입니다. 상대적으로 싼 외국의 곡물로 가축을 키우는 것이 부정한 일로 매도하는 것은 경제에 대한 몰이해로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또한 황 씨는 "투플러스와 같이 지방이 많이 낀 고기를 국가기관에서 등급제를 매기는 방식에서는 수입곡물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남는 논에서 풀을 재배해 소를 키워보자는 시도는 할 수 없다"고 의견도 피력했습니다.
이에 대해 축산과학원 관계자는 "국가기관이 개인의견에 일일이 대답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면서도 "축산과학원은 1993년에 우루과이라운드가 타결되면서 한우를 고급육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고, 한국인의 입맛에는 등심뿐만 아니라 다른 부위도 약간의 기름기가 있어야 맛있다고 느끼고, 건강한 소와 맛있는 고기를 만들기 위해 효율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맛은 취향의 문제이지 올바름의 문제는 아닙니다. 퍽퍽한 고기보다 지방이 어느정도 있는 고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올바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냥 시대를 관통하는 문화일 뿐입니다.
축산업은 길가에 떨어진 돌을 발로 차듯 무심히 아무렇게나 대할 만큼 그렇게 단순하지도 낙후된 산업도 아닙니다. 오히려 황교익씨가 농업 관련 신문 기자 출신이라는 것이 새삼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번 라디오 발언에서 황 씨는 고기의 진실을 밝힌 것이 아니라, 본인의 편협한 생각을 드러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