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을 비롯한 소매단계에서 바가지요금의 책임을 축산농가와 육가공에게 묻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제주도 흑돼지 음식점에서 '비계(덩어리)삼겹살'로 바가지요금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과도한 지방으로 가격대비 음식의 품질이 소비자의 기대에 현저히 미치지 못했으니 바가지요금으로 봐야 합니다. 그런데 제주도청은 소매단계에서의 바가지요금 문제를 생산단계에서 해결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농식품부에서 나온 삼겹살 매뉴얼을 배포했고, 언론 브리핑을 통해 지방이 많은 것은 정산을 해서 소비자에게 공급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흑돼지 늑골 10번에서 14번은 지방이 많기 때문에 식당에서는 정산해서 육가공업체에 그 부분의 무게를 제하고 반품 처리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도청은 14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생산단계에서 사육농가는 적정량의 비육돈 사료를 급여해 적절한 근육 성장과 지방 분포를 유도하도록 하고, 규격 체중 출하를 통해 균일한 고품질 축산물 생산에 노력하도록 한다"라고 전했습니다.
이를 위해 "흑돼지는 일반돼지에 비해 등지방 과다 침착으로 1등급 출현율이 낮아, 흑돼지 유전적 특성과 경제형질을 반영한 등급판정 기준 조정(도체중 9~13kg 하향, 등지방두께 2mm 하향)이 필요하다"라며 흑돼지 도체 등급판정 기준 개선을 농식품부에 건의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무엇보다 소매판매에서 문제를 생산단계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기자의 질문에 제주도청 담당자는 "식당 업주가 잘못을 했지만 근본적으로 양돈장에서 돼지를 사육해서 도축·가공하고 식당에 납품된 후 최종 정산 과정에서 정산이 안 돼서 납품되다 보니 그런 문제가 된 부분 아닙니까"라며 "농가에서 지방이 덜 끼게끔 돼지를 키우기 위해 비육돈 후기 사료를 많이 급여토록 행정지도를 한다거나, 흑돼지 체중을 줄여 등급을 하면 농가에서 적정 등지방에 출하할 수 있게끔 제도 개선을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얼핏 들으면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리지만 이는 전혀 근거 없는 논리입니다.
지역 축제에서 바가지요금이 공분을 사면서 오는 6월 6일 강릉 단오제에서 감자전 크기 규격을 정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제주도청의 논리대로 라면 감자전이 크기가 크려면 농부들이 큰 감자를 생산해야 한다는 논리가 됩니다. 또 다른 예로 파전에 파가 적어 문제가 된다면 농부들이 파를 많이 생산해야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대책으로 나온 후기사료가 비계를 줄인다는 어떠한 연구 결과도 없습니다. 흑돼지 등급을 정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입니다. 먼저 등급을 정하는 기준이 나와야 하고 이유가 명확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축산농가는 돼지 출하 시 지방이 많은 돼지는 페널티를 물어 이미 걸러지고 있습니다. 돼지가 공산품이 아닌데 등급을 정하면 농장에서 비계가 균일하게 나올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합니다. 더욱이 흑돼지는 비계가 두꺼운 것이 종의 특성입니다.
관련하여 한 유통관계자는 "가정에서는 기름이 튀는 것을 싫어해서 비계가 적은 삼겹살을 원하지만 외식식당에서는 맛이 중요하기 때문에 비계가 많은 돼지고기를 선호한다"라며 "문제의 시작은 농식품부가 1cm 삼겹살로 시작을 한 것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근선 기자(pigpeople100@gmail.com)